일상속에 105

하이바이, 19 – Bye Covid 19

은퇴하고는 주말이나 연휴에는 멀리 나가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 날씨가 하도나 좋아서 한동안 뜸했던 북한산을 올랐다. 나는 전철을 탈 때는 전철이 들어올 때까지 스크린 월에 붙어있는 시를 읽어보는 것이 습관이다. 오늘도 마포구청역에서 시들을 차례로 읽어가는데, 내 맘에 딱 꽂히는 걸 찿았다. 코로나로 생을 마감하신 엄마의 장례를 탄식한 시다. 코로나 이놈, 정말 야멸차다. 나도 TV에서 그렇게 야멸찬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가슴이 먹먹했던 그 기분을 오늘 아침에 다시 마주하게 됐다. 살면서 출렁다리도 구름다리도 하늘다리도 함께 잘 건넜건만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건너는 엄마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만 봐야 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족두리봉(독바위)은 그대로이고, 햇빛 좀 봐야겠다고 살아남아야겠다고 가지도 없..

일상속에 2021.02.27

어머니의 무게

SBS 보도사진 신화사에서 2010년 1월 30일 중국 중남부 장시성의 난창(南昌)역에서 찍은 사진이란다. 등짐 짊어지고, 오른손으로는 아이를 안고, 왼손에는 꽉 채워진 배낭을 들고 걸어가는 모습이다. 이 사진이 보도되던 당시에 "14억을 울린 사진"이라고 했다지만, 사실은 최소한 30억 이상을 울린 사진 같다. 이 여인은 중국 쓰촨성 량산 이족자치주에 살고 있는 32세의 이족 여성 바무위부무(巴木玉布木)였다고 한다. 10년이 지난 지금 신화사는 이 여인을 찾아내기로 하여 있을 만한 지역을 모두 수소문하여 마침내 찾아냈다고 한다. 이 여인은 다시 한 번 중국인들을 울렸다고 한다. 사진 속 갓난아이는 세상에 없었는데, 신화통신 기자는 "하늘과 땅을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 있다"고 표현했단다. 무게라는 게..

일상속에 2021.02.11

Rosa 뷰티살롱

(2020.12.17) 난생 처음으로 뷰티살롱엘 갔다. 가운 두르고 머리 손질까지는 그러려니 했는데... 모자는 이 모자가 어울리겠다고 씌워주면서 사진까지 찍어준다. 게다가 흰눈썹까지 뽑아주며 흰머리는 너무 많아 그대로 두잔다. 아무래도 스타일리스트 같다. 요금이 조금 비쌀 거란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니고 강제로 한 것인데, 비싼 요금까지는 억울하다. 할배가 이래 봬도 괜찮은 모델인데, 내 사진이 인터넷에 뜨면 "Rosa 뷰티살롱"은 금방 뜰 거야. 그걸로 퉁 치기로 하자.

일상속에 2020.12.18

19금(禁) 20세기 古典 - Break Time

유럽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잘나고 운 좋은 남자는 영국식의 튼튼하고 넓은 집에서 싹싹한 일본인 아내와 고장 없는 독일제 자동차를 타고 맛있는 프랑스 요리를 먹으며 살고 못나고 운 나쁜 남자는 비좁은 일본식 집에 뚱뚱한 독일인 아내와 고장 잘나는 프랑스제 자동차를 타고 맛없는 영국 요리를 먹으며 산다고...     순진하고 호기심 많은 소년과 소녀가 밤에 공원에서 데이트를 한다. Boy : Do you think kissing is unhealthy?(키스가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해?)Girl : I couldn’t say. I’ve never... (그걸 어떻게 말해. 난 아직 한 번도...)B : Never been kissed?(키스 못 해봤구나?)G : Never been sick.(아파본 ..

일상속에 2020.12.16

오늘 같은 날

(2020.12.8.) 제 생일(돌)이라고 너무 티를 낸다. 생일 언저리에 할로윈데이가 있는 데다, 10월이 생일인 아이가 이 녀석밖에 없어서 할로윈데이에 생일파티를 했다고 한다. 며칠 전 이런 날도 있었는데, 큰 녀석에게서 편지 선물까지 받았다. 선물임에 틀림이 없는데, 당장에는 훈아 형님의 “테스 형”이 떠올랐고, 작은 녀석은 “먹는 게 남는 거야.” 한다. 오늘은 이 양반한테서 점심으로 맛있는 불고기를 얻어먹었다. 테이크 아웃 커피가 지금 문화란다. 사실은 내 담배 때문이지만... 50년 지기 절친으로부터 서빙이 12번도 넘는 만찬을 대접받았다. ************************************ 오늘 그런 날이다. 아침 일찍부터 지인이 오늘 좋은 날이니 점심을 함께하자고 전화가 와서..

일상속에 2020.12.09

한가위

한가위 보름달이 떴다. 같은 달이지만 "달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이 있고... "저 달을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하는 달도 있다. 저 달을 바라보며 우리가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는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한가위 보름달을 함께 바라보았던 추억이라도 기억하길 바란다. 차제에 그동안 생각없이 "추석"이라고 불러왔던 것을 "한가위"로 정리했다. 추석(秋夕)은 글자 그대로 가을의 석양인데, 그러기에는 너무 빨라서 싫고, 중추절(仲秋節) 또는 중추가절(仲秋佳節)은 중국의 풍속에서 유래된 것이라 역시 싫고, 순수한 우리 말인 "한가위"가 딱 제격이라 생각된다. "한가위"의 "한"은 크다 또는 넓다는 뜻이라 하고, "가위"는 가을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매끄럽게 느껴지지 않아서 나는 한가위를 "가을의 한..

일상속에 2020.10.04

그 집

초등학교 통학로 그리고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있는 그 집 대문에서 눈에 띄는 것은 재떨이다. 짐작은 되지만, 왜 대문에 재떨이를 걸어두었냐고 물어보았더니, 역시나, 뒷처리는 내가 할 테니 담배꽁초만 재떨이에 버려달라고 걸어 두었단다. 그 집 주차장에 있는 앵두인데, 봄에 앵두가 붉게 물들면 입으로 먹는 것보다 눈으로 먹는 즐거움이 더 크다. 옥상의 풍경 격자 모양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호박과 쑤세미 이렇게 하늘을 보며 살아서 좋은데.......

일상속에 2020.08.22

우리 동네 - 염창동 증미산

정자 한강에 바짝 붙어있는 증미산은 높이가 약 55m 정도 밖에 안되지만 한강을 조망하기에 좋은 곳이다. 옛날에는 증미산에 이수정(二水亭)이라는 정자가 있었다는데, 흔적도 찾을 수 없지만 겸재의 그림이 남아 있어 다행이고 지금은 최근에 만들어진 정자가 하나 있다.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 시원하게 보이며, 2021년 개통을 목표로 건설 중인 월드컵대교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지금도 풍경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인간의 돈독에 찌들은 손이 가기 전의 투금탄 여울을 건너고 건너 편에는 난초와 지초가 만발하던 시절의 풍경은 얼마나 포근했을까... 이수정(二水亭) --- 간송미술관본 이수정의 이수(二水)는 안양천과 홍제천이 한강으로 흘러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며 겸재 정선이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증미산이라는 이름을 ..

일상속에 2020.06.21

점심 사냥

2020.4.29 렌당(위) & 나시고렝(아래) 발리(Bali)에 대한 여행수필을 쓰다가 문득 오래 전에 방송에서 보았던 세계의 맛있는 음식 이야기가 떠올라 끄적였다. CNN 보도인데,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의 순위 1위가 인도네시아의 렌당(rendang, 소고기 조림), 2위 역시 인도네시아의 나시고렝(nasi goreng, 볶음밥) 그리고 3위가 일본의 스시라니 이거야말로 소가 웃을 일 아닌가. 음식의 천국 중국요리가 빠졌다는 게 말도 안될 뿐만 아니라 소고기 조림이 1위, 볶음밥이 2위, 생선회가 3위라니, 이건 어떤 사람의 여행에서 그가 맛있게 먹었던 것을 얘기한 것이 와전된 것 아니었겠나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도 있는데 말이다. 미고랭(위) & 바비 삼발마따(아래) 코로나 ..

일상속에 2020.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