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8.)
제 생일(돌)이라고 너무 티를 낸다.
생일 언저리에 할로윈데이가 있는 데다,
10월이 생일인 아이가 이 녀석밖에 없어서 할로윈데이에 생일파티를 했다고 한다.
며칠 전 이런 날도 있었는데, 큰 녀석에게서 편지 선물까지 받았다.
선물임에 틀림이 없는데, 당장에는 훈아 형님의 “테스 형”이 떠올랐고, 작은 녀석은 “먹는 게 남는 거야.” 한다.
오늘은 이 양반한테서 점심으로 맛있는 불고기를 얻어먹었다.
테이크 아웃 커피가 지금 문화란다. 사실은 내 담배 때문이지만...
50년 지기 절친으로부터 서빙이 12번도 넘는 만찬을 대접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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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그런 날이다.
아침 일찍부터 지인이 오늘 좋은 날이니 점심을 함께하자고 전화가 와서 오찬과 만찬 일정이 이미 선약돼있으니 다음 주에 뵙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내 집식구들은 날 닮은 건지 그렇고 그렇지만. 내 친구 송파(松波)는 자랑스러운 친구다.
그는 예인(藝人)으로 서예 작가, 가수, 연주자, 세미 프로 수준의 골퍼지만, 나와 찰떡궁합인 것은 바로 음주가무(飮酒歌舞)여서 식사 후 마이크를 잡으면 빨라야 다음 날 1시, 길어질 때는 5시까지 간 적도 있다.
대체로 12시가 넘으면 다른 손님들은 다 가고 우리 둘하고 밴드와 더불어 그 집 사람들만 남게 되니 홀가분하게 함께 어울리는데, 업소 사람들은 업이기 때문에 피곤하겠지만, 그래도 우리랑 어울리면 글로벌 레퍼토리가 나오고 더러는 기발한 편곡과 개사곡에 즐겁기도 했을지 모르겠다.
팔불출의 병신육갑 같은 얘기지만, 우리가 갔던 업소 대부분에서는 리콜이 두세 번은 왔다. 매너 좋지, 흐름에 맞춰가며 분위기 반전시키지, 레퍼토리 다양하고 분위가 있지, 매상도 그만하면 되었을 테고, 그런데 매너 있는 음주가무도 시간과 학채를 들인 학습이 필요하더라.
내 친구 송파는 지금 전문경영인으로 기업체의 사장이다.
은퇴 후 기업체에 상무 직책에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해, 오너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아달라고 하며, 억대 수준이던 연봉이 수억대에 이르렀으니, 종전 현역 시절의 긴 내공이 지금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송파 그 친구가 어느 날 내게 진중하게 한마디 했다.
“오늘부터는 우리 둘이 밥 먹고 술 마시고 노래 부른 것에 대해 귀하가 백수 주제에 건방지게 지갑 만지작거리지 마라, 백수가 그러면 괘씸죄에 해당하고 사장인 내가 그걸 용인하면 방관죄가 되니 우리 죄짓지 말고 살자.”
세상살이를 폼나고 행복하게 사는 데에는 “깡, 꼴, 꾀, 꾼, 꿈, 끈, 끼, 끝”이라는 게 있는데...
깡이 있어야 한다. (악착같은 근성)
꼴이 좋아야 한다. (모양새)
꾀가 있어야 한다. (기지와 재치)
꾼이 되어야 한다. (professional)
꿈이 있어야 한다. (망상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끈이 있어야 한다. (연줄과 후원자와 응원자)
끼가 있어야 한다. (재능)
끝이 좋아야 한다. (인생의 마무리 – Happy ending)
이렇게 정리된다.
내 친구 송파는 가장 중요한 끝을 아름답게 꽃피우고 있고 그런 친구가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
이제 내 얘기 차례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 내가 응답할 차례다.
오래전부터 내 절친 송파가 금연 얘기를 넌지시 해왔고, 손주 녀석까지 내 금연 플랜을 수정하라고 하니 그들이 내게 보내준 사랑에 내가 늦었지만 반응해야 하는 때인 것 같다.
나는 사실 담배도 피우다 보면 물리는 때가 있을 것이고 그러면 그때쯤 정리하자고 생각했는데, 그건 분명히 아닌 것 같다.
내 친구 송파와 나는 음주가무라고 배웠는데, 세상이 갑자기 음주커피로 변해버려서 커피집 앞의 노천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며 나 혼자 푸념을 했다.
커져만 가는 천문학적인 사모펀드의 이야기가 가끔씩 변죽만 울리다마다 하면서 그걸 두고서 파헤치고 덮으려는 피말리는 죽기 아니면 살기의 열애대전이 추잡하고 역겹기 짝이 없고 다시 야만의 시대로 돌아가는 거 같아 걱정이다.
광화문과 여의도에 지난번에는 촛불과 태극기를 들고 나갔었는데,
이번에는 어디로 무엇을 들고 나가야 하나.....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얘기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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