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에

한가위

아미고 Amigo 2020. 10. 4. 10:42

 

한가위

보름달이 떴다.

 

같은 달이지만  "달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이 있고...

"저 달을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하는 달도 있다.

저 달을 바라보며 우리가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는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한가위 보름달을 함께 바라보았던 추억이라도 기억하길 바란다.

 

차제에 그동안 생각없이 "추석"이라고 불러왔던 것을 "한가위"로 정리했다.

추석(秋夕)은 글자 그대로 가을의 석양인데, 그러기에는 너무 빨라서 싫고, 중추절(仲秋節) 또는 중추가절(仲秋佳節)은 중국의 풍속에서 유래된 것이라 역시 싫고, 순수한 우리 말인 "한가위"가 딱 제격이라 생각된다.

 

"한가위"의 "한"은 크다 또는 넓다는 뜻이라 하고, "가위"는 가을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매끄럽게 느껴지지 않아서 나는 한가위를  "가을의 한복판 또는 한가운데"로 풀이했다.

 

그러든 저러든 한가위는 다양한 놀이문화가 펼쳐지고 햇곡식이 차례상에 올라가는 명절 중에서 가장 흥겹고 풍성한 명절인데 만나는 사람마다 너무 조용하다고 하니 왠지 쓸쓸한 느낌이다.

 

 

 

 

 

 

바야흐로 사색의 계절이자 수확의 계절이다.

 

내가 지금껏 키워봤던 호박 중에서 가장 풍요로운 수확을 거두었다.

희안하게도 나와 내 아내가 심은 것은 발아가 안되고 손녀가 심은 것이 잘 자라서 13kg과 10.5kg의 대호박을 얻게 되었으니 씨앗을 잘 심은 손녀 덕인지 매일 물을 열심히 챙겨준 내 덕인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햇빛과 비와 바람이 키워준 것이다.

 

하여간 이 호박은 도깨비와 어울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호박 도깨비

 

호박 도깨비의 사연은 이렇다.

 

내가 담배 피우러 옥상으로 올라갈라치면, 어김없이 손주 녀석이 태클을 건다.

"할아버지 어디 가세요? 담배 피러 가세요?"

"아니야 옥상에 용왕산 도깨비 녀석들이 왔나 보려고..."

 

담배 피러 가는 거 다 아는데, 이게 반복되다 보니 고삐를 조여왔다.

"할아버지 옥상에 가실 때 핸드폰을 가지고 가서 도깨비 사진을 찍어오세요."

내가 거짓말쟁이가 안되기 위해서는 도깨비가 필요하게 되었고, 그렇게 호박 도깨비가 탄생 되었다.

 

 

 

 

 

 

 

호박 도깨비 인증샷

 

인증샷이 빠질수야 없는 거 아닌가.

스토리가 있는 도깨비이고 우리가 만든 도깨비인데.....

 

큰 녀석은 2달만에 한 살 먹은 6살 유치원생이어서 작품활동(?)이 가능하지만, 17개월짜리 작은 녀석은 잠시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래 봬도 어린이집에서는 아이스-브레이커이자 분위기 메이커라는데...

 

 

 

 

 

 

토끼 카드놀이

 

본격적인 놀이는 지금부터다.

우리 전래의 윷놀이와 비슷한 건데, 한 사람씩 차례로 카드를 뒤집으면 토끼 그림에 한 칸부터 네 칸까지 가는 그림이 나오고 그에 따라 토끼가 가는데, 예외의 변수로 당근 카드가 나오면 내 토끼는 그 자리에 두고 중앙의 기둥을 한바퀴 돌리면 허방 같은 구멍이 불규칙하게 열려 그 자리에 있던 토끼는 밑으로 빠져 버린다.

 

이게 일반적인 게임의 개요인데, 규칙을 정하기에 따라 다양하고 재미있게 게임을 할 수 있으며, 동시에 이런 게임을 통해 즐겁게 산수를 익힐 수 있어서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무척 재미있다.

 

한가위 보름달의 저녁은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 삼매경에 빠졌는데, 우승은 손주가 차지했다.^^

우승 상품으로 맛있는 초콜릿을 주었고, 작은 녀석도 참석상으로 역시 초콜릿을 주었다.

 

 

 

 

 

 

내가 집에서 쉬는 동안 이 녀석들도 편하게 쉰다.

 

이번 한가위에는 많은 일들을 했다.

호박 도깨비를 만들었고 토끼 카드놀이도 했으며 북한산 사모바위와 서서울호수공원에도 다녀왔고 지금 화산 폭발처럼 뜨고 있는 노래 나훈아의 "테스형"도 거의 배워가고 있다.

 

오래전에 백석 백기행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이상국 시인의 "국수가 먹고 싶다."에 곡을 붙인 노래와 정태춘 작사 작곡인 "양단 몇 마름"이 귀에 쏙 들어와서 열심히 배워서 노래방에서 부르려니 노래방엔 그 노래가 없었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테스형"이 노래방에 있는지부터 살피고 배우기 시작했다.

 

한가위나 지나고 얼굴 보자고 했던 송파(松波) 선생과 선자(善自) 선생을 만나면 무조건 무박2일인데, 오프닝-세레머니로 "테스형"을 부를 참이고 우리 룰은 마이크 잡으면 기본이 3곡이고 앙코르를 받으면 스트레이트로 6곡이니 시간 가는 건 금방이지만 그래도 3시를 넘기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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