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15)
팔공산(八公山) 관봉 석조여래좌상(冠峰石造如來坐像) - 보물 제431호
보면 볼수록 독특한 불상이다.
팔공산은 대구의 진산(鎭山)으로 정상은 해발 1,192m이며 관봉은 850m로 여기에 석조여래좌상이 있는데 관봉석조여래좌상에 대한 기록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아 조성 시기와 배경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관봉에 있는 설명에는 통일 신라 시대에 조성된 것이라 한다.
또한 속칭 갓바위는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속설이 있어서 수능과 대학 입시 철이면,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갓바위집단시설지구 – 팔공산자연공원 갓바위관리소
늦은 시각에 오르기 시작하여 느긋하게 돌아보고 내려오는 길엔 야경까지 감상을 했는데, 내가 관봉 올라가는 길을 착각하는 바람에 아내가 제법 빡센 운동을 했다. 경산 선본사에서 올라가야 수월한데 대구 보은사에서 오르느라 약 2km의 가파른 경사로를 오르내렸다.
보은사
갓바위 오르는 길 & 관음사
관암사 & 삼성각
여기서부터 갓바위까지 급한 경사의 돌계단 길인데 만만치 않다.
깔딱계단 & 저녁노을
숨이 턱턱 막히는 마지막 계단을 오르니 이런 저녁노을이 반긴다.
노을이 아름다운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답기도 하려니와 낮 동안의 사회적 가면을 벗어던지고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와서 안식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게도 이런 노을이 하루하루 다가서고 있다.
팔공산 갓바위 - 관봉 석조여래좌상(冠峰石造如來坐像)의 여러 모습
나는 갓바위를 무척 많이 다녀왔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번에(2020.10.16.) 또 들르는 것은 지나가는 길이기도 하지만 아내가 한 번도 못 가본 곳이어서 작심하고 찾아갔고 소원을 하나 빌었는데 어쩌려나 모르겠다.
갓바위는 현역 시절에 대구 출장을 가면, 의례 한 번씩은 들렀었는데, 특별한 추억은 모 경제신문 편집장을 지냈던 선배가 대구 지역에 책임자로 있을 때 11시면 점심 먹으러 가자고 했다. 따라나서면 경산의 선본사로 가서 갓바위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점심을 먹는 것인데, 갓바위 산책이 일종의 애피타이저인 셈이고 각박한 조직생활 속에서 이렇게 심호흡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사는 그 선배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한때는 그 선배를 직속 상사로 모셨는데 간부들이 함께 점심을 먹을 때면 언제나 질펀한 외설담(猥褻談, 속칭 와이담)을 늘어놓아서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왜 그런 외설담을 늘어놓느냐고 물었더니 세월의 두께에서 나오는 지혜로운 대답을 하셨다.
그런 얘기 안 하면 정치 얘기와 상사 얘긴데, 좋은 소리보다는 욕이 많게 마련이고, 세상에는 참새와 쥐들이 많아서 차라리 외설담이 신상 관리에 편하다는 말씀이었다. 그 말씀을 듣고 나는 유머에 관한 책을 1년에 한두 권씩은 사서 읽었고 밥자리와 술자리의 대화가 한결 부드럽고 풍성해졌다.
관봉의 전망
경산 선본사 쪽의 풍경이고 대구 쪽은 어두워져서 풍경이 안 나온다.
하산길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했지만, 관봉에서 야경을 보고 내려가기에는 시간이 여의치 않아 그냥 내려가는데 가로등이 잘 설치되어 있어서 전혀 불편하지 않아 힘들게 올라갔던 돌계단 길을 편안한 마음으로 내려왔다.
흥미로운 것은 야간에도 갓바위를 찾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으며 그것도 중장년층보다는 젊은이들이 많았는데 혼자 또는 커플이었다.
이렇게 해서 버킷리스트의 하나를 지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