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아침가리계곡 & 방동약수

아미고 Amigo 2020. 7. 31. 16:58

굴피집

 

곰배령 가는 길에 있었던 굴피(참나무 껍질)집으로 구경거리의 하나였었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굴피집 뿐만이 아니라 많은 옛 추억거리들이 사라져간다. 대표적으로  굴피집 비슷한 너와집도 있는데, 나무 껍질을 이용하는 건 굴피와 비슷하지만 와(臥)가 조금 다른 거 같다.

 

말 그대로 와(臥)는 기와인데, 전통적인 토기와가 아니라 목기와라는 애기렸다.

또한 돌지붕인 집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천상의 박물관에 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변해가는 것이 좋은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마음은 허전해진다.

 

이런 지붕과 벽들이 필요했던 것은, 눈비와 바람 그리고 외부의 공격과 시선의 차단을 통한 사적 공간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는 것일 게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뭐니 뭐니해도 하늘을 지붕으로 한 집이 가장 편하고, 가장 오래갈 집이라 생각된다. 이 대목에서 “자연인”이라는 것이 떠오르는데, 동기 또는 원인 그리고 과정, 마지막으로 현실의 결과 사이에는 참으로 생각이 많아진다.

 

뜬금없이 외계 행성에서 온 ET인 내가 등장했나???

도시라는 괴물이 탄생하는데, 교통, 상하수도, 에너지(전력), 헬스케어 문제, 이웃과의 소통과 연대의식, 사회현실에 대한 기대와 배신에 대한 조화문제 등 거미줄 같은 퀴즈들이 젊은이들을 유혹한다.

 

내 생각으로는 이렇게 삭막한 세상은 없었다.

세상은 언제나 갈등의 근원지지만, 그래도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며 살아왔는데,

지금은 논리나 순리가 아니라 국민학교 청백전이다.

논리나 가치가 필요없다.

 

북한은 무슨 폭탄을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그 폭탄보다 우리 사회에서 불만 가득한 사람들이 가슴에 품고 있는 폭탄이 훨씬 더 무서운 존재일 것 같다.

 

 

 

 

 

 

아침가리계곡

 

아침가리계곡, 진동계곡, 곰배령 그리고 방동약수 등을 그간 얼마나 블로깅했나 살펴보았더니, 모두 11번이니, 생략된 것까지 합하면 최소한 15번 이상은 이곳을 다녔던 것 같다.

 

주변에 내린천, 구룡령계곡, 미천골계곡, 공수전계곡, 송천계곡, 어성전계곡 그리고 법수치계곡 등도 있지만 나는 아침가리계곡과 진동계곡이 가장 마음에 쏙 드는 계곡이다.

 

우리나라에 이만한 계곡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데, 접근을 불허하는 백담사계곡도 좋기는 하지만 길이가 짧지 않은가. 아침가리계곡이 여전히 맑고 아름다운 계곡으로 보전되는 것은 야영과 취사를 금지한 것이 좋은 효과를 가져오는 것 같다.

 

아침가리계곡은 한자어로 "조경동계곡((朝耕洞溪谷)"이라고도 하는데, 주변의 산세가 높고 험하여 “아침에만 햇볕이 살짝 들어 밭을 갈 수 있다.”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하는 첩첩산중인데, 중요한 것은 그런 깊은 산골짜기에 사람들이 밭을 갈고 화전을 일구며 살았다는 것이고 그 흔적들이 지금도 남아있다.

 

그런 첩첩 산중이어서, 중국의 베이징에서부터 칭다오로 길게 늘어진 산맥 타이항산맥(太行山脈)의 깍아지른 듯한 바위 절벽 위에 신천지처럼 펼쳐지는 마을 곽량촌(郭亮村)에 사는 사람들이 일본군이 쳐들어왔다가 패전하고 돌아간 것도 몰랐다는 것처럼, 조경동 사람들도 한국전쟁이 일어난 것도 모르고 살았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방동약수

 

우리나라의 유명 약수라는 것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방태산에서 솟구치는 이 방동약수도 탄산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서 취향이나 체질상 궁합이 맞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약수겠지만, 탄산음료를 싫어하는 내게는 별로다.

 

그래도 아쉬워서 한 병을 받아서 몇 모금 마셨더니 뱃속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나 쏟아버렸다.

 

 

 

 

솔밭 오토-캠핑장

 

방동약수에서 현리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다 보면 방태천이 흐르는 이런 야영장도 있다.

 

길재(吉再, 1353∼1419) 선생의 말따나,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다는 말처럼,

사람은 시시때때로 제 길을 찾아 떠나가지만, 그나마 자연은 우리를 기다려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