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에 돌아보았던 화암사를 아내가 못가본 곳이기에 잠시 들렀다.
지난 번 나들이 글을 “금강산 화암사(2019.10.27.)”로 올렸기 때문에 이번에는 짧게 정리했다.
금강산 화암사 - 일주문
일주문을 들어서면 얼마 전에 지나간 부처님 오신 날에 매달았던 연등이 화암사까지 늘어서있고, 사리탑(부도)도 환하게 밝히고 있다.
현대판 세심교(위)와 옛 세심교(아래)
차가 못다녀서 그렇지, 내 눈에는 옛 세심교가 더 아름답고 운치있어 보인다.
세심교에서 올려다본 "범종루" - 풍악제일루(楓嶽第一樓)
화암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라 생각된다.
수(穗) 바위의 여러 모습
석가모니 고행불상 - 수하항마상
그 양반은 큰 법당에 들어가서 절을 하고 있는 참에 나는 처음 보는 이 불상을 살펴보았다.
석가모니가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고통스러운 수행을 통해 마침내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을 연출한 것이다.
무엇을 깨달았을까?
깨달을 것도 특별히 없고, 평생을 다 바쳐 생각하고 연구해도 깨달을 수 없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았을까?
가끔씩 아내에게 진담이기도 하고 농담으로 물어본다.
오늘은 뭘 소원하거나 빌었어요?
빌기는 뭘... 그냥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거지요.
보시하고 비우고 버리라고 하는 거 같던데, 오늘도 몇 푼 보시하고 결국은 도둑질 하신 거 같네요.
나야 원래부터 탐욕스럽고 방탕해서 뿌린대로 거둘 각오를 하고 살지만...
그래도 당신 덕분에 이렇게라도 사는가보오.
하지만 필부필부의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는 건 당신도 아시잖아요.
절에 오면 원효대사(元曉大師, 617∼686)가 참으로 특별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당나라 유학길의 해골 물 이야기인 "마음이 일어나므로 갖가지 현상이 일어나고 마음이 사라지니 땅과 무덤이 둘이 아님을 알았다(心生則種種法生 心滅則龕墳不二 심생즉종종법생 심멸즉감분불이)"라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깨닫고 유학을 포기했다는 얘기는 사실일 수도 허구일 수도 있겠지만 뛰어난 인물이었음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이걸 약간 다르게 해석하면, 있지도 않은 진리를 어디서 구할 것이며, 생명 그 자체가 욕망인데 뭘 버리라는 것이며, 내 행적을 모두 알고 있는 존재는 나 자신밖에 없는데 누가 나를 심판할 것인가, 내가 나를 심판할 뿐이지 하는 말일 것이다.
인간이란 천사와 악마 사이의 어딘가에 존재하며 살아가는 인간일 뿐이기 때문이다.
또 원효가 길거리에서 "누가 자루 없는 도끼를 내게 주겠는가, 내가 하늘을 받칠 기둥을 깎을 것이다.(誰許沒柯斧 我斫支天柱)"고 소리 소리를 질렀다는데, 이 말을 알아들은 무열왕이 과부였던 그의 둘째 요석공주(瑤石公主)와 짝을 맺어주어 그 둘 사이에서 설총(薛聰, 655∼미상)이 태어났으니, 기개가 하늘을 찌르고 비상함이 신을 능가하며 정치감각이 뛰어난 원효였던 것 같다.
이렇게 동해안 나들이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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