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엔 잠을 뒤척였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역시 비가 내린다.
비내리는 용왕산의 아침은 아카시꽃, 이팝나무꽃, 찔레꽃 그리고 때죽나무꽃 향으로 가득하다.
봉제산도 마찬가지일 텐데, 봉제산은 내일 가볼 생각이다.
소나무숲 & 잣나무숲
봉제산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들이다.
소나무숲에는 생태보전을 위한 나무데크길이 아름답게 만들어져 있고, 중간에 이 숲을 음미하며 쉴 수 있는 벤치가 2개 있어서 잠시 쉬어가기도 하는데, 노을이 지는 석양의 정취가 그윽한 곳이다.
아래의 잣나무숲은 원래 KC대학교 소유의 땅인데 고맙게도 시민들에게 개방을 해주고 있다.
잣나무숲은 일부러 잣나무를 조림하여 조성된 공간으로 잣나무가 밀집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벤치도 많고 피톤치드 또한 많은 곳이어서 나를 비롯해 이 숲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서, 이 숲 주변을 빙빙 도는 산책을 많이 한다.
또한 이 숲 밑자락에 있는 KC대학에는 카페가 있어서 저렴한 가격의 커피를 마실 수도 있고, 산 능선길의 명소인 철쭉동산에는 "철쭉동산 카페"가 그리고 봉수대에는 "봉수대 카페"가 있어서 500원이면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진달래와 개나리 그리고 꽃의 향연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봄의 전령이랄 매화와 산수유꽃이 피고, 뒤이어 진달래와 개나리, 벚꽃과 목련, 철쭉 다음으로 아카시꽃, 찔레꽃, 이팝나무꽃과 때죽나무꽃이 피고, 마지막으로 꽃 같지도 않은 꽃 밤꽃이 대미를 장식한다.
이런 꽃들 중에서도 나는 찔레꽃을 눈여겨본다.
왜냐하면 어렸을 적에 먹어보았던 찔레순의 달큼한 맛의 추억이 아련한 향수에 젓게 만들기 때문이다.
모든 것들이 부족했지만, 찔레순, 잎술이 시퍼래지게 따먹었던 오디 그리고 늦가을의 햇살을 받고 있는 목화다래를 따먹어본 시니어들은 그 아련한 추억과 향수가 있을 것이다.
목련(木蓮)木蓮
나무에 피는 연꽃인 셈인데, 단아하고 화려하지만...
낙화된 모습은 스산하고 처참한 느낌이 든다.
KC대학의 벚꽃
요즈음엔 꽃구경을 굳이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우리 생활 주변에 온갖 꽃들이 지천이기 때문이다.
다만,나들이 하고픈 욕망 그리고 그룹이나 지인들과 함께 어울리기 위해서 버스 투어를 가는 것 아니겠나...
봉제산 KC대학의 철쭉
코로나 때문에 밀폐된 공간이나 사람들이 밀집된 공간을 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봉제산과 용왕산 그리고 안양천과 한강으로 발걸음을 많이 하게 되고, 나날이 변해가는 자연을 관찰자의 눈으로 살피게 된다.
KC대학 카페의 사계(四季)
산책길에 종종 들러 커피 한잔 마시는 곳인데, 주중에는 조용하지만 주말에는 제법 붐빈다.
그나마 학생들이 개학을 연기하고 있어서 그렇지 등교를 하면 붐빌 것이다.
나를 건강하게 그리고 보다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시켜준 곳이 한둘일까 만은 북한산, 용왕산과 더불어 봉제산이 내겐 참 고마운 산이다. 저녁노을을 많이 보았고,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들을 보았으며,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 속에서 많은 생각들을 했고, 눈길을 걸으며 생각을 넓히고 깊게 하기도 했다.
봄이 오기도 전에 불청객으로 찾아온 코로나 시국을 기화(奇貨)로 행낭을 차리는가 싶더니 길을 떠나시는 모양이고, 때맞춰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니 세상은 정말 코스모스다.....
떠나가시지만 참으로 고맙고 존경할 수 밖에 없는 분이시다. 언제나 너무나도 살갑게 나를 챙겨주셨던 분이셨으니, 더러는 불러도 주실 것이고...
오시는 분 또한 그런 분이시리라 기대되고 또 기대한다.
우연히 미스터-트롯의 "여백"을 들어, 그 노래 배우고 있는데, 생각이 많아지는 노래 중의 하나다.
오늘 수아 돌잔칫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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