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주변

환구단(圜丘壇) - 원구단(圜丘壇)

아미고 Amigo 2020. 6. 27. 10:21

 

환단(圜壇), 황단(皇壇), 원단(圜壇) 등으로부터 연유되었다는 환구단(圜丘壇) 또는 원구단(圜丘壇), 이거 관점에 따라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제법 재미있는 얘기다.

 

환구단(圜丘壇) 또는 원구단(圜丘壇)

천제단은 하늘에 제사를 올리던 곳으로, 고대 사회에서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것은 아주 흔한 것이었지만 우리와 중국처럼 우주의 원리에 기초한 천제단(天祭壇)을 만들어서 제사를 올리고 또 그 유적이 남아있는 곳은 드물다.

 

제사를 올리는 대상이 왜 대지, 산 또는 강이 아니라 하늘이었을까?

기후, 지리 그리고 풍토 등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하늘이었다.

족장이든, 부족장이든 또 왕이든 대체로 절대권력을 손에 쥐었는데, 이런 권력이 왜 어떻게 내 손에 쥐어졌는지를 스스로 자문자답 할 때 참 난감했을 것이다.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이 내 손에 쥐어졌는데, 그래야 할 뚜렸한 당위성을 찾기가 어렵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세상은 뒤집어지는거다.

때문에 절대권력의 당위성과 정당성을 찾아야 되고 그걸 주장해서 일반화시켜야 된다.

 

그게 하늘이었다.

인간들이 경험해봐서 알고 있는 대지, 산과 강은 곤란하고 누구도 알지 못하는 하늘이 제격아닌가.

 

오로지 나 만이 누구도 모르는 하늘과 소통할 수 있고, 하늘과 소통한 내 말이 바로 하늘의 뜻이니 느그들은 군말없이 내 말을 따라야지 그렇지 않으면 역천자(逆天者)로 하늘의 심판을 받는 것이다.

 

 

 

 

 

 

환구단(圜丘壇)은 사적 제 157호로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 귀퉁이에 쳐박혀있다.

동일 시설 안에서의 이름도 "환구단(圜丘壇)과 원구단(圜丘壇)"으로 표기되어있다.

 

한글로는 다르지만 한자는 둘 다 둥글 환 또는 원(圜) 자를 쓰고 있는데, 지금은 보통 "둥글다"는 의미의 원형(圓形)과 환형(環形)인 것으로 미루어 언어의 흐름과 변화라 생각된다.

 

변화는 시간의 요술 속에서 형질의 변화와 더불어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과 인식의 변화와 통하고 공감하기도 하고 더러는 갈등하기도 또 반목하기도 한다.

 

 

 

 

 

원구단(圜丘壇)

 

베이징 천단공원(天壇公園)의 원구단이다.

 

내 아이들에게는 1995년에 이어 두번째 외국여행이고, 딸 아이는 10살이고, 아들 녀석은 6살인데, 내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은 다가오는 세계화 시대 그리고 영어의 제2국어 시대와 더불어 제1외국어는 중국어 시대를 말로 설명하기 보다는 실제 현장에서 느껴보라고 데리고 나갔고, 각자 배낭을 메고 아이들이 코피를 쏟으며 걷게 만들었던 무척 뻑센 여행이었으니, 그 녀석들도 평생토록 잊지 못할 거다.

 

당시로서는 배낭여행의 처녀 비행이었는데, 괌도 베이징도 그런 거였다.

사전 답사는 물론 충분한 정보도 없이 그저 40대 초의 용기와 자신감으로 천방지축한 셈인데 두번의 자유여행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배웠고 그 이후로는 가족여행에 그럴 기회도 특별히 없었을 뿐더러 자유여행은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내 생각보다 더 빨리 날개가 돋아버렸다.

 

 

 

 

환구단(圜丘壇)

 

같은 둥글원(圜) 자지만, 중국은 원구단(圜丘壇) 그리고 우리는 환구단(圜丘壇)인데, 흐름은 생략하고 같은 한자를 두고 우리나라에서는 다르게 표현하였는데, 일상 용어에서의 둥글다는 의미의 원형(圓形)과 환형(環形)과도 달라서 , 언어도 시절따라 변하는 패션과 같아서 진리 또는 진실을 전하는 매체로서 시공을 초월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흐르면 언어 그 자체가 퍼즐이지 않던가...

 

나는 같은 한자든 말든 중국이 쓰는 원구단(圜丘壇)보다는 환구단(圜丘壇)이 좋다.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고 증명하는 한 수단인 문사철(文史哲),  인문학의 매력이 결과보다는 가치 지향적인 측면에서 자연과학보다 참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석고(石鼓)

 

하늘에 알리는 제례인데 북소리도 소가죽 말가죽 가지고 되겠나?

최소한 땅의 뼈인 돌로 만든 북 정도는 돼야지...

 

이 석고를 치면 세속에 멍든 인간의 귀에는 아무 것도 안들렸을지 몰라도 하늘의 상제께서는 음미하셨을 것 아닌가. 그러니 어찌보면 생각은 만물의 근원이라해도 될 것 같다.

 

나 같은 팔불출이 이런저런 신변잡기를 쓰면서 생각하다가 가슴을 쿵하고 치는 느낌에 망연자실해지고 지금까지의 생각들을 다시 돌려보는데, 대표적으로 조정래와 박완서 작가 같은 분들은 그런 비디오를 얼마나 많이 보았고 또 얼마나 많이 다듬고 얼마나 많은 날밤을 새며 공부해서 우리 가슴을 열어주었을까 생각된다.

 

 

 

 

왜 천제(天祭)였을까?

 

중국과 더불어 중국문화권의 고전 중 하나인 천자문(千字文)은 하늘 천(天), 땅 지(地), 그래서 천지현황(天地玄黃)으로 시작하는 한문 천자(千字)는 사용 빈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그 속에 중국의 가치나 진리 기준에 의한 우주, 자연 인륜의 이치와 사리를 담은 고전 인문서의 기본으로 권력은 하늘로부터 비롯된다고 보았던 것 같고, 그런 생각에서 천제를 올렸고 또한 논리적 근거인 왕권천부설(왕권신수설)의 근간이 되었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반대는 공산주의라고 한다.

한데, 권력의 주체(주인)가 누구인가에 따라 민주주의의 반대는 독재주의 또는 절대왕정이 있는 것 같고.

생산방식에 따라 생산의 3요소인 노동, 토지, 자본을 기준으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있을 테고.

국가가 바라보는 사회의 핵심(포커스)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개인주의와 사회주의가 있을 텐데, 얘기를 해보면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용어 또는 단어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다.

 

단순한 것인지 순박한 것인지 무식한 것인지 참 알송달송하다.

 

 

마지막 사진...

웨스틴 조선에서 마음이 소용돌이친다.

 

 

 

많은 분들의 정의와 민족적 자존감으로부터 무척 화가 난다.

나는 이씨왕조의 백성이었다고 생각하고싶지 않고 그렇게 되고 싶지도 않다.

 

천부적인지 노력의 산물인지 말하자면 너무 길어지고...

하여간 나는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고 그 속에 살고 싶은데...

현실은 코미디 연속극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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