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주변

절두산 순교성지

아미고 Amigo 2020. 5. 24. 11:56

잠두봉(蠶頭峰)과 절두산(切頭山)

잠두봉은 사라지고 절두산만 남았는데 "순교성지"라는 수식어까지 붙어 있다.

 

표지판 & 김대건 신부 동상(아래)

 

양화대교 북면 동쪽에 있는 잠두봉의 "잠"은 "누에 잠"이어서 이 작은 봉우리의 모양이 누에의 머리 모양이어서 잠두봉이라는 이름을 얻었었는데, 흥선대원군이 외국인들을 오랑캐인 양이(攘夷)라 하여 배척하였는데도 프랑스 선교사들이 천주교를 포교하자 프랑스 선교사들과 천주교도들을 죽였는데,

 

이를 알게 된 프랑스 함대가 한강의 양화진(楊花津, 지금의 절두산 일대)까지 공격(1866년의 병인양요 丙寅洋擾)해오자, 이에 대한 앙갚음과 상징적인 의미로 천주교도들의 처형지로 양화진에 있는 잠두봉을 선택하여 처형함에 따라 절두산이라는 이명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풍경이 아름답고 서해와 한강을 통해 온갖 산물들이 드나들었던 잠두봉과 양화나루는 잊혀지고 절두산이 되었으며, 절두산에 더해 절두산 순교성지가 되었다.

 

성지(聖地), 성스러운 땅, 누구(사람이든 사물이든)에게 성스러운 땅일까.....

또한 성스럽다는 것은 우리에게 도대체 무엇일까.......

 

 

 

 

 

동판 표지석을 밟고 이런 길을 올라가면 왼쪽에 "한국순교성인시성기념교육관"이 나온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일기예보대로 비가 온다.

비만 곱게 내리는 게 아니라 바람까지 있어서 비바람이 부니 아침 산책을 포기하고 옥상 파라솔 밑에서 용왕산을 바라보노라니 그놈의 코로나 난리 속에서도 5월은 깊어졌고 녹음은 짙어지고 있다.

 

마음도 그렇고 몸이 근질근질해서 방수자켓을 걸치고 용왕산을 넘어 안양천으로 산책을 나갔다.

안양천에 도착해보니 비바람 때문인지 적막강산이다.

할 수 없이 이선희씨를 초대해 함께 걷는데, 그의 노래 "장미"를 열정적으로 불러주었다.

그렇게나 음역이 넓고 카랑카랑하고 열정적이었던 그녀도 나와 띠동갑 안쪽이니 나이를 드신 것 같다.

 

 

 

 

 

 

양화나루(楊花津) & 양화진(楊花鎭)

 

잠두봉이 있어서 수려한 경관을 자랑했던 이곳은 물류거점이었던 "양화나루"였었고, 조선 시대에는 군사 진지인 "양화진"이었으며, 1866년대에는 천주교도들의 목을 치는 "절두산"이 되었다.

 

 

 

 

 

이런 길을 바라보며 걷다가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성녀 마더 테레사"와 예수 형상의 조형물을 만난다.

 

 

 

 

 

김대건 신부 상

 

살면서 "인간의 신념"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질문과 맞서야 할 때가 있는데, 절두산이 그런 곳 중의 하나다.

신념에 자신의 목숨을 건다는 것, 참으로 무겁고 진중한 문제다.

 

단순하게는 사색하는 인간이 다른 생명과 구분되는 가장 뚜렷하고도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지만, 신념, 그것이 진리이건 아니건 또는 실체가 있건 없건, 신념에 목숨을 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난해하다.

 

목숨을 건다는 것이 자신의 일정한 행위의 결과로 이미 선택권이 없는 사지로 내몰린 상황과 자신의 선택에 따라 신념과 죽음 중에서 택일할 수 있는 상황은 하늘과 땅 사이만큼이나 큰 간극이 있을 것 같다.

 

민주주의와 독재주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개인주의와 사회주의 등등의 이데올로기 그리고 수많은 종교이념과 신념들, 도대체 이런 것들이 뭐란 말인가, 절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무슨 이념과 신념이 중요한 게 아니라 등 따시고 배부른 세상이 좋은 세상 아닐까?

 

그런 것들을 이해하고 판단하는데 지식(知識, intelligence)과 지성(知性, intelligence)이 동원되지만, 영어권에서는 지식과 지성을 동일하게 보고 있는데 반해, 한자문화권에서는 지식에 오성(悟性, Verstand)이 더해진 것을 지성으로 보고 있는 것 같으니, 지식인과 지성인 역시 그런 개념으로 봐야 할 것 같고, 그래서 지식인이 반드시 지성인인 것은 아니지만, 지성인이 꼭 지식인일 필요도 없는 것일까?

 

우리가 열심히 공부해서 알고 있는 지식이 사리(事理) 와 물리(物理)에 언제나 부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성 당

 

 

 

 

 

 

척화비(위) & 김대건 신부 상(아래)

 

 

 

 

 

성 남종삼 흉상 등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문지방돌 & 오성바위(五性石)

 

 

 

 

 

 

 

절두산에서 바라본 여의도 국회의사당

 

 

 

 

 

 

 

철교와 전철

 

절두산 순교성지 바로 옆으로 지나다니는 전철 2호선 당산역과 합정역을 이어주는 철교와 전철

 

 

 

 

 

 

체리나무

 

 

 

 

 

 

잠두봉 유적지

 

양화나루, 양화진 그리고 절두산 순교성지는 미식을 추구하는 고메(gourmet)의 촉감으로 점심 사냥을 마치고 그야말로 잠간의 산책으로 들렀던 곳인데, 이런저런 것들을 살펴보고 감상하고 생각하며 3시간 남짓을 보냈던 충분히 의미있는 곳이었고 시간이었다.

 

말은 바람에 날아가버리는 것이지만, 글은 화석이 되어 영원토록 남는 것이니, 당연히 글은 진솔할 수 밖에 없고, 그러하기에 글은 수없는 수정과 퇴고를 거치지만, 속칭 블로거인 나는 마음이 내키는 대로 휘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