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금요일에 외손녀가 왔다.
감기에 걸려서 콜록거리기는 해도 해맑은 표정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뭐가 그리도 좋은지...
하긴 그래도 정기적으로 만나서 재미있게 노는 친구들이니
그럴법도 하겠다.
이 녀석에게는 나와 내 멘토가
가장 친하고 만만한 친구다.
"선생님, 선생님" 하고 불러주면...
노래하면서 박수쳐라...
일어서서 춤춰라.....
이제 그만 앉아라.
힘들었을테니 비타민 먹어라...
26개의 달(月)을 가진 아이와 노는 것이
등산보다 훨씬 힘들다.
등산이야 내 맘대로 하지만
말장단 맞춰야지...
앉았다 섰다, 왔다 갔다...
손뼉치며 노래 부르랴.....
그러는 사이
번개맨이 나타났다.
왜 번개맨인지는 모르겠지만.....
감기에 시달리면서도
죽마고우 할머니 할아버지하고 노느라 지쳐 잠든 녀석이 안쓰러워...
자고, 월요일 아침에 일찍 가라고 했더니
밤 사이에 폭설이 내렸다.
녀석의 기억 속에는 처음으로 각인될 눈이기에
옥상에서 눈을 담아왔다.
솜사탕 같기도 하고
아이스크림 같기도 한 눈을.....
눈사람도 만들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즐거웠는데...
밤이 되면서 감기가 기세를 돋군다.
자고 내일 가라고 했다.
밤새 보채고 비몽사몽간에 구토를 했다.
날이 밝고, 병원 문 열기를 기다려...
동네 소아과에 가서 진료받고, 처방받아
약 먹이고 미음 좀 먹였더니 토해낸다.
뭐든 먹이면 토해낸다.
임상경험이 풍부한 예비 며느리가 도와줬다.
차라리 아무 것도 먹이지말고
탈수가 걱정되면 링거를 맞춰라고...
청파동 소화아동병원에서 다시 검진하고
링거를 맞췄다.
채혈도 링거도...
울먹이면서도 거부하지 않는다.
그래야 빨리 낫는다고 했는데...
대화가 통한다.
참으로 신통방통하다.
그렇게 4박5일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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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가 손녀를 봐주는 게 아니라, 우리가 케어받고 있는 것 같다.
이 녀석 아니면...
우리가 이렇게 웃을 일이 얼마나 있겠나.......
삶은 그렇게 영원한 품앗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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