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 성당에서 외손녀가 유아세례(幼兒洗禮)를 받았다.
"세례(또는 영세 領洗)"라는 말이 우리 말이 아니라 그리스어 밥티스마 (βαπτισμα)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니 본래의 의미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어쨌든 사람을 물에 적시거나 담그거나 해서 지금까지의 죄악을 씻어 버리고
선하고 깨끗한 영혼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의미하며...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성수를 뿌리는 것으로 변화한 것 같다.
이 녀석이 유아세례를 받은 그 주인공으로 미카엘라(Michaela)라는 세례명을 얻었다.
난생 처음으로 세례식을 보았다.
장중하고 근엄할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유아세례식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 학예회의 연극같은 느낌이.....^^
나는 모태신앙이나 장성하지 않은 아이들을 부모나 친지들이 신앙의 길로
인도하는 것을 그다지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여...
내 아이들에게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신앙을 선택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미카엘라 이 녀석은 내 아이가 아니다.
세계관, 가치관, 신념체계 등등 삶의 기준을
인과의 법칙에 기초한 이성(理性)에 둘 것인가 아니면 다양한 구원체계의 신앙에 둘 것인가
또는 그 밖의 어떤 것에 둘 것인가는 본인이 선택할 문제라고 생각했고,
그러한 선택을 위해서는 최소한 대학졸업 정도의 인문학적 소양은 갖추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그랬었다.
좋은 세상을 위한 진리와 선악의 문제, 인간의 양심과 성실의 문제 등등과
인간 삶의 그림자일 역사의 증명을 누구라도 시시때때로 생각하지 않을까.......
하지만, 자신의 언행을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좋은 사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은 떨쳐지지가 않고.......
이 녀석 애교부리는 포즈다.
대부대모(代父代母), 이거 또한 참 흥미롭다.
연원이 있을테고, 필요의 이유와 의미 등이 있을텐데,
일종의 개런티로 이해하면 어떨지 모르겠다.......
세상은 참으로 빠르게 변하는 거 같다.
5∼6개월 된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가 있고, 좋아하는 놀이, 좋아하는 곳,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말하자면 이해하고 기억하는 인지능력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내가 자랐던 시절 그리고 내 아이들을 키웠던 시절을 견주어 보면
아이들의 인지능력 변화도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와 정보통신사회를 거쳐
사이버사회로 치닫는 것 만큼이나 진화하고 변화하는 것 같다.
세례식의 마지막은 이렇게 가족들의 성찬으로 마무리했다.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주고 축복을 빌었다.
건강하게 잘 자라서 이 세상에 온 값을 넉넉하게 하기를 바란다.
우선은 내년 여름에는 물놀이를 함께 가야겠고...
이제 슬슬 내 의자를 빼는 때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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