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9)
(사진은 클릭하면 커집니다.)
정릉(貞陵)
이야기가 참 많은 곳이다.
내가 서울 생활을 50년 가까이 하면서 처음으로 가봤기 때문이고 또 정릉이라는 동네가 주는 사회적 뉘앙스 때문이기도 하며, 진짜 이야기는 이성계와 두 부인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8명의 왕자들이 벌인 권력쟁탈전 때문이다.
태조 이성계(太祖 李成桂)의 증조부 때부터 아버지 이자춘(李子春)까지는 중국 원나라와 고려를 왔다 갔다 하며 고위관료였던 것을 바탕으로 이성계는 대규모의 사병조직을 거느리고 고려왕조에서 공을 세우는 등 두각을 나타내며 승승장구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지리산 운봉에서 왜구와 벌인 “황산대첩(荒山大捷)”에서 왜구를 궤멸했다고 한다. 이후 최고의 권력실세가 되었고 요동정벌과 위화도회군을 거쳐 역성혁명(易姓革命)에 성공하여 조선왕조(朝鮮王朝)의 태조(太祖)가 되었다.
그러나 첫 부인 신의왕후 한씨(神懿王后韓氏)는 향처(鄕妻)로 1남 진안대군 방우, 2남 영안대군 방과(2대 정종), 3남 익안대군 방의, 4남 회안대군 방간, 5남 정안대군 방원(3대 태종), 6남 덕안대군 방연, 공주 2명을 남겨두고 이성계가 왕위에 등극하기 전에 죽었고, 두 번째 부인 신덕왕후 강씨(神德王后康氏)는 경처(京妻)로 7남 무안대군 방번, 8남 의안대군 방석(세자책봉), 공주 1명을 두었지만, 그가 1396년에 죽자마자 왕자의 난(1398년)으로 그의 두 왕자도 제거되었고, 이를 계기로 태조의 권력도 방원을 비롯한 왕자들에게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세자책봉과 “왕자의 난(방원의 난)” 그리고 적통성 등을 얘기하려면 길어지므로 이 정도에서 생략한다.
정릉 들어가는 길
입구에 다다르자 시원한 숲이 열린다.
나는 재실은 젖혀두고 정릉을 먼저 살펴보고 벤치에서 주변의 풍광을 감상하며 잠시 쉬었다가 숲속 산책길을 걸었다.
정릉의 역사
이 정릉은 원래 중구 정동에 있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1409년에 태종이 이곳으로 이장하였다고 한다. 신덕왕후 입장에서는 배 다른 아들이고 태종 입장에서는 작은어머니(?)인 처지로 서로 정적(政敵)이어서 신덕왕후를 홀대한 흔적들이 많이 보이며, 신덕왕후의 능이 중구 정동에 있었기에 정릉이라 했고, 그 정릉이 이곳으로 왔기에 이곳 일대를 정릉동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숲길 1
이 정릉은 북한산 자락이어서 물이 제법 많다. 아주 작은 골짜기에서도 물이 흐르는데, 이런 골짜기에서 숲길 산책을 시작한다.
숲길 2
산책하는 사람이 많지도 않은데, 대부분 여성들이다.
정릉이라는 동네는 정릉동, 성북동, 길음동, 돈암동 등이 섞여있는 것 같고, 이 중에 성북동에는 부자들이 많이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성북초등학교에는 승마부도 있다.
팥배나무 숲
팥배나무숲이라는 안내판이 있어서 한동안 주변을 살폈지만 내가 보고도 모르는 건지 팥배나무는 찾지 못했고 아름다운 소나무를 감상했다.
낮잠
등받이가 없는 벤치에서 한 여성이 오수를 즐기신다. 요즘 여성들 간도 크고 세상에 무서울 게 없는 모양이다.
또 다시 오수
이렇게 한 잠 자고 나면 피톤치드는 많이 마실 것 같다.
이 지점이 “북한산로”가 지나가는 지점으로 북한산 자락인 정릉이 이 도로로 인해 섬이 되어버렸다. 나는 이 삼거리에서 걸어보지 못한 중간 산책로를 걸어 반대편 삼거리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재실 쪽으로 내려간다.
재실로 내려가는 길
이제 재실로 내려가면 산책로는 모두 걸어본 셈이다.
정릉이라는 동네에는 삼청각, 외교관 사택단지, 길상사 그리고 간송미술관 등 특별한 곳들이 많은 동네다.
태조비 신덕왕후 재실(齋室)
신덕왕후가 이성계의 경처로서 이성계의 역성혁명(?)과 정권안정에 큰 힘이 되었으며, 생전에는 왕후로서 영화를 누렸지만, 사후에는 두 아들을 잃게 되고 본인의 유택(幽宅)마저 수난을 당하였으니 짠한 생각이 든다.
태조비 신덕왕후 도서관
재실의 유휴공간을 도서관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
나가면서 정릉 담에 붙어있는 흥천사 사진이 미끼가 되어 정릉의 원찰(願刹)까지 둘러보다 보니 흥천사와 적조암 그리고 봉국사까지 제법 걸었다.
대중교통으로 가느라 각시를 데리고 가지 않아서 어쩌면 한번은 더 가게 될 것 같은데, 단풍이 곱게 물든 때가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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