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주변

서달산 & 국립서울현충원

아미고 Amigo 2024. 5. 15. 09:01

(2024.4.30. & 5.2)

(사진은 클릭하면 커집니다.)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 서달산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현충원을 품고 있는 산이 서달산(西達山)이라는 건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현충원은 한강을 바라보는 반원 형태로 서달산의 능선까지가 현충원 묘역이고 그 너머는 숲과 산책로와 쉼터가 있는 도심 속의 허파다. 겨우내 썰렁했던 곳이 5월에 들어서니 아카시꽃과 이팝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서달산 가는 길과 통문

현충원과 서달산을 넘나드는 통문은 모두 5개가 있는데, 오른쪽(서쪽)에서부터 미개방 통문, 흑석통문, 상도통문, 사당통문 그리고 동작통문이다. 나는 서쪽의 흑석통문으로 가서 동쪽의 동작역으로 내려갈 참인데, 통문을 오르내리는 길은 경사가 심해서 숨이 찬다.

 

 

 

 

 

흑석통문 달마사(達磨寺)

흑석통문을 통과하여 서달산 산책로를 따라 덕수봉을 지나 달마사에 이른다. 달마사의 일주문은 사주문(四柱門)인데 진여문이라고 쓰여 있고 절이 아기자기하게 예쁘다.

 

 

 

 

 

달마사(達磨寺)

이름에서 혹시 달마대사(56세기의 인도 승려)와 관련이 있을까 했는데, 아무런 관련이 없고 달마사는 1931년에 창건되었다니 일제 강점기에 세워진 사찰인 셈인데, 서달산의 정상에 있는 동작정과 동작대로 가는 길의 높은 곳에서 달마사를 내려다보면 한강까지 보여서 경치가 수려하다.

 

 

 

 

 

거북바위

거북바위라고 표시되어 있고 설명문도 장황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전혀 거북 같지 않은 거북바위다. 그러나 이곳에서 달마사의 전경을 바라보는 것은 일품이다.

 

 

 

 

 

서달산 정상

서달산(西達山, 179m) 정상에는 동작정(銅雀亭)과 전망대인 동작대(銅雀臺)가 있는데 나무에 가려져서 전망은 보이는 게 별로 없다. 서달산에 대하여는 달마가 서쪽에서 왔느니 하는 얘기가 있지만, 스토리도 없고 맥락도 연결이 안되는 거 같다.

 

 

 

 

 

동작정 상도통문

현충원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현충원을 그리고 서달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서달산을 걷지만 현충원에는 참배객을 비롯해 외지에서 전철로 오는 사람들이 있고 서달산은 대체로 주변의 지역 주민들이 산책을 한다. 나처럼 통문을 넘나들며 걷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상도통문으로 드나드는 사람이 가장 많은 거 같다.

 

 

 

 

 

호국지장사(護國地藏寺)

현충원 경내에 있는 사찰인데 호국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현충원에 있는 종교시설의 하나로 지레짐작하고 건성으로 보고 다니다가 이번에 연혁을 살펴보니 서달산의 진짜 터줏대감은 창빈 안씨(내 블로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의 터주대감참조)가 아니라 바로 이 호국지장사가 맞는 것 같다. 또한 조선 후기의 명사 오성 이항복(李恒福)과 한음 이덕형(李德馨)이 어렸을 때 이 절에서 공부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상도통문 사당통문

상도통문에서 현충원 경내에 있는 호국지장사를 둘러보느라 경사진 길을 오르자니 숨이 찬다. 그러나 상도통문에서부터는 맨발로 걷기 좋은 흙길이 펼쳐진다. 그래서 나는 아쿠아샌들을 신고 다니며 유연하게 대처한다.

 

 

 

 

 

사당통문 동작통문

현충원의 철책은 이중으로 되어있다. 바깥 철책에서 약 5m 정도의 거리를 두고 이중철책이 있는데, 무슨 침입자를 막기 위한 일종의 해자(垓字) 역할은 아닐테고 아마도 화재를 대비한 시설 같은데, 그렇더라도 쇠꼬챙이가 있는 철책은 느낌이 아주 별로다물결 모양의 게이트가 언덕마다에 있는데, “메모리얼 게이트라고 하며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리는 것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동작통문 동작역으로

이렇게 맨발로 걷기 좋은 맨흙의 오솔길이다. 그런데 뜬금없는 참호가 나타난다. 국방부와 군도 변화가 더딘 조직 같다. 지금도 1950년대에 머물러있는 것일까...

 

 

 

 

 

천국의 계단

호국영령들이 영면하고 있는 곳이니 천국의 계단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이곳에서부터 산책을 시작하면 들이당창 끝이 안보이는 계단 길에 주눅이 들고 계단을 다 오르고 나면 진이 빠진다. 표고 180m를 오른다는 게 태백산 오르는 거 같고, 이 계단을 내려오면 전철 4호선 동작역이 보이고 반포와 사당동으로 이어지는 찻길이 보인다. 동작역에서 출발하여 서달산을 돌고 원점 회귀하는 데에는 대략 5km 정도로 걷기에 적당한 편이다,

 

 

 

 

 

동재기 나루터와 서래섬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759)의 그림을 보면 현충원 정문과 동문 앞 일대가 동재기 나루터였던 것으로 보이며, 1980년대 초에 올림픽대로를 만들면서 조성된 인공섬인 서래섬 주변은 매립이 된 것으로 보이며 서래섬 자리에 원래 반포섬이 있었다고 한다.

 

내게는 인연이 많은 서래섬이다.

삼성동에서 퇴근하면 올림픽대로를 타고 오다가 서래섬으로 빠져서 퇴근길 잠깐 낚시를 즐기는 것인데, 조과(釣果)는 십중팔구 꽝이지만 케미칼 라이트를 꽃은 낚싯대를 드리우고 강물을 바라보며 담배 한 모금을 깊게 들이마시는 여유와 낭만은 낚시병 환자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특권이자 병이다.

그랬던 시절도 있었다.

 

 

 

 

 

평화와 전쟁

현충원의 정문과 동문 주변의 담장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종전이 아닌 휴전, 학도의용군 78만명의 희생자

베트남전 참전용사 32만명, 베트남전 5,099명 전사

지금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보더라도, 승리하는 전쟁보다 자존심 좀 상하더라도 평화가 훨씬 더 좋을 것 같다.

 

 

 

 

 

호국 부자(父子)의 묘

현충원에 있는 호국영령들이 애석하지 않은 분이 한 분이라도 있을까 만은, 동쪽 끄트머리 29번 묘역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꽃다운 청춘에 산화하여 함께 영면하고 있는 부자의 묘가 있는데, 미망인이자 어머니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내셨을까...

 

 

 

 

 

 

못 다한 이야기가 두엇 있는데 다음 기회에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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