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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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빙된 한탄강을 아내와 함께 걸으며 한탄강의 속살을 리얼하게 보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이 겨울에 그걸 기대하기는 난망일 것 같아서 한탄강 물윗길을 걸으려고 어제 자동차 시운전까지 마치고 만반의 준비를 해두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폭설이 쏟아진다. 한탄강은 일기 청명한 날로 연기하고 글루미(gloomy)한 하루를 보내다가 석양 무렵에 용왕산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용왕산 팔각정
용왕산(龍王山), 이름 자체가 격조가 있다. 내가 즐겨 다니는 봉제산(鳳啼山)도 마찬가지다. 위키백과에 의하면 옛날에는 엄지산・역산・왕령산・왕재산이라고 했다는데 용왕산이라 바뀐 연유는 그야말로 전설 같은 전설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나 강서.양천구(옛날 김포) 토박이(3대)인 지인의 얘기에 의하면 인공폭포가 있었던 조그만 봉우리가 엄지산이고, 그 엄지산과 용왕산 사이를 흐르고 있는 안양천의 원래 물길은 엄지산 위(성산대교 언저리로 추측된다.)로 있었는데 지금처럼 물길을 바꾸었다고 하니 인간이 자연도 조작하는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동봉(東峰) & 서봉(西峰)
양천구에서는 유일무이하게 그나마 산 같은 산 근린공원 용왕산은 그야말로 보석 같은 산이다. 양화초등학교와 목동아파트를 연결하는 고갯길을 올라 서쪽(B)의 둘레길로 들어선다. 산과 바다에 가면 대개 가슴이 탁 트인다.
산은 산이고, 산에는 나무가 있는데 주로 아카시나무가 있다. 보통은 아카시아라고 부르는 이 아카시나무는 박정희 때 산림녹화를 위해 일본에서 수입한 품종으로 수명이 대략 50년 정도라고 하는데 순기능도 있고 역기능도 있다.
산에 있는 논 이야기
이런 쉼터에 시니어들이 북풍한설을 막아보겠다고 바람막이 비닐을 쳐두었는데, 여기에 뜬금없는 논 이야기가 나온다. 주변과의 조화라는 말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데, 연목구어(緣木求魚)가 떠오르고 여의도 샛강이 떠오르며, 수백 대 일의 경쟁을 뚫고 패스한 공무원 나리들의 탁상 창의력이 놀랍기만 하지만 “여기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단 말이야?”라는 어록과 오십보백보 같다. 게다가 “공존의 wetlands”라는데, 이거 이해 못하는 사람은 용왕산도 오지 말라는 얘기일까.....
서봉(西峯) 정상
동봉과 서봉 두 개의 봉우리 중 서봉(해발68m)의 정상은 이런 모습이며, 팔각정과 그 아래 인조잔디운동장이 있는 동봉에 비해 한적하기도 하고 주로 시니어들이 운동도 하고 한담을 나누는 곳이며 이곳에는 제법 나이를 드신 소나무들이 세월의 연륜을 자랑한다.
서봉 하산 길
멋진 돌계단 길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돌계단 길을 두고 그 옆에 나란히 데크길을 설치했다. 둘레길도 트래픽 잼(Traffic Jam)이 있어서 그랬나? 아니면 떡고물이나 떡 중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을까! 공공재(公共財)에 대한 시민의식의 표어 같은 말의 하나가 “모두의 것은 누구의 것도 아니고, 누구의 것도 아닌 것은 내 것이다.”라는 말이 맴돈다.
시.군.구 자치제라는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트린 건 아닐까? 중앙정부 임명직 시장.구청장.군수 때는 상상도 못할 일들이 다반사로 벌어지는데 견제장치가 없기 때문은 아닐까? 또한 민도(民度)는 공범 아닐까? 오랜 군사독재에 길들여진 탓은 아닐까?
고갯길
염창역이 있는 목2동에서 신목동역이 있는 목동아파드 단지로 넘어가는 고갯길은 2개가 있는데, 하나는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인데 지금은 자동차 통행을 막아두었고 또 하나는 운치 있는 오솔길이다.
용왕산 정상
용왕산 팔각정이 있는 용왕산 정상(78m)이자 동봉(東峰)인데 설경이 별로라서 많이 아쉽다. 영상의 기온에서 내린 폭설인지라 적설이 되지 않고 녹아버린 것 같다.
인조잔디운동장
이 운동장은 배수지(配水池)위에 만들어진 운동장으로 지역 주민들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생각되는데, 처음에는 맨땅이었다가 다음에는 트랙에다 우레탄을 깔았다가 지금은 인조잔디가 깔려있는 멋진 운동장이다.
기상예보도 없었던 폭설은 강설량이 대략 8cm 이상이고 적설량은 기온이 영상이어서 5cm정도 같았는데 이 운동장에는 순백의 페스티벌이 벌어졌다.
페스티벌(festival)
인조잔디운동장에는 목동의 싱싱한 작가들(?)의 눈사람 페스티벌이 열렸다. 이런 작품들을 통해 내게도 동심의 세상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큰 박수는 아무래도 판다와 가족 그리고 용왕산의 사탑(斜塔)에 보내고 싶다.
귀가
귀가, 따스하고 포근한 단어다.
생존하기 위해 경쟁하는 사회적 얼굴의 세상에서 모두가 나를 감싸주는 내 얼굴의 영역인 가정으로 돌아간다.
인간은 그리고 삶은 그런 것이다.
오늘이 2023년의 마지막 날이네요.
내년에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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