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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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리가옥
종로3가역 가까이에 있는 익선동(益善洞)에 프랑스음식을 취급하는 “빠리가옥”이라는 명소가 생겨서 제법 화제 거리가 되기도 하고 백과사전에도 올라 있는데, 요리도 프랑스인들이 직접 만들어낸다고 하며 한옥의 대문에 프랑스 국기가 걸려있다.
이즈음에 내 생일이 있는데, 아내가 맛있는 음식을 살 테니 좋은 곳을 고르라고 해서 빠리가옥을 골랐다. 프랑스요리와 색다른 맛에 대한 기대도 조금은 있었지만, 그보다는 익선동의 별천지 같은 골목길들을 아내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고른 것이다.
집 밥과 외식, 이거 일상생활이면서도 씁쓸한 미소가 지어지는 때가 있다. 점심을 의례 외식을 하던 시절에는 집 밥과 외식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었는데, 은퇴를 하여 집 밥에 길들여지면 입맛도 장기들도 자극적인 외식이 먹을 때는 좋았던 것 같은데 뒷맛이 부담스러워진다. 은근히 아내에게 점점 종속되어 가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 기분이 야릇해진다.
메뉴
메뉴는 Starters, Main dish, Side menu, Pasta & Risotto, Pizza, Wine, Coffee & Drinks, Dessert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나는 싸구려인 내 입맛에 맞게 양파수프, 연어 스테이크, 비프 브루기뇽, 프렌치 프라이 그리고 마늘빵을 주문했다.
음식의 맛과 질에 대하여는 싸구려인 내 입맛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인터넷에 있는 많은 리뷰들을 참고하는 것이 더 좋을듯한데, “빠리”라는 거품이 조금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됐다. 그리고 나는 일요일 13:30으로 예약을 하고 시간에 맞춰 갔는데도 좌석이 없어서 잠깐 대기했다가 앉았다. 해서 종업원에게 물었더니 주말보다는 주중이 조금 여유롭다고 하던데 실상은 모르겠다.
19세기(?)의 골목길들이 거미줄과 미로처럼 얽혀있는 익선동 골목의 한옥에 모던한 느낌을 주는 프랑스 식당을 열었다니 재치와 기지가 넘치는 거 같은데, 음식 값의 상당부분은 타임머신을 타고 19세기로 시간여행을 하는 익선동의 한옥마을과 골목들 그리고 올망졸망한 가게들이 대신 해주는 것 같다.
식당 내부
한옥의 멋을 살리면서 공간을 구성했지만, 아무래도 조금 비좁고 답답한 느낌이었는데 취향에 따라 느낌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익선동 골목
익선동은 원래 누동궁(樓洞宮)의 익랑(翼廊) 때문에 익동(翼洞)이라했고, 이 마을에 한성부 정선방(貞善坊)이 있어서 “익”자와 “선”자를 조합해 익선동(益善洞)이 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광속으로 변해가는 21세기의 종로 한복판에 19세기의 고즈넉한 동네가 21세기 그리고 세기를 넘어서 조화롭게 공존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예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다.
골목길
바로 이 익선동 때문에 “빠리가옥”을 선택한 것인데, 나는 익선동을 몇 번 지나쳐봤지만, 아내는 북촌과 서촌 그리고 종로의 피맛길(피맛골) 정도는 걸어보았어도 서울 종로 복판에 익선동 같은 마을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아서 익선동을 찾은 것이다.
피맛골(피맛길)은 서민들이 고관대작들의 종로대로 마차행렬을 피하는 골목길로 고갈비(고등어 갈비)가 유명했으며 큰길에서 북쪽으로 첫 번째 골목인데, 서민들에게 높은 사람들은 그다지 반갑지 않은 존재인가 보다.
종로3가역 & 탑골공원
탑골공원과 종묘서울시민광장 사이에 있는 종로3가역은 참 흥미로운 곳이다.
노량진과 더불어 서울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같이 운집하는 대표적인 곳이 종로3가인데, 노량진에는 공시생들이 모이는 곳이고 종로3가는 시니어들이 모이는 곳이다.
나도 언젠가는 여기를 찾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지나가는 길에 몇 차례 둘러보며 이야기도 나누어보는 등 실태파악을 해보았는데, 탑골공원에 오는 사연들이 각양각색이고 지역도 서울뿐만 아니라 인천, 수원, 동두천 등 먼 곳에서 오는 사람들도 있는데 모두 다 그래야 되는 사연들이 있다.
집단이 형성되면 서열이 정해지며 파벌이 만들어지고 그런 속에서 친구를 사귀기도 하고 적대관계가 발생하기도 하며 여기에서도 돈은 위력을 발휘하는 권력의 하나가 된다. 어쨌든 이 탑골공원 주변은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한 실버사업이 성업이다.
나도 언제쯤 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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