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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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량역
보성 득량(寶城 得糧), 어감이 참 좋은 지명이다.
득량역이라는 역사는 있지만 근무하는 역무원은 없는 간이역이다.
그래서 승차권은 기차 안에서 또는 인터넷으로 예매를 해야 한다.
1960년대 내지 1970년대의 풍경과 느낌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는데, 나도 그 시절에 이런 기차역에서 친구를 반갑게 맞았고 또 아쉽게 떠나보냈던 추억이 저절로 떠오르는 곳이다.
역사 출입문 위의 “억수로 반갑데이”는 누구의 발상이었고 또 지금도 붙어있다는 것이 감각도 생각도 없는 난센스 같다. 그렇게 하려거든 뒤쪽 출입문의 “어서 오시오!”도 “어서 오이소!”로 바꿔야 어울릴 것 같아서 말이다.
득량역을 둘러보면서 1970년대에 전영 씨가 불렀던 노래 “어디쯤 가고 있을까.”가 떠올랐는데, 전영 씨도 이제 6학년이 되었겠다.
역사내부
득량역이 1930년에 개통되었다니 90년이 넘었는데, 100년을 채우는 2030년에 폐역될 거라고 한다. 요금표가 있는데, 아마도 1970년대 아닐까 생각되고, 지금 기준으로 보면 무척 싼 요금인데 그것도 부담스러워 무임승차하는 통학생들도 있었다.
오봉산(五峰山)
득량역에서 보는 오봉산은 이런 모습인데, 눈에 보이는 것은 작은 오봉산이고 그 뒤에 큰 오봉산이 또 있다고 한다. 하여간 이곳에서 오봉산에 있는 거북바위에게 소원을 빌면 소원성취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나는 아내의 건강 하나만 빌었다. 욕심 부리다 보면 괘씸죄에 걸릴까봐...
옛날에 깊은 산속에 의좋은 삼형제가 살았는데, 이를 지켜보던 산신령이 기특하다고 여겨 이들 앞에 나타나 각자 소원을 말하라고 했다.
첫째와 둘째는 예쁜 각시와 으리으리한 기와집 그리고 많은 전답을 소원하여 그 소원을 이루었고, 막내 너도 네 소원을 말하라고 했다.
막내는 초가삼간에 소박한 아내 그리고 논 서마지기와 마당 앞에 사시사철 물고기가 잘 잡히는 연못 하나면 족하겠다고 했더니, 산신령 왈, 그렇게 좋은 건 내가 해야지 너를 주겠니? 하면서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득량의 명동
득량역과 철로에서는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었는데, 득량의 명동인 이 거리에서는 옛날의 활기를 어림해보기는 어렵고 유일하게 지금도 영업을 하고 있는 동명상회가 이 거리는 박제가 아니라고 외치고 있다.
득량만(得粮灣)
산이 있고 들에 논과 밭이 있으며 개펄과 바다가 있으니 산물이 풍성하고 살기 좋았을 것 같다.
시간이 어줍지 않아 저녁을 보성 벌교에서 짱뚱어탕을 먹을까 아니면 구례구역에서 참게탕을 먹을까 생각하다가 초피(젠피)를 넣은 섬진강의 시원한 참게탕이 낫겠다고 구례구로 내달렸다.
한 컷의 만평으로 세상을 얘기하는 만평가는 대단한 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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