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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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승선교
선암사(仙巖寺)는 신선들이 바둑을 두던 너럭바위에서 유래된 것이라 한다.
선암사는 당연히 가봤다고 생각하며 사는데, 승선교(昇仙橋) 사진을 볼 때마다 낯설고 강선루(降仙樓)를 보면 더더욱 그렇다. 미심쩍으면 확인해보는 거다. 속세에서 불국정토로 건너가는 승선교가 2개씩이나 있는 곳 아닌가!
주차장에서 승선교로
위 건물이 매표소인가본데 지금은 무료입장이어서 1.2km 길을 걸어 올라가다보면 부도와 비석 그리고 화엄사의 사사자석탑 비슷한 석탑이 있는 비석거리가 나오는데 안내문이나 설명문은 없다.
제1승선교
속세에서 불국정토인 선암사로 가는 길에는 2개의 홍예교(虹霓橋 : 무지개다리)를 건너야하는데, 다리가 만들어지던 때에는 제1승선교에서 제2승선교까지는 선암사천 오른쪽에는 길이 없고 제1승선교를 건너 왼쪽으로 올라가다가 제2승선교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건너가는 구조여서 다리가 2개라고 한다.
승선교는 호암대사(17∼18세기 인물)가 1707년∼1713년에 2개를 동시에 만들었다고 하는데, 제1승선교는 원형 그대로인 것 같고,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제2승선교는 증수를 하여 성형미인처럼 아름답고 홍예(虹霓)의 중앙에 용머리 모양의 이마돌이 돌출되어 있는 것도 증수하면서 설치한 것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
제2승선교
보물 제400호이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승선교(昇仙橋)’라고 부르는 절묘하게 아름다운 제2승선교인데, 강선루(降仙樓)와 하모니를 이루어 시드니하버의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보다 더 멋진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 같다.
호암대사가 그윽한 멋을 내기 위해 공이 많이 들어가는 홍예교를 두 개씩이나 만든 건 아닌 것 같고 지형 따라 길 따라 만들다보니 그렇게 되었겠지만, 세상사 동가홍상(同價紅裳)이라고 제2승선교가 뭇사람들의 시선을 끄는데, 문화재 등을 심사하는 분들의 미적 감각도 오십보백보 아니었을까...
강선루(降仙樓)
선암사, 승선교 그리고 강선루, 신선이 오르내리고 노니는 곳이다.
강선루에는 2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첫째는 승선교를 2개씩이나 건너왔는데 강선루가 또 하나의 다리이자 문이라는 것이고, 둘째는 기둥 중 대각선으로 대칭점에 있는 기둥 2개의 주춧돌이 냇물에 놓아졌다는 것이다.
석축을 쌓아서도 얼마든지 편하게 할 수 있었을 텐데도 이렇게 정교하고 어려운 건축을 한 것은 아름다움과 건축기술을 자랑한 것 같은데, 이런 건축물은 강선루가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선각당(先覺堂)
전통찻집인데, 불교 관련 소품들과 기념품 등도 판매한다.
조계산 선암사(曹溪山 仙巖寺)는 문화와 문화재의 가치 그리고 문화재 답사에 길잡이 역할을 해주신 철학박사 유홍준 교수가 극찬한 사찰의 하나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7개 사찰)’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사찰이다.
삼인당(三印塘)
전라남도 기념물 제46호인 타원형 연못 삼인당은 9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연못의 장타원형 안에 있는 섬은 ‘자리이타(自利利他)’, 밖의 장타원형은 ‘자각각타(自覺覺他)’를 의미하는 것이며, 삼인(三印)은 제행무상인(諸行無常印), 제법무아인(諸法無我印), 열반적정인(涅槃寂靜印)을 뜻한 것으로 이런 연못은 선암사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연못이라고 한다.
불교의 이야기들은 참 재미있고 어렵다.
自利利他는 나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라는 것이고, 自覺覺他는 내가 깨우쳐 남도 깨우치게 하라는 것이라 한다. 삼인(三印)의 諸行無常印은 모든 현상은 시시각각 변화한다는 것이고, 諸法無我印은 모든 법이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涅槃寂靜印은 열반하면 무아(無我) 무상(無常)이다(?)라는데 무척 어렵다.
야생차
선각당과 삼인당 주변에는 이렇게 야생차들이 예쁘게 자라고 있다.
일주문과 속 빈 나무
일주문(一柱門)은 사찰에 들어서는 첫 번째 문인데, 일주라고 해서 기둥이 하나인 것은 아니고 두 개의 기둥을 일렬로 나란히 세운 문인데 화재로 소실된 것을 복원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문득 베트남 호치민에 있는 ‘한 기둥사원’이 떠오른다.
아래의 속이 텅 빈 나무, 이거 정말 선암사의 명물이다.
이걸 보는 순간 바로 부모님이 떠올랐다.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고 빈껍데기로 세상을 떠나가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자식은 부모의 아바타이기도 하다.
범종루와 범종각
범종루가 있는데 또 범종각을 세웠을 것 같지는 않아 확인해보니, 범종루는 범종각과 함께 세워지면서 영성루(迎聖樓)라고 하였는데, 나중에 잦은 화재의 화기(火氣)를 누르기 위하여 범종루(梵鐘樓)로 개축하였다고 한다.
만세루(육조고사)
강학당(講學堂)으로 앞에서 보면 만세루(萬歲樓)이고 뒤에서 보면 육조고사(六朝古寺)인데, 육조고사 현판은 영의정을 추증받았던 김익겸(1614~1636, 구운몽의 저자 서포 김만중의 부친)의 글씨라고 하며, 중국 선종의 고승인 6조 혜능대사의 법통을 이어가는 사찰이라는 뜻이라는데, 이설도 있다고 한다.
대웅전 & 삼층석탑
선암사 대웅전에는 3무(三無)라 하여 사천왕상이 없고, 큰 스님만이 드나드는 어간문이 없으며, 협시불이 없다는 것과 석등과 벽화 그리고 주련이 없다는 것 등 다른 설도 있는 것 같다.
겹벚꽃 & 무우전
나무의 가지가 아래로 축 쳐져있어서 스님에게 무슨 나무냐고 물었더니 ‘왕벚꽃’이라고 했는데, 지금 꽃이 피어있는 것을 보니 겹벚꽃이 맞는 것 같다. 겹벚꽃과 선암매가 만나는 위치에 사찰 내에 별도의 절처럼 담장이 둘러쳐진 무우전이 있는데, 각황전이며 원로원이기도 하다.
태고종인 선암사와 조계종 간에는 오랜 기간 동안 선암사의 소유권 문제로 다투었는데, 보시(布施)와 무소유를 말하면서 실상이 얄궂기도 하다. 하여간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선암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또한 이곳 조계산을 무대로 한 소설 ‘태백산맥’의 저자인 조정래 작가도 이 선암사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한다.
선암매(仙巖梅)
이왕이면 선암매가 예쁠 때 가려고 날마다 인터넷으로 체크를 하다가, 조금 부족해도 지금쯤이면 볼만하겠지 하는 때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이렇게 이제 막 피어나고 있다. 아쉬움이 남아야 다음에 또 가볼 수 있다.
매화는 선암사의 선암매(仙巖梅)를 비롯하여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古佛梅), 구례 화엄사의 화엄매(華嚴梅), 강릉 오죽헌의 율곡매(栗谷梅)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더욱 유명하다.
황제가 궁녀들을 모두 모아놓고 ‘세상에서 어떤 꽃이 가장 좋은 꽃이냐?’고 물었다. 별의별 꽃들이 다 나왔지만 황제는 고개를 가로저으니 이내 조용해졌다. 황제가 맨 뒤에 조용히 있던 궁녀에게 ‘너도 말해봐라.’ 했더니, ‘매화 난초 국화가 아름답다고 하나 시들면 그만이지만, 목화(木花)는 소박한 꽃일지라도 그 꽃으로 실도 만들고 옷도 만들어 입으니 목화가 가장 좋은 꽃인가 하옵니다.’라고 하여 황제의 지극한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H/W는 눈을 자극하지만 S/W는 지적 호기심을 오래도록 자극한다.
황제는 제후(왕)를 거느린 군주인데, 거느리는 제후도 없는 자가 황제놀이를 하다가 나라가 망하기도 했지 않은가...
무량수각(천불전) & 삼성각 & 소나무
이 전각들은 일부러 찍은 건 아니고 풍경이 아름다워서 풍경을 담으면서 들어간 것이고, 전각들은 건성건성 둘러보았다.
뒤깐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로 시작하여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로 끝나는 정호승(鄭浩承) 시인의 ‘선암사’라는 시로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푸세식 화장실인데다 너무 낡아서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바로 옆에 깔끔한 화장실이 있다.
뒤깐, 화장실, 변소, 통세, 치깐, 정랑(성북동 길상사), 해우소(解憂所) 등 참 다양하다.
선암사 전경 & 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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