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구례 지리산 화엄사 구층암

아미고 Amigo 2024. 5. 7. 08:51

(2024.3.14)

(사진은 클릭하면 커집니다.)

 

 

화엄사 구층암(華嚴寺 九層庵)

이번 남행길은 바로 이 화엄사의 구층암과 선암사가 알쏭달쏭해서 길을 나섰는데, 시절이 매화와 산수유꽃이 피어나는 계절인지라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천연기념물인 화엄매와 선암매도 보았으면 하는 때를 찾아 길을 나섰다. 구층탑이 있어서 구층암이라는데, 암자였던 것인지 또 다른 이야기가 있었던 것인지 궁금한 것이 많은 곳이다.

 

 

 

 

 

일주문과 대웅전 그리고 각황전

화엄사를 수없이 다녔지만 구층암의 모과나무 기둥이 기억에 없어서 그걸 확인하러 온 김에 천연기념물인 화엄매까지 보고가자는 것이지만, 그래도 장유유서와 출입필고(出入必告)에 따라 대웅전에 인사는 드려야 할 것 아닌가.

 

지리산 대화엄사라고 써진 이 문은 일주문(一柱門)이 아니라 화엄사의 위세를 뽐내기 위해서 나중에 만든 그냥 문일 뿐이고, 일주문은 속세에서 불국정토로 건너간다는 의미를 가진 방장교(方丈橋)를 건너서 사찰 경내로 들어가는 문이 일주문이다.

 

화엄매 때문에 붐빌 줄 알고 구례에서 잠을 자고 일찍 갔는데도 방장교 아래 주차장은 이미 만차여서 화엄사 경내로 가는 바람에 일주문을 지나쳐버려 본의 아니게 새치기가 되어버렸다. 웬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놀랍다.

 

대웅전은 보물 제299, 대웅전 앞의 5층 석탑 중 동탑은 보물 제132호이고 서탑은 보물 제133, 각황전은 국보 제67호 그리고 각황전 앞의 석등도 국보 제12호이며 그 외에도 화엄사에는 국보와 보물들이 많은 사찰이다.

 

 

 

 

 

화엄매 - 홍매화 - 흑매

선암사의 선암매를 얘기하면서 말했듯이 우리나라에는 4개의 천연기념물인 매화가 있는데, 화엄사의 화엄매(華嚴梅)를 비롯하여 순천 선암사의 선암매(仙巖梅),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古佛梅) 그리고 강릉 오죽헌의 율곡매(栗谷梅)를 일컫는다. 화엄매에는 홍매화(紅梅花)라는 이름표를 붙여놓았는데, 너무 검붉어서 흑매(黑梅)라고도 한다. 멋진 화엄매는 인터넷에서 캡처한 사진이다.

 

 

 

 

 

사사자 삼층석탑

국보 제35호인 사사자 삼층석탑(四獅子 三層石塔)이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보수중이라고 가림막을 쳐놔서 그냥 지나쳤기에 궁금했고, 이곳이 높은 곳이라 조망하기에도 좋은 곳이며, 이은상 시인의 효대(孝臺)”라는 시의 시재(詩材)인 탑이기도 하고 소나무가 예술작품이다.

 

여기에 서면 그런 생각이 든다. 화엄사를 제대로 보고 느끼려면 노고단 쪽으로 화엄사골을 올라 연기암까지 가면서 천연기념물 제38호인 올벚나무도 보고 연기암에서 섬진강을 바라보고 가야 제대로 본 것이라는 생각인데, 각시 핑계로 게으름을 피운다.

 

 

 

 

 

구층암 가는 길

이번 화엄사 답사는 실은 구층암의 모과나무 기둥을 확인하러 가는 길인데, 이 조리대 길에 들어서는 순간 ! 다녀봤던 길이구나!”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구층암 천불보전

구층암(九層庵)의 법당은 천불보전이고 천불보전 앞에는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132호인 석등이 있으며, 좌우에 요사(寮舍)가 있다.

 

구층암의 유래는 구층탑이라는데, 유불선의 우주관이 있었던 지역에서는 11층 또는 13층까지 더 쌓을 수 있었겠지만, 9층을 인간이 넘지 말아야할 최고의 높이로 경계했던 것 같다. 소실된 황룡사탑은 높이가 80m였다지만 9층탑이었고, 중국판 피사의 사탑이라는 소주(苏州 쑤저우)의 호구탑(虎丘塔)7층이며, 대만 일월담의 자은탑(慈恩塔)9층이다. 진짜 피사의 사탑도 7층이다. 이집트의 오벨리스크(obelisk)는 탑으로 봐야할지 모르겠지만 높이만 있을 뿐 층의 구분이 안되고, 코타키나발루의 11층탑은 맥락이 다른 거 같다.

 

 

 

 

 

구층암과 모과나무 기둥

내가 찾아온 구층암과 모과나무 기둥이다. 3개의 모과나무 기둥은 기억에 없지만, 오는 길의 조리대 길과 화엄사골 계곡인 마산천(馬山川)으로 내려가는 길 등을 보니 다녀봤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데 왜 모과나무 기둥은 못 보았을까? 사물과 현상을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목재가 흔했던 시절이었고 큰 산 지리산 속에서 미끈한 나무를 쓰지 않고 괴이한 모양의 모과나무를 왜 기둥으로 썼을까? 더군다나 모과나무는 과일나무이고 이 정도 자라려면 최소한 수십 년 이상을 자랐을텐데, 전해지지 않는 깊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자연 그대로도 맞겠지만 모과나무는 코알라가 즐겨먹는 유칼립투스처럼 단단해서 톱질도 대패질도 어렵다. 그러니 이 기둥들은 천년만년 갈 거다.

 

 

 

 

 

다방 & 보물 스님

차향이 사방으로 퍼지는 다향사류(茶香四流)의 다방(茶房)에서 보살님이 자꾸만 따라주시는 죽로야생차(竹露野生茶)를 배가 부르도록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감나무 속에서 수행을 하시는 스님이 가히 보물 이상 급인 것 같다.

 

 

 

 

 

봉천암과 의상암

구층암 주변에는 봉천암(鳳泉菴)과 의상암(義湘菴)도 있고 들매(野梅)도 있다.

 

 

 

 

 

산왕지위(山王之位)

암자들 뒤의 능선을 조금 오르면 동백나무숲이 있고 그곳에 이렇게 산신께 매년 제사를 올리는 제단이 있다.

 

 

 

 

 

화엄사 들매화

구층암, 봉천암, 의상암 어간의 마산천 계곡 가까이에 있는 이 매화는 천연기념물 제485(2015)로 각황전 옆의 화엄매보다 먼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으며 흰 꽃이어서 백매(白梅), 들매(野梅) 또는 길상매라고도 하는데, 길상매는 암자의 옛 이름이 길상암이어서 그렇게 불렀다고 하며, 수명을 다해가고 있어서 꽃이 예전 같지 못하다고 한다.

 

옆에는 조그만 연못(방지?)이 있는데, 물이 콸콸 흐르는 계곡 옆에 연못이라니 무슨 연유와 용도였는지 궁금하다.

 

 

 

 

 

화엄사골 계곡으로

계곡으로 가는 조리대 길을 보니 옛날에 건너다녔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이렇게 가물가물했던 추억 하나를 건져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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