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한라산 영실(靈室) & 철쭉

아미고 Amigo 2022. 6. 4. 20:58

신령들의 집 영실(靈室)이다.

 

백록담(白鹿潭) & 선작지왓(生石子地) 그리고 영실

영실(靈室)은 신령들의 집이라 하기에 충분하다.

영실에서는 백록담이 보이지 않지만 병풍바위에 올라서 구상나무숲을 지나면 신천지 같은 선작지왓이 펼쳐지고 그 끝에 백록담이 경이롭게 우뚝 서있다.

 

 

 

 

 

 

 

 

영실통제소 & 소나무 숲

영실통제소(해발 1,280m)에서 윗세오름(해발 1,700m)까지는 약 3.7km로 대략 2시간 정도면 충분한 거리이고 실제로 오르는 표고는 420m 정도에 불과하지만 시간과 느낌은 각자의 몫이다.

 

통제소 입구를 들어서면서부터 아름다운 소나무 숲이 펼쳐져 시원한 숲 터널 길을 걷다가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해발 1,350m 지점에서부터 식생과 풍경이 바뀌고 숨도 차오른다.

 

 

 

 

 

 

 

 

오백나한(오백장군)

소나무 숲길을 벗어나 오르막을 오르다보면 오백나한과 병풍바위가 나타나는데, 병풍바위는 햇빛 때문에 아직 어둡게 보이고 그나마 오백나한이 눈에 들어온다.

 

영실(靈室)과 병풍바위 그리고 오백나한을 두고 석가모니와 영산(靈山) 운운하는 얘기가 있는데, 내 소견으로는 제주도를 만들었다는설문대할망의 500명의 아들이라는 전설이 훨씬 더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진다.

 

설문대할망이 자식들 먹일 죽을 쑤다가 발을 헛디뎌 죽 솥에 빠져버렸다.

집에 돌아온 아들들이 오늘은 죽이 유난히 맛있다며 모두 맛있게 먹었는데, 가장 늦게 돌아온 막내아들은 죽속의 뼈를 보고 죽을 먹지 않았으며, 어머니를 먹은 형들과 함께 살 수 없다며 혼자 떠나가 “외돌개”가 되었다는데, 이 전설에 제주도의 어머니(또는 여자)와 외돌개라는 두 개의 메시지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병풍바위 & 철쭉

병풍바위도 철쭉도 햇빛 때문에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보는 모습이 훨씬 더 아름다웠다. 한때는 철쭉하면 지리산의 세석평전이 유명했지만 오르기 쉽지 않은 곳인데다 올해는 일기 때문인지 개화율도 낮고 꽃 색깔도 별로라고 한다.

 

지리산의 철쭉군락지인 바래봉과 팔랑치는 조밀하게 밀집되어있는데 반해 한라산의 표고 1,500m대에서부터 피어있는 철쭉은 숨 쉴 공간이 있을 만큼 적당히 자연스럽게 피어있어서 이런 철쭉을 처음 접해보는 각시가 흐뭇한 웃음으로 행복했으니 타이밍을 잘 선택한 거다.

 

 

 

 

 

 

 

 

구급함과 주변풍경

이 계절에 영실을 오르는 것은 이런 맛이 있는 것이고 또 성판악에서 백록담으로 오르는 것은 그것대로 다른 맛이 있을 것이다.

 

 

 

 

 

 

 

 

구상나무 고사목

어쩌면 살아서보다 죽은 고사목이 더 아름다운 나무가 구상나무와 주목일지도 모르겠다.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주목(朱木)은 주목과의 홍갈색으로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서식하며 강원도 정선 사북읍 인근의 두위봉에는 주목 세 그루가 천연기념물 433호로 지정되었는데 수령이 무려 1,400년 정도라고 하니 그런 말이 실감난다.

 

지리산 제석봉의 구상나무 고사목도 지리산 명물의 하나인데 영실의 구상나무 고사목도 한라산의 명물로 죽어서도 고사목이라는 이름으로 살아 남아 뭇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구상나무 숲

구상나무는 소나무과로 전나무와 비슷하며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수목으로 지리산, 덕유산, 그리고 한라산 등의 해발 1,000m 이상의 고지대에서만 자라는데, 학명은 Korean Fir(한국전나무), 제주백단(濟州白檀) 또는 제주백회(濟州白檜)라고 한다. 근래에는 인천 계양산에도 몇 그루가 식재되어있는데 저지대에 맞게 개량된 품종인지도 모르겠다.

 

 

 

 

 

 

 

 

선작지왓(生石子地)

선작지왓(生石子地)은 해발 1,600m대의 관목지대로돌이 서있는 밭이라는 제주 방언이라는데, 한자로 生石子地라 표현한걸 보면, 돌 아들을 낳은 곳이니설문대할망의 전설에 나오는 500명의 아들(영실의 오백나한)얘기와 아귀가 딱 맞아 떨어진다.

 

 

 

 

 

 

 

 

윗세족은오름

선작지왓의 노루샘 조금 못 미쳐 왼쪽에 있는 오름인데 선작지왓과 주변을 조망하기에 좋은 곳으로 “족은”은 “작은”의 방언으로 짐작된다.

 

 

 

 

 

 

 

 

노루 샘

노루들이 물을 마시는 곳이라 하여 노루 샘인데 사람부터 모든 짐승들이 함께 마시는 샘물이다.

 

 

 

 

 

 

 

 

윗세오름

남벽분기점까지 2.1km를 더 갈 수 있지만, 각시에게 무리일 거 같아서 오늘은 여기서 걸음을 멈추기로 하고 간식을 먹으며 잠시 쉬었다가 영실통제소로 되돌아가며 내려다보는 경치를 즐겼다.

 

 

 

 

 

 

 

 

 

제주도에 가신다면 보말죽(한림 비양도)과 보말성게국(모슬포항)을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영실의 멋과 맛 중 하나는 제주의 남쪽과 서쪽 그리고 동쪽의 푸른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것인데, 날씨가 거기까지는 허용해주지 않아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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