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9.26
화북포구는 제주시와 나즈막한 언덕 하나를 둔 지척간인데도 보통은 지나치기만 하는 곳인데, 포구 안으로 들어가 보면 제주 본래의 맛과 향을 느껴볼 수 있는 곳 중의 하나다.
화북포구의 돌담
우리 나라에 돌담이야 흔해서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새마을운동이라는 광풍과 함께 거의 모두가 사라졌고, 그런 광풍의 시선에서 비켜 서 있던 지극히 소수가 살아남아 원형을 유지하고 있고...
그 나머지는 모두가 다 그럴사하게 복원된 것들이다.
이 돌담도 복원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돌과 돌 사이에 고임돌을 채우지 않고 소라 껍질로 장식을 해서, 자연과 함께 사람도 숨쉴 수 있는 멋과 공간을 보여주는 것 같다.
제주도의 자장가
제주도에 아기를 잠재우기 위해 불렀던 자장가야 수없이 많았겠지만, 이 자장가는 화북포구 주변에서 불려졌던 자장가였을 것이다.
화북진성
이게 성인지 진지인지 헷갈리게 성(城)과 진(鎭)을 함께 표기하고 있는데, 내 소견으로는 진(鎭)에 해당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화북진성이든 화북진지이든 간에, 외부의 침입과 노략질이 그만큼 심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이며, 화북진성을 중심으로 왼쪽으로는 곤을동 환해장성이 그리고 오른쪽에는 별도 환해장성이 있다.
성이 되었건, 진이 되었건, 이런 돌담 형태의 방벽들이 제주의 동해안 쪽에는 많이 있는데, 그만큼 도적들의 침입과 약탈이 많았다는 얘기로 이해된다.
해신사(海神祠)
바다의 신에게 각종 해상활동의 안녕을 기원하였던 곳.
지리정보와 기후정보가 거의 정확하고, 선박들의 성능 또한 기본적인 안전을 확보한 지금도 바다는 여전히 미스터리하고 무서운 곳인데, 떼배 내지는 무동력 나무배 수준의 시절에는 해신에게 크게 기댔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도 신이 있었던 시절이 지금보다 행복했을 것 같다.
물론 선악개념의 절대신이 아니라 자연과 다양한 사물에 신격을 부여하고 그 신들에게 기댔던 시절을 말하는 건데, 그러한 신들은 인간이 행복할 때보다 불행할 때 희망의 끈이 되어주었던 신들이기 때문이다.
완전한 것도 못되는 과학이라는 신이 그런 희망의 신들을 모두 학살해버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런 신들이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이 물신(物神) 에 빠져 각박할 수 밖에 없고.....
◐ 샘물 - 용천수(湧泉水) - spring water
제주도는 화산섬 특유의 현무암이 지표면 아래에 전체적으로 깔려 있어서, 한라산을 제외한 산과 계곡에 물이 흐르는 곳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 비가 와도 빗물이 현무암을 통해 스며들어버리는데...
그렇게 스며들어버린 빗물들이 지하 수맥을 흐르다가 솟아나는 몇 곳 중 대표적인 곳이 화북과 조천의 용천수(샘물)로, 바로 이 물 때문에도 외적의 침입과 약탈이 많았을 것이고, 그런 흔적들이 역사문화유적으로 남아 있다.
용천수 - 큰짓물(서착물)
한라산에서부터 지하 수맥을 따라 흐르던 물이 바다와 맞닫는 이곳에서 샘물로 솟아나는데, "큰짓물"이라는 이름은 부근의 용천수들 중에서도 수량이 가장 많은 거라는 의미 같고...
"서착물"이라는 이름도 있는데, 그 유래와 화북 일대의 역사에 대하여는 블로그 "blog.daum.net/kwanam/17468243 하늘타리정원"을 참조하면 좋을 듯 하다.
이 큰짓물에서는 아이들이 수영을 하며 놀았던 곳이라 하니 그 시절엔 큰 산의 계곡물에 견줄 바가 아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어른물(남탕)
성인 남자들 전용의 목욕탕인 셈인데, 여탕은 찾아불 수 없었다.
아마도 이런 것들이 만들어지던 시절엔 여자라는 존재는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더라도 제주도 특유의 여성의 역할과 위상간에 의문도 생긴다.
큰이물(동선창)
쇠물
쇠물은 어쩌면 소에게 물을 먹이던 곳 아니었을까.....
고래물
일직이 배를 댈 수 있는 포구의 조건을 갖춘 화북과 조천에 이렇듯 많은 용천수가 있으니, 해상을 전전하던 도적들(왜구든 뭐든)에게는 식수와 식량을 조달할 수 있는 유토피아 같은 곳 아니었을까.....
화북포구
아담한 포구다.
제주의 관문이었던 화북포유지(禾北浦遺址)
별도연대(別刀煙臺)
조선 시대 통신시설의 하나로 봉화등을 올리던 곳
별도환해장성(別刀環海長城)
이런 돌담이 외적의 침입에 얼마나 실효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얼마나 시달렸으면 이런 방벽을 쌓았을까를 생각해보면 고육지책이었을 것 같다.
환해장성 너머의 화북해안
제주도처럼 이야기가 많은 곳도 드물 것 같다.
신화와 전설로부터 시작하여 피눈물 나는 역사의 이야기까지 수없이 많다.
이곳 화북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가까운 이야기로는 4.3사건의 한 단면인
이야기가 있다.
별도봉의 끝자락과 화북천의 끝이 바다와 만나는 즈음에 "곤을동"이라는 마을이 있었는데. 4.3사건 때 국군에 의해 마을이 모두 전소되고 주민들이 사살되어 마을이 그 터만 남아 있고 사람도 집도 모두 사라져버린 가슴 아픈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기성세대는 그 아픔을 가슴에 담은채 살아가고 있을테고, 젊은이들에게는 이야기일테고, 어린이들에게는 구전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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