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괌(Guam) - 세월 참 빠르다

아미고 Amigo 2021. 4. 7. 10:14

(1995년 8월) 

 

그해 여름휴가를 태평양에 있는 미국령 섬 괌(Guam)으로 갔었다.

아내와 아이들 모두 최초의 외국 여행이었으며, 딸아이는 국민학교 4학년이었고 아들 녀석은 6살로 국민학교 입학을 앞둔, 26년 전 얘기다.

 

아가나(Agana) 자료사진

어느 여행사였는지 기억은 없지만, 어떤 여행사가 창사 기념으로 항공권과 숙박만 해결해주고 나머지는 자유여행으로 파격적인 가격의 상품이 나와서 최초의 가족 외국 여행을 떠나게 됐다.

 

숙소는 3층 빌라인데, 이 집 전체를 우리 가족만이 사용했으며, 잘사는 대부분의 외국이 그렇듯이 괌도 대중교통이 불편하여 제일 먼저 토요타 중고차를 렌트했는데, 렌트비도 싸고, 당시 우리나라의 중형승용차 소나타 새 차보다 성능은 더 좋아서, 이래서 사람들이 명차를 사나보다 생각했다.

 

 

 

 

 

 

사랑의 절벽(Two Lovers Point) --- 자료사진

연인끼리 이루지 못하는 사랑을 가슴에 담고 이 절벽에서 몸을 던지는 슬픈 사연이 서린 곳인데, 사랑을 약속하는 곳으로 변해버린 이곳에서부터 여행을 시작했다.

 

아이들은 그런저런 사연은 알 바 아니고 바나나를 먹으며 야자수를 실컷 마시니, 연중 기온이 섭씨 26도에서 39도 사이를 유지하는 적도 부근의 외국에 온 것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괌 지도

여행은 아가나와 투몬 비치(Tumon Beach), 차모로 빌리지(Chamorro Village), 이나라한 자연풀(Inarajan Natural Pool), 현지의 힐튼호텔에서 운영하는 스노클링(snorkeling), 밀림 속에 있는 탈로포포 폭포(Talofofo Falls)와 요코이 동굴(Yokoi’s Cave), 스페인 광장(Plaza De Espana) 등등을 돌아보았고 아무도 없는 호젓한 곳에서 우리 넷이서만 한나절을 수영을 즐기기도 했다.

 

 

 

 

 

아가나(Agana) 전망대

아가나는 괌의 수도 격인 중심지이며, 차모로인은 물론이고 현지인들 대부분이 시선이 마주치면 웃음과 함께 엄지와 약지만을 편 손을 들어 올려 흔들면서 “하파 아다이(Hafa Adai)”를 외친다.

 

하파 아다이는 차모로어로 인사말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의 표정이 그렇게 밝을 수가 없어 우리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인사하며 다녔다.

 

서유럽 연수를 가면서 당시에는 참으로 귀했던 캠코더를 큰맘 먹고 사서, 괌과 1996년의 중국 가족여행 때 동영상을 많이 찍었는데, 아이들이 국민학교 때까지는 그걸 보며 즐거워하더니 이내 시들해졌다.

 

딸아이는 내년이면 학부모가 되고, 아들 녀석도 연말이면 두 아이의 아빠가 되니 세월 참 빠르다.

 

 

 

 

 

전쟁 관련 공원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내용은 잊어버렸다.

내용은 잊어버렸지만 참 웃긴다는 생각은 떠오른다.

 

괌은 필리핀에서 가까운 섬으로 대항해 시대에는 포르투갈이 발견했지만 별 관심이 없었고 뒤이어 스페인이 지배하다가 미국이 스페인을 몰아내고 지배하던 중,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기습과 더불어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일본이 점령하다가 패전으로 다시 미국령으로 돌아간 것인데, 원래 제 것도 아니었고 빼앗은 곳에 전쟁기념 운운하니 우습지 않은가. 사실은 본토도 마찬가지지만.....

 

 

 

 

 

차모로인(Chamorro) --- 자료사진

원주민인 차모로인은 동남아계 인종으로 알려져 있는데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에서 건너가서 훗날 다른 인종들과 혼혈되었을 것으로 생각되며, 차모로인의 특징으로는 남성은 특별할 게 없지만, 여성은 결혼 전까지는 몸매가 아름다운데, 결혼하고 나면 가슴과 엉덩이가 무척 발달하는 특징이 있는 것 같더라.

 

또한 라테스톤(Latte Stone)은 가옥의 주춧돌로 북마리아나 제도 전역에서 발견되는 유물이라는데, 이것이 동남아의 문화유산으로 추정되는 모양이다.

 

원주민 마을에서 아이들끼리 어울려서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아날로그 시대의 사진들이 모두 어디로 갔는지 사라져버렸다.

 

 

 

 

 

 

이나라한 자연풀(Inarajan Natural Pool)

관광 안내 지도를 펴놓고 갈 곳을 이곳저곳 살펴보고 도로도 살펴보면서 동선도 그려보며 시간 계산과 식사할 곳도 대강 예정을 해두고 여행을 했다.

 

오늘은 멀리 가는 일정이니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을 떨어 출근 시간대에 아가나 시내를 벗어나자 지도에서 봐두었던 길은 아랑곳없이 차들이 많이 가는 넓은 길을 따라가다 보니 미군 헌병들이 검문을 한다.

 

이런 조그만 섬에서도 무면허 검문을 하나 하며 국제운전면허증을 내밀었더니 패스카드 ID카드 하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해서 여권을 내밀었더니, 어디로 가냐고 해서 “이나라한”이라고 했더니 유턴해서 가다가 우회전하란다. 알고 보니 미해군 태평양함대사령부였던 거고, 출입증 확인을 했던 거다. 내가 한참을 지체했으니 줄지어 선 뒤차들이 짜증 났을 걸 생각하니 미안했다.^^

 

이나라한 자연풀은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굳은 암석이 풀장의 울타리가 되어 파도를 막아주어 잔잔한 수면과 투명한 물이 아름다운 곳인데, 딸아이는 수영을 잘했지만, 아들 녀석은 레슨한지 얼마 되지 않아 어설펐지만 잘한다고 공치사를 해줬더니 정말 잘하는 줄 알고 모두 신나서 간식을 먹어가며 한나절을 놀았다.

 

 

 

 

 

탈로포포 폭포(Talofofo Falls) & 요코이 동굴(Yokoi’s Cave) --- 자료사진

 

탈로포포 폭포 가는 길은 탈로포포 강이 흐르는 밀림 속으로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을 달려 폭포를 거의 눈앞에 둔 고갯마루에 이르니 “경고판”이 하나 우뚝 서 있다. 내용인즉 경사가 심하고 위험한 곳이니 자동차의 성능을 체크하라는 등의 내용인데, 그걸 읽고 있는 사이에 백인 아가씨 둘이 오더니 “하파 아다이, No problem, follow me” 하면서 가길래 따라갔다.

 

사진처럼 2단 폭포로 되어 있는데 특별히 아름다운 폭포는 아니고 여기에 온 것은 사실은 아래의 “요코이 동굴”을 보려고 왔던 것이다.

 

요코이는 일본군 병장으로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이 있었던 괌을 일본이 점령할 때 투입되었던 병사로 전쟁이 끝난 1945년부터 그가 현지인에 의해 발견되었던 1972년까지 28년 동안을 폭포 아래에 있는 대나무가 울창한 죽림 속의 수직 동굴에서 은거하였다는 것이 그야말로 소설 같았다.

 

죽림 속의 작은 동굴을 바라보고 요코이 얘기를 떠올리며, 인간은 무엇이고 국가는 또한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곳인데, 각다귀가 얼마나 극성인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었고 숙소에 돌아와 밤새도록 긁느라고 잠을 설쳤다.

 

요코이는 새파란 청춘에 집을 떠나서 전장을 누볐고 패전한 뒤로는 28년을 사람과의 접촉 없이 동물의 삶을 살고 폐인이 되어 일본의 전쟁영웅으로 금의환향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요코이동굴(자료사진)

 

 

 

 

 

스노클링(snorkeling) --- 자료사진

 

괌의 힐튼호텔에서 운영하는 스노클링 투어 티켓을 사서 스노클링을 나갔는데, 위 사진은 자료사진일 뿐이고, 괌의 스노클링은 사실은 별로지만, 당시로서는 모두 다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으니 모두 다 환상적인 기분이었다.

 

훗날 스노클링을 몇 번 더 해봤는데, 가장 아름답고 기억에 남는 곳은 하와이의 “하나우마 베이(Hanauma Bay)”로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는데, 요즈음엔 새로운 곳들이 많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지구촌 세상일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기회가 되는대로 외국 여행을 통해 아이들에게 그런 감을 느끼게 해주려고 벼르고 있다가 떠났던 것인데, 내가 여행을 통해 세상을 향한 눈을 떴듯이 내 아이들도 여행의 체험이 그들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스며들었을 것으로 본다.

 

 

다음 해에 또다시 절반의 자유여행인 좋은 상품이 있어서 각자 배낭 하나씩 짊어지고 중국에 가서 웬만하면 걷고 조금 멀면 버스 타고 다니느라 너무 힘들어 두 녀석이 코피를 쏟고 다녔으니 평생 잊지 못할 것이고, 그러면서 부쩍 성장하는 거 같았다.

 

다음 해인 1997년 8월에는 KAL 801편 보잉 747기가 괌 아가나에서 추락하여 22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났고, 우리는 숙연한 마음으로 TV 뉴스를 봤다.

 

일요일에 우리 집에 온 외손녀에게 사람은 이렇게 성장해간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제 엄마 성장 과정을 보여주다가 생각이 나서 옛이야기를 포스팅하게 됐다

 

해프닝도 많았지만, 그 중에 하나.....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아들 녀석이 우리 집과 자동차는 어떻게 하냐고 해서, 그건 우리가 다음에 또 괌에 가면 쓰려고 두고 왔다고 했다.

거짓말이 되어버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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