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4.12
암베르 성(Amber Fort)
"하늘의 성"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자이푸르의 암베르 성은 Fort라는 어휘가 말하듯이, 평지에 있는 성채가 아니라 산등성이에 있을 뿐만 아니라 방어를 위한 성벽으로 주변에 나하르가르 성 등 여러 개의 산성과도 연결된 산성으로, 외관상으로는 화려한 궁전(Castle) 보다는 역시 요새(Fort)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다소 황량한 산성인데.....
4월 초에 다녀온 여행기를 8월인 지금에야 올리자니 왠지 실답지 않은 얘기 같기도 하다.
아그라에서 자이푸르로 가는 길은 대부분 이런 평원과 구릉지대를 지나게 되며,
대부분 밀 농사를 하는 것으로 보였고.....
암베르 성이 가까워지자 이런 풍경이 펼쳐지고, 암베르 성과 주변의 성채들과 성벽들을 찾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조그만
시골 마을을 통해 암베르 성으로 다가간다.
마을에서 이렇게 앙증맞은 짚차를 타고 비좁고 구불구불하고 위험한 산길을 오르면 이내 차가 다닐 수 있는 종점인
"잘렙광장"이 나오고, 광장에는 젊은 행상들이 진을 치고 있으며, 여기서부터 걸어서 암베르 성을 돌아본다.
태양의 문(Suraj Pole) - 동문
왕은 동쪽에 있는 "태양의 문"을 통해 드나들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서쪽에 있는 "달의 문(Chand Pole)"을 사용했다고 하며.....
자이푸르의 옛 도읍이기도 했던 암베르 성은 이슬람풍의 외빈내화(外貧內華) 그리고 미로 같은 복잡성이 혼재된 성으로, 1592년부터 축성을 시작하여 1600년대 초반에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슬람 건축의 특징이 많겠지만, 내 소견으로는 외빈내화 그리고 미로처럼 복잡한 내부구조와 더불어 여인들을 외부로부터 차단(대표적으로 하렘)하는 것 등을 보면, 유목생활에서 비롯된 약탈문화가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고.....
정착생활인 농경문화에서는 웬만하면 안면이 있고, 또 평판이라는 것이 있기에 약탈이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극단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거울궁전(쉬시마할 Sheesh Mahal)
건물 내부를 유리와 타일 등으로 이슬람 특유의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마감 처리하여 마치 거울처럼 비친다 하여
거울궁전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고, 왕이 귀빈들을 접대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화려하게 꾸몄다고 한다.
가네샤 폴(Ganesha Pole)
왕이 코끼리를 타고 출입했다는 그의 개인 처소가 있는 건물인데, 멋을 무척이나 많이 낸 건물이고.....
많은 건물들이 밀집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동 통로 또한 미로 같아서, 느긋하게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자유여행이라면 몰라도 제한된 시간 속에서는 주마간산일 수밖에 없는데다 기억도 많이 희미해졌다.
마오다 호수
건조하고 메마른 지역이어서 식수를 확보하기 위한 인공호수로 그리고 성의 방어를 위한 해자 역할도 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성채에는 이런 정원이 예쁘게 가꾸어져 있는데, 여기가 바로 하렘 아니었나 생각되고, 외부와 철저히 차단되어 좁은
창틈으로 바깥 세상을 살펴보던 여인들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였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자이거 포트암베르 성 바로 위에 있는 요새인데, 암베르 포트와 같은 맥락의 요새인 셈이고, 르네상스가 일어났던 시기에 이 쪽 자이푸르 지역의 왕조가 무굴왕조와 정략혼사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고 하니, 당시 인도의 여러 왕들은 중국의 통일 왕조(진 시황제: 기원전 259년)에 비해 유럽의 도시국가가 연상되고...
사랑과 결혼은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동물 본능에 기초한 생존본능임과 동시에 유용한 생존수단이기도 한 것 같다.
(그 밖의 풍경들)
이슬람 문화에서는세상을 보는 것이얼마나 큰 창으로 보느냐 보다얼마나 크고 깊은 눈으로 보느냐 하는 생각을 해보게도 만든다.
날은 덥고, 먼지는 뿌옇고, 답답한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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