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산, 지리산 자락에 있는 예쁜 학교이고...
세상을 향한 제 눈을 틔워준 학교입니다.
나는 이 학교에서 글자와 셈법을 배워 세상을 살아왔고 또 이 글도 쓰고 있습니다.
교문
교문도 멋있지만 교사와 교정도 정말 세월의 공을 담아 예쁘기 그지 없습니다.
"중동초등학교" 그리고 "중동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의 이름표가 붙어있습니다.
구례군 산동면에 4개의 학교가 있었는데, 이평과 상동학교는 폐교되고 면사무소 소재지에 있는 원촌학교와 더불어 변두리인 중동학교가 살아남아 있다는 건 놀라운 일입니다.
저는 이 학교 18회 졸업생이니, 올해로 개교 83주년이 되는 거 같고, 생존하는 동문들 중에서는 저도 그럭저럭 선배 격인 것 같습니다.
언제 그렇게 나이를 먹어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먹기는 먹었는데 맛도 모르고 먹었던 것 같고, 방과 후에 방호정 가는 길의 소(沼)에서 입술이 시퍼러질 때까지 놀다가 집에 돌아가면 야단을 맞던 일들이 눈에 선한데 말입니다.
지리산 골짜기여서 시간도 세월도 더디게 갈 줄 알았는데, 세상엔 외상(?)이 없나 봅니다.
지리산 속에 있는 교정이 이렇게나 아름답습니다.
지금은 아담한 정원으로 보이는 이 공간에서 , 세상 천지가 바로 이곳이라고 뛰놀았고, 운동회를 열었던 공간인데, 운동회라는 이름은 "중동"이라고 호칭되었던 고을 모두의 축제였지요.
최고의 교훈이라 생각됩니다.
역순이기는 하지만, 지덕체(智德體)를 담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2009년에 총동문회의 이름으로 세워진 것이라니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우리 때는 이 곳이 운동장이었지요.
이 교정을 보면서 동문 누구라도 세상은 변해간다는 현실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고.....
교사 전체가 단층이었고 아늑했었는데,
지금의 모습은 어떻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쪽 높은 곳에 있었던 모습인데...
산수유 나무가 최소한 70년 이상은 되었을텐데...
무척 야무지게 자라는 나무인가 봅니다.
남쪽을 바라보는 본관의 모습인데,
단층이었던 건물이 2층으로 변해 버렸으니
마음이 왔다 갔다 합니다.......
돌다무락
돌담에 대한 전라도 지방의 방언인데...
단순한 표현방식의 경계를 넘어 삶의 냄새가 느껴집니다.
그런데 영랑(永郞)은 왜 뜬금없이
"돌다무락"이 아니라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이라 했는지 모르겠어요.
이런 원형질의 돌 다무락이 어디에 얼마나 남았을까요.......
사라져 가는 것과, 잊혀져가는 것들... ...
그 속에 문화라고 포장되어지는 것들을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참 힘들었고 동시에 참 행복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 선택하라고 하면 당연히 편한 곳을 선택하겠지요.
옛날엔 논이었던 곳을 사들여 운동장을 아주 넓게 만들었고...왼쪽 뒷편으로는 교원공제회에서 운영하는 호텔이 보이는군요. 저도 현역 시절에 이 호텔에 몇번 들렀는데...지리산의 설경을 바라보며 하는 야외온천이 생각나네요.
내 동창들은 한 반 밖에 안 돼서 내리 6년을 함께 나뒹군 친구들이어서 여러 반이 있었던 학교의 동창과는 개념과 결이 무척 다른 동창입니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흑백필름으로 보는 영화처럼 꿈결 같습니다.
지리산 정기를 받은 기백으로 세파를 헤쳐나가지 못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친구들이 자꾸 늘어납니다.
삶이 생로병사이고 회자정리라지만 지난 날들이 더더욱 아련합니다.
내가 어렷을 때부터 사회에 진출했을 때까지도 "촌놈"이라는 말이 있었고 지리산 골짜기 출신인 나는 촌놈이었습니다. 촌놈이라는 말은 농어촌(農漁村)의 촌에서 비롯된 말 같은데, 살다보니 세상이 변해가면서 교통과 통신 그리고 인터넷으로 도농격차가 제거되면서 "촌놈의 개념"도 변한 것 같습니다.
출신지에 상관없이 상식이 결여된 사람, 매너가 없는 사람, 견문이 빈약한 사람, 사회적 소통이 원만하지 못한 사람 등등으로 지역의 개념에서 개개인의 자질 개념으로 바뀌다보니 "서울촌놈"이라는 말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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