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호를 굽어볼 수 있는 옥순봉(玉筍峯)은 해발 283m와 286m의 두 가지가 있고, 구담봉(龜潭峰)은 자료에 따라 303m부터 373m까지 다양하지만, 어쨌든 두 봉우리 모두 다 높은 봉우리는 아니지만 풍광이 수려하고 많은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있는 산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이 멋진 위치에 있는 소나무가 고사했다.
사라져버리기 전에 이 자리에서 뭇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을 추억을 담았다.
지난 일요일인 6월 9일에 다녀왔던 것을 이제 올린다.
제천시 수산면 계란리 주차장에서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왼쪽에 있는 옥순봉을 향해 오른다.
이름이 시사하듯이, 구슬"옥"자에 죽순"순"자니 비교적 순한 산이려니 생각하고 오르지만, 세상에 어디 쉽고 순하기만 한 산이 있던가.....
옥순봉(玉筍峯)
옥순봉이라는 이름은 호반에서 바라보이는 옥순봉의 바위 기둥들이 옥빛의 죽순 같아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옛 지명들이 대부분 이런 식의 레토릭(rhetoric) 아니었겠나.....
단원 김홍도의 옥순봉(자료사진)
단양팔경의 하나인 이 옥순봉은 아이러니 하게도 한번도 단양에 속해본 적이 없는 제천 땅인데도 단양팔경이 되었으며, 그 사연인즉, 퇴계(退溪) 이황(李滉. 1501∼1570. 안동生)이 한양에서 단양으로 가는 길의 단양 초입에 있는 옥순봉의 석벽에“단구동문(丹丘洞門)”이라 새기고 이곳을 단양의 관문으로 정하여 단양팔경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 길목이 퇴계의 고향 안동과 도산서당으로 가는 길 또는 그가 특별한 관심을 쏟아 최초의 사액서원이 되었던 영주 소수서원으로 가는 길목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청풍부사는 자신의 관할구역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 이황의 위세에 눌린 것이 자존심 상했을 수도 있었을테고, 또는 당시의 풍속과 정서로는 고마운 일일 수도 있었겠지만, 어느 쪽인지 가늠하기는 어렵고...
호반에서 바라본 옥순봉
호반에서 바라보는 이런 모습 등이 바로 옥순(玉筍)처럼 보였다는 것인데, 나는 산행만 하고 유람선은 타지 않아서 인터넷 자료사진을 인용했다.
옥순봉 등과 관련된 퇴계의 이야기는 그가 단양군수였던 시절에 맺어졌던 관기 두향(枓香)이라는 여인과의 러브-스토리가 있는데, 퇴계가 전근하면서 이별의 아픔을 읊거나 서찰로 보낸 것들이 있는데, 품격이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아 생략하고...
다만 두향이라는 여인이 죽을 때까지 퇴계를 사모하며 지조를 지켰다 하여, 퇴계의 후손들이 두향과 그의 산소를 챙기고 있다고 하니 외롭지는 않을 것 같다.
옥순대교
장회나루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이 옥순대교까지 한번 돌아보아야 옥순봉과 구담봉을 제대로 보는 것이라는데, 나는 산길로만 돌아보았다.
옥순봉을 뒤로 하고 구담봉을 가는 길은, 주차장에서 조금 올라와 옥순봉과 구담봉이 좌우로 갈리는 삼거리까지 원점 회귀하여 가는 것이 등산로인데, 옛등반로가 희미하게 남아 있는 호반쪽으로 내려가서 계곡과 능선을 대각선 비슷하게 타고 올라갔다.
높은 봉우리가 보여서 이제 구담봉에 거의 다 왔구나 하고 올라가서 보니 봉우리가 또 있고, 한참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데, 봉우리들이 모두 암벽타기 비슷해서 고소공포가 있는 나는 동행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올라야 했다.
구담봉(龜潭峰)
구담봉 정상에는 동쪽을 바라보고 있는 거북 형상의 바위가 있다는 구봉(龜峰)에서 유래했다는데, 고소공포가 심한 나는 그 위에 올라가 보지도 형상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못했다.
그래도 발 아래 "장회나루선착장"이 멋지게 펼쳐져 있고, 이제부터는 하산길이니 무난하려니 생각했는데, 봉우리가 직립에 가까운 봉우리이다 보니 경사도가 너무 심해서 철계단 또한 만만치 않은 길이었다.
구담봉(龜潭峰)
호반에서 바라본 구담봉의 실경에 비해, 겸재 정선이 그렸다는 아래의 "구담도"는 진경산수화를 그린 겸재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인 "인왕제색도"에 비해 느낌이 딱 와닿지는 않는 것 같다.
겸재 정선의 구담도(자료사진)
도담삼봉(嶋潭三峰)
도담삼봉 앞에서 콩을 직접 갈아서 만든 두부찌개와 돼지고기 두루치기로 맛있는 뒷풀이를 하고 귀경했다.
도담삼봉, 석문 그리고 단양강 잔교 등은 내 블로그 "단양 도담삼봉 & 석문(2018.7.28)"과 "단양강 잔교(2018.7.2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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