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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그린 옛 그림

아미고 Amigo 2019. 2. 22. 22:21

 

타이틀이 멋지지 않습니까?
역시 인문학자의 발상답습니다.

 

오늘 "겸재 정선 미술관"에서 있었던 인문학강좌의 타이틀입니다.
겸재정선미술관, 멋지고 좋은 곳입니다.


첫째는, 소악루에서 한강을 굽어볼 수 있는 궁산 자락에 있어서이고...
둘째는, 미술관장님의 열정인데, 미술관이라고 해서 미술작품 전시 정도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의 교양과 문화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다양한 아이템들이 있는데, 인문학강좌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바야흐로 개방된 사회이고, 겸재미술관에도 국경이 없습니다.

 

오늘 강의를 하신 손철주 선생님(미술평론가, 학고재 고문, 화통 콘서트 운영) 은 저널리스트로 출발하여 미술분야를 줄기차게 연구하신 분인데, 저는 그 선생님을 오늘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제 견문이 좁은 탓이지요.

 

 

 

약 120명을 수용하는 대강의실인데, 분위기는 이렇고, 인문학강좌에는 최소 70명 이상 많을 때는 150명 가까이 참석하여, 자리가 부족하여 2시간을 서서 강의를 듣습니다.

수강자들도 자신의 열정으로 참여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허튼 짓 하는 사람 한 사람도 없습니다. 

 

 

 

 

포의풍류도(布衣風流圖) - 김홍도

 

오늘 강의 하시는 손철주 선생님이시고, 강의의 첫 꼭지인 김홍도의 "포의풍류"로 베옷을 입고 사는 삶의 풍류를 그린 것인데, 우리 나라 미술과 국악의 교과서적인 그림이자 단원의 자화상이라고도 한답니다.


이 그림에는 비파가 나오고, 발 아래에는 생황이 나오는데, 생황은 홀로 화음이 가능한 유일한 국악기라고 합니다.

 

 

 

 

 

 

소군출새도(昭君出塞圖) - 강희언

 

두번째 그림인 "소군출새"는 중국의 사대미인 중 하나인 왕소군이 중국의 변방인 호나라로 떠나는 그림인데, 역시 비파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사대미인과 그 순위 그리고 미모를 입증한 별칭 등은 제 블로그 글  "상유천당 하유소항(上有天堂 下有蘇杭)"에 있으므로 생략하고, 모연수의 장난으로 흉노와의 친교를 위해 흉노 왕 선우에게로 가는 왕소군의 통한의 한마디(사실은 당나라의 시인 동방규의 말이라지만)...

 

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
호나라 땅에는 꽃도 풀도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을 것이다.
이 말에서 "춘래불사춘"은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 것 같습니다.

 

또 한 일화에는 왕이 과거시험(지방의 향시라는 이야기도 있고)의 논제로 "호지무화초"를 냈는데, 장원급제한 사람은 "호지무화초" 만을 연달아 네번을 쓴 사람이었다는데...

 

"호(胡)"에는 "오랑캐" 말고도 "어찌∼않겠는가"라는 뜻도 있어서
오랑캐 땅에 꽃이 없다 하나, 오랑캐 땅인들 꽃이 없으랴
오랑캐 땅에 꽃이 없다지만, 어찌 오랑캐 땅이라고 꽃이 없겠는가 라고 합니다.

 

 

 

 

 

 

월하탄금도(月下彈琴圖) - 전(傳) 이경윤

 

선비가 달밤에 거문고를 타고 있는 그림인데, 이 그림에서의 거문고는 무현금(無絃琴)이어서 소리를 귀로 듣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듣는가 봅니다.

 

이 그림에 어울리는 조하(당나라 사람)의 이런 시가 있다고 합니다.
산그늘 아래에서 옛 가락 시를 읊고, 달이 활짝 밝을 때 무현금을 탄다네.

 

 

 

 

 

 

초하횡금도(蕉下橫琴圖 또는 초음횡금도:蕉陰橫琴圖) - 심주

 

여름에 파초나무 아래(그늘)에 앉아 가슴에 거문고를 안고 있는 모습인데, 그림은 말하는 시이기 때문에 붓이 퉁기는 음악이고, 시는 말하지 않는 그림이기 때문에 소리가 그리는 그림이랍니다.

 

 

 

 

 

 

고사관폭도(高士觀瀑圖) - 심사정

 

은자(隱者)인 선비가 거문고 타는 것을 잠시 멈추고, 폭포의 물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있는데 이 소리 또한 음악 아니겠습니까?

 

"악학궤범"을 쓴 허백당(虛白堂) 성현(成俔)의 글 중에 은자의 생활에 걸맞는 "입춘(立春)"이라는 시가 있다 합니다.

 

그윽한 곳에 깊이 들어 살면 스스로 마땅한 일이 많아져
헛된 이름과 이익은 아예 입에 담을 필요가 없다네.
대문 아래에 빗장을 지르고 졸박함을 기르게 되면
한 생애가 고요하고 번다함이 없다네.

 

 

 

 

 

 

송하취생도(松下吹笙圖) - 김홍도

 

노송 아래에서 술 한잔 마시고 불콰한 얼굴로 생황을 부는 모습인데, 소인은 악기를 논하고 대인은 음악을 논한다고 합니다.

 






납량만흥(納凉漫興) - 신윤복

 

말 그대로 피서를 하기 위해 기생을 부르고, 악사가 네명씩이나 되고, 덩실덩실 춤을 추니 신바람났는데 두 사람은 겸연쩍게 망설이며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소매가 길어야 춤을 잘 추고, 돈이 많아야 장사를 잘 한다(장수선무 다전선가:長袖善舞 多錢善賈)는 한비자의 말처럼 선비의 소맷자락이 펄럭입니다.

그간 수많은 강좌를 들었지만, 강좌 전체(약간 축약은 했지만)를 포스팅 하기는 처음이고, 인용한 시들도 한자를 표기해야 제맛이 날텐데, 제가 워낙 한자에 젬뱅이어서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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