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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살이 - 詩집살이

아미고 Amigo 2018. 5. 17. 19:46

청산도를 떠나 완도에서 유달산까지 갈 길이 먼데,

해찰을 하고 있다.

 

 

 

 

2018년 4월 14일

KBS  1TV  "다큐 공감"에 "시집살이 - 詩집살이"로 방영된 이야기다.

 

가슴이 울렁거려서 얼른 시집을 주문했더니

봄비가 차분히 온종일 내리는 오늘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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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곡성의 섬진강변에 있는 서봉 마을로 이사를 온 김선자씨는
마을의 빈집을 활용할 방법을 생각하다가 동네 도서관을 만들기로 작정했다.

 

자신의 책과 이웃들의 책을 모아 도서관에 책을 정리하는데
할머니들이 자꾸만 책을 거꾸로 꽂는다.

똑바로 꽂으라고 하면 제대로 꽂혀있는 책을 빼서 거꾸로 꽂는다.

 

김선자씨는 할머니들이 글을 모른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았다.

 

김선자씨는 그때부터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쳤고
한글을 배운 할머니들이 자신들의 삶을 글로 적은 것이 바로 이 시집이다.

 

그들은 지금도 그곳에 그렇게 살고 있다.

 

이 할머니들은 모두 다 70세 이상이고

할머니들의 시는 시라기 보다는 삶 그 자체이고

문학적 수사적 기교가 없이 담백한

그저 삶을 물들인 이야기, 그런 것 같다.

 

 

 

곡성 서봉 마을의 "길작은도서관" 김선자 관장님께

큰 박수 보내드립니다.

 

새로운 세상을 본, 서봉 마을의 할머니들은 얼마나 감격했으며

그런 세상을 열어준 김선자 관장은 얼마나 가슴이 뜨거웠을까.......

 

사실, 할머니들이 한글을 깨우친 것도

그리고 이렇게 시집이 나오기까지는 김선자 관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는데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는 마음씨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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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너무 허전한 거 같아서 시인들께는 결례일지 모르지만...


봄날                                    (도귀례)
겁도 없이 불을 놨제산밭 매는 새뫼 아래서 영감이마른 잎 덤불 모아불을 놨재
봄불은 날아다닌다고 안 혀봄 불은 비도 안하대
불 샛바닥은 화르르 한디어쩔란가 몰랐제.

 

 

 

어쩌다 세상에 와서
                                              (안기임)

 

어메는 나를 낳고 "또 딸이네."
윗목에 밀어 두고 울었다.


나마저 너를 미워하면
세상이 너를 미워하겠지.

 

질긴 숨 붙어 있는 핏덩이 같은
나를 안아 들고 또 울었다.


하늘에서는 흰 눈송이가
하얀 이불솜처럼
지붕을 감싸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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