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 공신 – 공부의 신(神) - 공부를 신나게
공부란?
공부(工夫)는 원래 불교에서 말하는 주공부(做工夫)에서 유래한 말이란다. 주공부란 “불도(佛道)를 열심히 닦는다”는 뜻으로, 그중에서도 특히 공부라 함은 참선(參禪)에 진력하는 것을 가리킨다는데, 불가에서 공부(工夫)에 관한 기록은 선어록(禪語錄)에 많이 나오는데 다음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해야 한다고 한다. 공부는 간절하게 해야 하며, 공부할 땐 딴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하며, 공부할 땐 오로지 앉으나 서나 의심하던 것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현대적 의미는 학문을 배워 익히는 일 모두를 말한다.(다음백과)
공부라는 말은 당연히 알고 있는 말이어서, 공부란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오늘 처음으로 사전을 들춰보았더니 생각지도 못했던 얘기들이 나온다.
“공부란 간절해야 하고”는 목적을 얘기하는 것 같고, “딴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하며”는 집중을 말하고, “의심하던 것”은 내가 잘 모르는 것은 언제나 의문과 회의를 갖고 접근해서 그 의문과 회의를 스스로 명쾌하게 해소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아내와 함께 2시간짜리 피서라도 해보자고 영화 “놈놈놈”을 보러 갔더니,
영화관 문도 열려있고 불도 환하게 켜져 있는데 아무도 없고 썰렁한 게 아무래도 오늘 영화 상영이 없나보다 싶어서 확인을 해보니 내가 가지고 있던 정보가 올드버전이었고 그 사이에 새로운 일정이 공시되었는데 내가 모르고 있었던 거다.
마침 바로 위층에서는 “습관의 힘”이라는 주제로 강성태씨의 강연이 있어서 이나저나 2시간짜리 피서니 강연이면 또 어떠냐고 대강당으로 들어갔다. 그렇고 그런 강연이려니 생각하고 들어가서 보니 한동안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했던 “공부의 신 강성태”씨의 강연이다.
예상했던 대로 주로 학생들의 학습과 관련된 공부의 방법 중 “공부하는 습관”에 포커스를 맞춘 강연이었는데, 사실 학창시절에 최소한 한 학기라도 열심히 공부를 해본 사람이라면 대개 체험을 통해 이미 잘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대강당엔 청중들이 미어터졌다. 어린이집 아이들과 부모로부터 초.중.고.대학생은 물론 성인들까지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공부를 하는 당사자나 또 공부를 시키고 있는 부모들이나 모두 다 공부 잘하는 비법 뭐 하나라도 건지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한결같이 올인 모드였는데 각자 뭘 얼마나 건졌는지 모르겠다.
공부도 습관이다. 습관적으로 공부를 해야지 무슨 소풍 가듯이 날 잡고 시간 잡아서 공부해서는 안되고 습관적 반복적으로 해야 잘 할 수 있다는 데엔 누구도 이의를 제기치 않을 것 같다. 또한 공부에는 본인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끝없이 질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납득했다는 얘기는 내가 더 이상 의문의 여지없이 확실하게 이해했고 그로부터 응용과 창의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일테니, 습관과 질문(또는 의문)은 충분히 의미 있는 강의였다.
몇 가지의 얘기가 빠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 강성태씨가 몰라서 언급을 안한 게 아니라, 약 9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의 한계와 비즈니스(사회적 기업이기는 하지만)의 함수관계 때문이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공부의 목적
가장 중요한 공부의 목적을 말하지 않았다. 당연히 몰라서가 아니라 말하기에 너무 무겁고 갈등의 소지가 많은 주제이기 때문에 생략한 것으로 생각된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공부를 하는 것이 무슨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거나 진리를 깨닫기 위해서라고 하면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너무 허황한 신기루 같이 느껴진다. 만져보거나 느껴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목적이나 가치보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목적으로 “나 자신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했다.
사회는 고도로 분업화되어 있어서 내 일상생활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하고, 그런 도움에 대한 답례로 나는 일정한 비용을 지불한다. 마찬가지로 나 또한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무엇인가를 하며 살아야 하고 그들로부터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세상에는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정보와 지식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리고 창의력이 좋은 사람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열려있고 그에 대한 명성과 명예 그리고 보상도 후해진다. 근로와 고용시장(셀프 고용을 포함해서)에서도 가격결정요소의 하나인 희소성이 작동하는 것이다.
돈 벌기 위해서 일하는 것은 많은 고통이 수반되지만, 사회에 대한 품앗이로 일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 것은 자신만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작은 생각의 차이지만 삶의 질은 많이 달라진다.
사람의 재능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얘기, 그러나 너무나 민감해서 그 누구도 공개석상에서 말하기를 꺼리는 것, 바로 공부의 재능 문제다. 공부의 속성이 이해력과 암기력 그리고 확장성 정도로 요약한다면 지능지수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되는데, 이걸 말하는 순간 무슨 결정론이나 운명론 같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말하기를 꺼린다. 그러나 그것이 신의 선택인지 자연의 선택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속성이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래서 각자의 재능을 발견하고 발휘하게 하는 것은 어렵지만 참 중요한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어려운 논리를 이해했을 때 희열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악기를 연주하며 희열을 느끼고 또 어떤 사람은 땀 흘리는 육체노동에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다만 그걸 바라보는 사람은 그 사람의 눈으로 바라볼 뿐이고 사람들의 재능은 다양하다.
재미있는 것 중 하나는, 많은 부모들이, 세상을 그저 무난하게 살아가는 가장 손쉬운 지름길이 공부라는 얘기를 깜박하고 아이들에게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 아닐까.....
교육학에서도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을 두고, 사람의 변화에 어느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오랜 논쟁이 있어왔지만 지금의 결론은 유전적 요인(IQ)과 환경적 요인(학습환경)간에 우열의 관계라기 보다는 상호작용의 관계로 보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다.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고 북유럽국가들은 “재미없는 천국”이라고...
24시간 사람들과 어울려 커피 마시고, 술 마시고 노래하고, 게임하고, 전화 한통이면 치맥과 탕수육이 산에도 들에도 시간불문 배달되는 대한민국은 정말 신나고 재미있는 곳이다.
반면에 공부지옥, 입시지옥(어린이집부터), 취업지옥, 마이 홈 지옥, 교통지옥, 환경지옥 등 이런 지옥들을 함께 껴안고 살아야 하는데, 요즘엔 폭염까지 껴안고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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