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기다리는 세상에 기다리고 기다렸던 소나기...
주말이다.
금요일에 TGIF를 외치는 사람들은 행복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날 우리 얘기가 돼버렸다.
몸시계가 깨우는 대로 일어나서 식구들 아침 식사인 물 주고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영화 보러 간다.
영화는 일본계 미국인이 감독한 "토일렛(Toilet)"인데
잔잔한 느낌을 주는 가족 영화다.
영화 보는 2시간이 시원했다.
더위가 지독해서 은행에서, 마트에서, 지하철 역사에서, 공항에서 피서를 한다는 뉴스를 TV에서 보았고 신문에서 보았었지만, 그건 남들 얘기이고 별로 관심 없었는데, 내가 그 대열에 합류했다.
세상사 남의 일이 내 일 되는 건 굉각간이다.
영화 끝나고 얼린 물 마셔가며 애피타이저로 우장산을 한 바퀴 돌았다.
우장산에는 많은 시들이 새겨져 있는데 오늘은 박목월의 "나그네"에 꽂혔다.
나그네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오늘의 논점은 "남도 삼백리"가 되었다.
문학작품에 정답을 만든다는 게 그야말로 코메디겠지만
박목월 시인이 경주 출신이니, 시인의 "남도 삼백리"는
아마도 경주 주변이었을 거라고 멘토도 나도 동의했다.
하지만 독자에 따라
각자의 "남도 삼백 리"가 있을 것이라는 것도.....
조금 늦은 점심으로 수타면 쟁반자장을 먹었다.
몇일 전에는 내가 입맛을 잃어 별로 맛을 못느꼈기에 오늘 앙갚음을 하는 거다.
잘 했다. 맛있게 먹었다.
점심 먹었으니 디저트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오늘의 디저트는 봉제산으로 했다.
정상인 봉수대에 오르니 하늘의 오케스트라가 펼쳐진다.
나무들이 시끌벅적 한다.
잠간만 기다려, 금방 비 쏱아질거야.....
산을 거진 다 내려왔는데
마침내 하늘이 터져버렸다.
골목길엔 빗물이 도랑처럼 흐른다
이렇게 기분 좋게 비 맞아보기도 무척 오랜만이다.
이래저래 몸도 마음도 시원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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