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간 집을 비우고 아내와 함께 나들이를 다녀왔더니
이 녀석이 이렇게 35cm 정도로 길게 크고 늙어버렸다.
아내가 아들 녀석에게 나들이 왔다고 카톡을 했을텐데...
바쁜 일들이 있었던지 물을 주지 않아 채소들이 목말랐다.
잘 익어가는 게 예쁘고 반갑다.
물론 씨를 받으려고 일부러 익힌 거지만 터미네이터가 아니기를 빈다.
정선 여량의 아우라지를 세상 사람들이 별로 관심 갖지 않았던 시절부터
내 가족은 한동안 거의 매년 나들이를 다녔는데...
그 매력은 첫째 경치가 아름다워서였고
둘째는 내가 좋아하는 낚시를 할 수 있어서였고
셋째는 아우라지 뱃길에서 온가족이 함께 수영을 즐길 수 있어서였고
넷째는 모래와 자갈밭인 하천에 텐트를 치고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별과 달이 우리를 따라오던 시절의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였다.
그런데도 지척간에 있는 구절리를 한번도 가보지 못해서
이번에는 구절리를 가려고 길을 나선 것이었다.
왼쪽엔 부추가 무성했었는데...
집에 오자마자 아내가 친구들하고 부침개 해먹으려고 예쁘게도 잘라버렸고
오른쪽 빈 공간엔 늦상추를 심어 두었다.
왼쪽부터 채송화, 돌단풍, 호주꽃(?) 순인데...
돌단풍은 한탄강 산으로 20여년되었고...
호주꽃은 호주 동서 집에서 가져왔는데 이름을 몰라서 호주꽃이라 부른다.
호 박
이 녀석들도 친구 집에서 호박을 가져와 심었으니
역시 터미네이터는 아닐 것으로 생각되어 씨받이로 키우는 녀석들이다.
방앗잎(배초향)
들깻잎보다 향이 강한 향신료인데...
추어탕과 매운탕 등에 많이 사용한다.
싱가포르에서는 이 방앗잎의 향 보다 훨씬 강한
방앗잎과 비슷한 향신료가 있는데, 주로 징기스칸요리인 볶음요리에 쓰인다.
나는 이걸 먹으면서 싱가포르 로칼 가이드로부터 대단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사실은 한 입 떠 넣으니 냄새가 너무 역겨워 코로 숨을 쉬지 않고 먹었다.
우리나라의 홍어, 라오스와 캄보디아의 쁘로혹, 북유럽의 청어요리는
당연히 한 수 위인 식품들이겠다.
화분에 대파 모종을 해서 이렇게 키워나가고...
비트라는 채소를 처음으로 키워본다.
아욱은 한동안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었고
지금은 못난이들로부터 씨앗을 받을 참이다.
그 흔해빠진 나팔꽃도...
활짝 펼쳐진 아침의 모습은 왜 그리도 당당한지.....
도라지
곰배령과 진동계곡에서 몇 차례에 걸쳐
백도라지를 애써보았는데 지금껏 이 지경이다.
치커리
이 녀석들도 씨받이로 키운다.
고추
12포기를 심었는데, 1년 12달의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 가족은 매운 것을 싫어해서 맵지않은 고추인데
이미 실컷 따먹었고 냉장실에 넉넉히 비축해두었다.
그 사이에
나리꽃도 족두리꽃도 얼굴을 내밀고...
이 녀석들도 우리 집에서 무척 오래 산 녀석들인데
아날로그 시대였던가보다.
금낭화
내년에는 그 예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야겠다.
고 추
고추가 빠질수야 없는 거 아닌가...
매운 걸 못먹어서 청양고추는 사양이고
토종고추를 심었는데 정신없이 열린다.
들깻잎
고기 구워 먹을 때 최고의 서포터스.....
천리향
봄의 향기를 제일 먼저 알려주던 녀석.....
딸기
손녀녀석이 가장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딸기.....
이 모든 녀석들이 내 식구들...
최소한 하루에 한 번은 물을 먹여주는 내 식구들...
호박과 오이 넝쿨 크는 것을 보노라면 시간의 속도와 무게를
절감하지 않을수 없다.
그렇게 시간이, 세월이 흘러버렸다.
내 손에 기대어 사는 내 식구들이다.....
집 비운 동안에도 잘 견뎌준 내 식구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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