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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전혜린(田惠麟)

아미고 Amigo 2018. 3. 26. 16:58

 

 

 

집이다...

집에 왔다...

쪽방이든 아방궁이든 내 집이 최고의 안식처다.

영혼 없는 궤짝집이 아니다.

내가 그림을 그렸고, 내 가족들이 정성으로 함께 가꾼, 우리의 영혼이 깃든 집이다.

 

마치 긴 겨울방학이 끝났거나 아니면 겨울밤의 긴 꿈에서 깨어난 것 같다.

원하지 않은 몇 번째의 여행이었는지 모르겠다.

 

대개 세상사는 예기치 못한 일들이 불쑥 찾아오기 일쑤여서 이번에도 그렇게 각시와 함께 호털 생활을 했다.

입혀주고 먹여주고 재워주기까지 하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사람들과 특별할 것도 그리고 서로 별 관심도 없는 소통을 하면서 걱정과 동시에 기대 속에서 지내는 게 시간이 무척 더디게 간다.

 

이미 알고 있던 터라, 이런 때에 적당한 책을 하나 골라 담았다.  

전혜린(田惠麟)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읽은 이 책은 민서출판에서 200335일 개정판 4쇄로 나온 책인데, 책을 구할 수가 없어서 중고서적 사이트를 수없이 뒤져 책값 4만원 그리고 택배비 4천원 합계 44,000원을 들여 산 책이다.

 

이어령 선생께서 책 머리에를 써주셨고, 뒤이어 전혜린의 바로 아래 동생 전채린나의 언니 전혜린을 서문으로 쓴 걸로 보아 유고(遺稿)를 동생인 전채린이 정리하여 출판된 것으로 보인다.

 

 

전혜린(田惠麟, 19341965)

평안남도 순천 출생, 수필가, 번역문학가 /  71남 중 장녀

 

경기여고 서울대 법학과(3학년 중퇴) - 독일유학(뮌헨대 독문학) - 뮌헨대 조교- 귀국 - 경기여고 교사 - 서울대 법과대학 강사 - 이화여대 강사 - 성균관대 조교 - 31세로 자살이라고 되어 있다.

 

본인의 작품이 있고, 번역서가 있고, 또 많은 얘기들이 있지만, 너무나 젊은 나이에 그렇게 되어, 세상 좀 살아봤다는 내가 함부로 건드리기가 정말 부담스럽다.

본인 또한 건드리지 말았으면 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고...

다만, 그렇게나 총명하고 재능이 많은 사람이 어린 딸까지도 홀로 남겨두고 본인의 길만을 선택한 냉철함에 머리가 혼란스럽다.

 

 

일독을 권하고 싶다. 

 

그의 얘기 중에는 이런 분들이 나온다.  

그와 동갑내기인 이어령 선생이 책 머리에를 넣어 주셨고... 

 

19193.1운동으로 일본 경찰에 수배되자 중국과 프랑스를 거쳐 독일로 망명하여 압록강은 흐른다.”를 집필하여 독일 중.고교 교과서에 수록이 되었으며 이를 전혜린이 번역하여 한국에 소개한 주인공 이미륵(李彌勒, 본명은 儀景, 18991950)이 나오는데 나는 이미륵의 얘기를 독일에 사시는 블로거 감잡았데이님을 통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박경리((朴景利, 1926~2008) 선생의 얘기도 나오는데, 8살 언니인 박경리 선생을 전혜린이 많이 좋아했던 것 같다.

이 대목에서 나혜석(羅蕙錫, 18961948)윤심덕(尹心悳, 18971926)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봄날이 열려가고 있던 중에, 예기치 못했던 호털 생활을 이 책으로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냈다.

후유증이 있는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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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디스크가 파열되어 시술을 했던 때가 2017년 4월 17일이었으니, 시간이 꽤나 많이 흐른 뒤에 이 글을 정리하는 셈이다.

 

조카녀석(윤정)이  "전쟁 나도 피난도 못가는 이모부가 불쌍하다."고 했단다. 

근자에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꼬이고 있고 긴장이 고조되면서, 태양절에 즈음하여 전쟁이 터질 거니 어쩌니 하면서 언론이 떠들어 대니 세상이 어수선하다.

 

그런들 전쟁이 나겠는가...

그게 무슨 아이들 소꿉놀이나 운동 게임도 아닌데.....

 

트럼프가 언행이 경망스럽기 짝이 없는 막가파식인 것 같지만, 제깐엔 머리가 아주 잘 돌아가는 실리주의 행동파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국제관계에서 무슨 선악이 있겠는가?

목적을 위한 최소한의 명분(없으면 만들기도 하고)만 있으면 충분하고, 게다가 자국의 이익이 있으면 그게 바로 강자의 정의이자 이익 아니겠는가.....

 

그런 면에서 남북관계는 사실은 미국과 중국이 주연이며 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남북을 포함한 주변의 조연들이 들러리를 서는 거 아니겠나.....

 

 

그건 그렇고 내가 아내와 데이트 하던 시절에 업고 다녔던 조카녀석(윤정)이 어느 새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학부형이 되어서 내 안위를 걱정해주니 세월은 정말 빠르다.

 

그런 세월이 내게 많은 것들을 선물했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는 그것들을 내게서  하나씩 하나씩 다시 앗아 가는 것 같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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