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커피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다방(茶房) 커피에서 시작하여 자판기 커피와 믹스커피를 즐겨 마셔서 원두커피는 낯설다. 하지만 커피 특유의 중추신경계 등을 자극하는 긍정적인 부분의 효과 때문에 자유인이 되기 이전에는 하루에 보통 5∼10잔 정도의 믹스커피나 자판기 커피를 마셨다.
어느 때부터인가 카페가 한집 건너 꼴로 늘어서고, 젊은이들이 3,000원짜리 자장면이나 라면 먹고 디저트로 4,000∼5,000원짜리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물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 참 의아했었다.
공정가격(公正價格)과 공정거래(公正去來)라는 말이 부상하면서 합리적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되었고, 합리적이란 적어도 다수가 이해하고 동의하는 것이라면, 커피의 생산 유통 그리고 소비에 이르는 메커니즘이 또한 의아했었다.
궁금해서 커피를 잠간 공부해봤지만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믹스커피나 자판기 커피를 찾기 어려운 외국여행(프랑스 사람이 독일 가는 건 해외여행이 아니지만 우리는 모두가 다 해외여행이다.)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잔꾀를 터득했다.
큰 잔으로 커피를 마시고 2∼3시간씩 버스를 타다보면 화장실 문제 때문에 몸살이 나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닌데, 그나마 에스프레소가 도움이 된다.
내게는 커피가 그런 정도인데, 웬 “Coffee! 인문학에 빠지다.”란다.
ㅈㅅ일보에게서 배웠나...
커피에는 눈길이 안가는데 “인문학에 빠지다.”가 자꾸만 유혹을 했다.
근자의 여느 강좌가 그러했으며 특히 주제가 커피인지라 여성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웬걸 남성들이 다수인데다 전문가 수준들이다. 이 강좌 들으면 주변 남자들에게 커피 얘기 좀 할 수 있으려니 생각했었는데, 나만 쌩콩이었던 게다.
이슬람권에서 엄격하게 통제했던 커피를 네덜란드가 역외로 유출 재배하여 세계화되었고, 세계교역에서 원유 다음으로 물동량이 크다고 하며, 우리나라는 러시아를 통해 커피가 들어왔고 일본을 통해 대중화되어 세계7대 커피소비국 중 하나라고 한다.
이 과정에 경복궁의 원형 모습을 보여주며 “궁궐”을 얘기하는데, 명색이 문화교양학을 공부 했다는 나만 “궁궐 놓고 궐 자도 몰랐다.”
궁궐(宮闕)의 궁(宮)이란 천자나 제왕, 왕족들이 살던 규모가 큰 건물을 일컫고, 궐(闕)은 본래 궁의 출입문 좌우에 설치하였던 망루를 지칭한 것으로, 경복궁의 동십자각(東十字閣)과 지금은 소실된 서십자각(西十字閣)이 궐(闕)이란다.
커피의 품종은 많지만 “아라비카”가 가장 많이 생산되어 원두커피로 사용되고, “로부스타”는 품질이 좀 떨어져 주로 인스턴트 커피로 사용되는데 어떤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로부스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이며 나도 미력이나마 일조했었다.
커피 맛을 결정하는 요소(원산지, 로스팅 포인트 Roasting Point, 농도), 로스팅 포인트와 신맛 쓴맛 단맛의 변화, 커피의 추출방법(침지.여과.가압식), 이런 얘기들은 내게 너무 생소했고, 세계적인 커피체인점이 에티오피아에서 300원에 구입한 원두 1kg으로 약 25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는 얘기는 귀에 쏘옥 들어왔다.
나는 이 커피점에는 안간다.
그밖에 최초의 커피하우스 / 전쟁과 커피(인스턴트커피) / 종교와 음식(기독교:와인-이슬람: 커피) / 미국의 “보스턴 차(茶) 사건” / 커피와 문화예술 / Blue Bottle Coffee와 크루아상 / Penny University와 Gentleman / 음식의 3대영양소(탄수화물:포도당, 단백질:아미노산, 지방)와 커피 / 인체의 기억장치(뇌, 근육, 장기) / 흉선(가슴샘: 면역기관)과 면역세포 그리고 텔로미어(Telomere: 노화)의 상관관계 등등 8시간에 걸쳐 수많은 그리고 흥미진진한 얘기들을 들었지만 나는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들었고 그 중에서 일부를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강의를 하신 최상백 선생님은 강남 신사동에 커피하우스도 운영하시지만 커피와 인문학에 대한 열정 때문에 강의를 하시는 것 같다.
문화도 생로병사 하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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