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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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부인(水路夫人)과 순정공(純貞公)
보각국사 일연(普覺國師 一然)이 쓴 삼국유사(三國遺事, 13세기)의 설화에 나오는 이야기로 삼척시와 수로부인 헌화공원에서는 순정공(純貞公)에 포커스를 맞춰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순정공은 신라 성덕왕(聖德王, 신라 제33대 왕, 702∼737년) 때의 관료로 그의 부인 수로(水路)와 함께 강릉태수로 부임하는 길에 일어나는 이야기인데, 순정공은 인터넷에서 검색이 안 된다.
수로부인에 대한 또 하나의 이야기는 가락국(駕洛國)의 구지가(龜旨歌)를 기반으로 신라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것으로 구지가에는 금관가야의 수로왕(首露王, 금관가야 초대왕, 42∼199년)이 나오고 내용도 비슷하여 수로왕은 首露 그리고 부인은 水路로 표기한 것으로 추정하기도 하며, 수로왕이 157세까지 살았다고 하니 그야말로 모든 것이 이야기 같은 세상이었고, 대체로 김부식(金富軾, 1075∼1151)의 삼국사기(三國史記, 1145년)는 정사로 그리고 삼국유사는 야사로 이해한다. 또한 연대를 봐도 구지가의 편집일 개연성도 있어 보인다.
수로부인 헌화공원 가는 길
임원항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입장권을 구입하여 엘리베이터를 타고 탁 트인 동해를 바라보며 51m를 올라가는데, 속도가 너무 빨라서 공포감이 느껴진다. 그렇게 올라가면 동해의 수평선이 펼쳐지고 임원항과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거북설화
수로부인을 두고 거북이와 용 그리고 인간들 간의 애증과 질투 시기 등이 해피엔딩으로 귀결되는 소박하고 코믹한 설화인데 거북이 입장에서는 억울할 것 같다. 왜냐하면 수로부인은 용이 데려갔는데 사람들은 왜 거북이한테 수로부인을 내놓으라고 하면서 그러지 않으면 거북이를 구워먹겠다고 겁박을 했으니 말이다. 그런 것이었을까? 왕이 문제인데 왕은 바꿀 수 없으니 고을 수령이나 사또에게 책임을 묻는 것 같은 경우 말이다.
수로부인 설화(說話)
이 설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수로부인, 수로부인의 남편이자 강릉 태수인 순정공, 동해의 용, 거북이들, 예쁜 꽃을 꺾고 헌화가와 해가를 지은 노인 그리고 지역 주민들인데, 설화의 발단은 수로부인이 너무나 빼어난 미인이어서 일어난 이야기로, 수로부인에게 아름다운 꽃을 갖다 바치는 “헌화가(獻花路)”로 시작하여, 용에게 잡혀간 수로부인을 구해내는 “해가(海歌)”로 끝을 맺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대부분의 신화와 설화에는 그런 이야기의 탄생 배경과 메시지 등이 담겨있는데, 수로부인 설화를 살펴보면 수로부인만 있고 부군인 순정공의 존재감이 없다. 계백장군이 5천 결사대를 이끌고 출전하면서 가족을 정리한 것을 보면 삼국시대는 가부장사회(家父長社會)였던 것 같고, 쌍화점(雙花店)이 나왔던 고려시대는 여성의 존재감이 상당했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이 설화의 시대도 여성의 존재감이 상당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부계(父系)와 모계(母系)의 기준은 가계(家系)의 기준일 뿐 남녀의 권한과 권력은 또 다른 얘기이기도 하다.
헌화가(獻花歌) -- 나무위키 자료
紫布岩乎过希 지뵈 바회 ᄀᆞᅀᅢ 자주빛 바위 가에
執音乎手母牛放敎遣 자ᄇᆞ몬손 암쇼 노히시고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吾肸不喩慚肸伊賜等 나ᄅᆞᆯ 안디 붓그리샤ᄃᆞᆫ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花肸折叱可獻乎理音如 고ᄌᆞᆯ 것거 바도림다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김완진의 해석)
언덕의 풍경
바다 가까이에 있는 수로부인상에서 바라보는 언덕과 언덕에서 수로부인상과 동해를 바라보는 풍경은 이런 모습이다.
울릉도 전망대 & 카페와 전망대
망원경으로 울릉도를 바라보는 이 전망대는 해발 135m이고, 울릉도까지는 약 137km로 동해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라고 한다. 과학적으로는 청명한 날에 바다에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거리가 153km라는데, 이론과 현실에는 차이도 있다.
바로 옆에는 카페가 있는데 시니어들만 올라왔는지 썰렁하다. 우리 부부 둘이서 카페를 독점해 전망이 좋은 2층에서 수로부인상과 동해를 감상하며 차를 마시고 3층으로 올라가려니 폐쇄되었다.
순정공(純貞公) & 십이지상
수로부인이나 순정공(또는 수로)이나 설화 속의 인물이기는 마찬가지인데, 이야기의 포커스가 수로부인에게 맞춰지다 보니 순정공은 꾸어다둔 보릿자루 신세 같다. 그런데 순정공 이 분 마음고생 참 많이 했겠다. 부인을 용이 잡아가버리고 또 걸핏하면 다른 귀신들이 잡아가버리고 했으니. 그래도 계속 다시 돌아온 걸 보면 잡혀간 건지 따라간 건지 아리송하고, 미모든 뭐든 감당이 안되는 부인을 모시고 사는 남자도 무척 고단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로부인 이야기는 동해안 일대에 널리 퍼졌고, 바다부채길을 가는 심곡항에도 “헌화로”가 있으니 여러 곳에서 수로부인 이야기를 활용하는 것 같고, 십이지상은 장식품인 것 같다.
황당한 것 같은 이 설화를 통해 배우자는 자기 분수에 맞는 사람을 선택하는 게 좋다는 것, 젊은이들 젖혀두고 꽃을 땄고 가방끈 긴 강릉태수를 젖혀두고 헌화가와 해가를 지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 노인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는데, 오늘날에는 시니어의 아날로그 지혜도 필요하지만 주니어의 디지털 지식이 더 필요한 것 같다.
몇 걸음만 더 내려가면 울진에 있는 관동팔경인 망양정과 월송정인데, 여기는 다음으로 아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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