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화천 이외수 문학관

아미고 Amigo 2024. 3. 28. 12:12

(2023.12.13)

(사진은 클릭하면 커집니다.)

 

 

화천 감성테마문학공원

감성테마문학공원은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에 있고 그 안에 이외수 문학관이 있는데, 평화의 댐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보낸 탓에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지만 어두워도 플래시를 켜고 겉모습이라도 보고가자고 부지런히 달렸는데 문학관에 도착하니 이렇게 어두운 밤이 되어 플래시가 있어도 보물찾기가 되어버렸다.

 

밤길이기도 했지만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지도검색을 해봐도 이런 산골짝은 처음이었다. 좁은 도로는 시종일관 구불구불한데다 계속 언덕을 오르내리다가 이외수 문학관이 가까워진 마지막 구간은 개천을 끼고 가는 농로 같아서 이 길이 맞는 건지 의문이었고 주차장도 아주 협소해서 이런 곳에 누가 얼마나 오겠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는데, 아내도 느낌이 별로였던지 늘그막에 밤중에 오지탐험 한다고 한마디 한다.

 

 

 

 

 

 

 

 

 

 

이외수 문학관

이거 뭐 금의야행도 아니고 우습기도 하지만 어쨌든 도착했으니 플래시를 들고 다리를 건너간다. 나는 이외수((李外秀, 19462022) 작가를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지만 들리는 얘기로는 기인(奇人) 기질이 있다고 들었고 그런 언행들도 있었던 것 같은데, 특별히 기억나는 건 이외수 문학상이다. 문학계에서는 작가 생존 중에는 작가의 이름이 들어가는 문학상을 만들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는데 이외수 작가가 이것을 타파해버린 것이다.

 

 

 

 

 

 

 

 

 

 

시비보다 설경

깜깜한 밤이고 불은 모두 꺼졌고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지만, 시비(詩碑)보다는 그나마 설경(雪景)이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아직도 눈이 쌓여 있는 응딜진 곳이어서 봄이 와야 녹을 것 같다.

 

어느 시대 어떤 나라의 어떤 부모로부터 태어나느냐에 따라 인간 삶의 대부분이 결정되듯이 제 발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이 돌들도 누구의 어떤 시가 새겨지느냐에 따라 돌의 값어치가 달라질 것이다.

 

 

 

 

 

 

 

 

 

 

문학관과 격외문원 그리고...

깜깜해서 보이는 게 없고 문은 모두 닫혀 있어서 플래시를 켜고 무슨 건물인지 살펴보았지만 안에 들어갈 수가 없으니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격이다. 문학관이야 짐작이 되지만 격외문원이 뭔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더니 출판사 운운하는 얘기 정도 밖에 알 수가 없다.

 

화천군이 이렇게 외진 오지에 문학공원을 만든 것은 역설로 오지이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해서 외지 사람들을 유인하려고 했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교통을 비롯한 인프라가 너무 부족해서 사람들이 얼마나 올지 의문이었고, 만년에는 화천군과 이외수 작가 사이에 갈등도 있어서인지 이 문학공원이 마치 버려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이외수 작가가 독특한 기인으로 알려져 있어서 매니아들과 팬들도 있을 텐데, 매력이란 H/W인 용모만이 아니라 S/W인 자질과 재능이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으니 신언서판(身言書判)이 맞는 것일까...

 

 

 

이렇게 모두가 까만 밤이 되어버렸다.

 

 

 

 

 

 

 

 

 

 

 

셋이서 문학관

은평구 진관동 한옥마을의 진관사 입구에 있는 셋이서 문학관이다.

기인이라 불리는 천상병(千祥炳, 19301993) 시인과 중광(重光, 19342002) 스님과 이외수 작가 이렇게 세 분의 합동문학관이다. 하여간 이런 문학관이 있는데, 진관사와 북한산 산행 길에 몇 차례 들렀지만 갈 때마다 문이 닫혀있어서 껍데기만 보고 알맹이는 보지 못했다.

 

기인인 세 분 문학가들을 대하자니 문득 조정래 작가의 기행일지 아니면 해프닝일지가 생각난다. 방송 때문에 방송국에 갔던 조정래 작가가 복도에서 갑자기 담배를 꺼내 무니, 방송국 직원이 실내에서 흡연은 안 된다고 하자, 조정래 작가 왈 나는 작가니까 괜찮아하면서 태연하게 피웠다는 얘기 아닌가! 담배를 피우는 나는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담배가 건강에 나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얘기지만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창의력을 자극하는 데에는 상당한 효과가 있고 그래서인지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 중에 애연가들이 많은 것 같다.

 

 

 

 

예쁜 모습을 올리지 못해 이외수 작가께 송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