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동해안 이야기 – 강릉 정동진 & 바다부채길

아미고 Amigo 2023. 8. 28. 20:05

(사진은 클릭하면 커집니다.)

 

정동진(正東津)역

드라마 모래시계(1995년 작품)가 방영되고 나서 한참 후에 느닷없이 정동진이 뜨기 전까지는 정동진은 참 조용했었다. 마을도 시골마을이었고 마치 노아의 방주 같은 썬크루즈 호텔도 없었는데, 어느 날 동해안 바람 좀 쐬자고 갔더니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뜬다는 게 어떤 건지 실감이 났다.

 

그렇게 뜨면 나는 조용히 떠난다.

똑같은 정동진인데 사람들이 한동안 휩쓸고 지나간 정동진은 왠지 다방의 마담처럼 때 묻어 보이면서도 그런 세월을 버텨온 가슴이 안쓰럽다. 그런 정동진이 요즈음엔 다시 조용하기도 하려니와 바다부채길을 미루고 미뤘기 때문에 정동진에서 잠을 자고 아침 일찍 바다부채길을 걷기로 했다.

 

 

 

 

 

정동진 시간박물관

아주 흥미로운 곳이다.

세상은 시간과 공간 속에 사물들이 채워져 있는 것 같은데, 정동진의 이 박물관이 시간이라는 박물(博物)을 가지고 있고 보여주는 곳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문을 열지 않아 내용물은 못보고 포장지만 봤지만 포장지인 기차 자체도 박물이기는 하다.

 

시간은 변화를 동반하지만,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좋아해서 변화를 싫어하기도 하지만, 낯선 변화도 반복되어 정 들고 익숙해지면 옛날부터 그랬던 것처럼 일상이 된다.

 

 

 

 

 

정동진 모래시계

정동진이니 금빛 찬란하게 떠오르는 해를 모티브로 한 모래시계를 이렇게 표현한 것 같은데, 안내문이 옥의 티 같다. 수많은 안내문과 공지문들이 인간의 속성, 그러니까 하라고 하면 하기 싫어하고 반면에 하지마라고 하면 하고 싶어 하는 감성을 힘으로 제압하려한다.

 

사람들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심리학자들과 문학인들의 자문을 받으면 훨씬 더 공감도를 높이는 좋은 문구를 만들어낼 텐데 말이다.

 

 

 

 

 

정동진 해시계

우리가 덕수궁에서 본 앙부일구(仰釜日晷)를 연상케 하는 작품인데, 정동진은 이러든 저러든 정동진이고, 드라마 모래시계 때문에 명소로 알려졌는데 굳이 해시계까지 필요했을까...

 

 

 

 

 

썬크루즈호텔 & 리조트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던 정동진에 어느 날 가보니 하늘을 나는 양탄자 같은 배가 떠있는 모습을 보고 아내와 함께 웃으며 좋은 시절은 지나간 것 같다고 했는데 다시 좋은 시절이 온 건지 모르겠지만, 정동진의 모텔 주인들 얘기에 의하면 호텔은 30만원부터 400만 원대인데도 손님이 많지만, 모텔은 손님이 별로 없다고 한다.

 

 

 

 

 

심곡항(深谷港) & 헌화가(獻花歌)와 헌화로(獻花路)

아담한 어항인데, 정동진 부채길을 걸을 때 이곳에 주차를 하고 걸으면 여러모로 편리한 곳이며, “헌화로 이야기의 현장이기도 하다.

 

 

 

 

 

바다 부채길(정동진심곡항)

바다부채길...

많은 상상을 하면서 자료를 검색해보았고, 또 이 부채길의 발상이 무척 참신하다고 생각되어 썬크루즈 법인이 개발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해봤다. 왜냐하면 철밥통인 공무원들은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일에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의외로 강릉시에서 개발했다고 한다.

 

아름다운 동해 바다길인데, 그동안 군()의 편의상 개방을 안 하고 있다가 개방을 한 곳인데, 군의 책무를 국민들과 함께 나눈 격이다. 개방을 하기 전에는 잠수정 등 맨날 경계에 구멍이 생겼었지만 임진강이나 한강처럼 전체 국민들이 보초를 서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썬크루즈호텔에서 시작하면 급경사를 오르내려야 하지만 심곡항에서 시작하면 모두가 수월하다.

 

 

 

 

 

부채바위

부채바위...

그렇게 보면 그런 것이고 또 그런 이야기들이 있는 곳이다.

이 부채바위가 심곡항과 호텔까지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여 많은 사람들이 끝까지 완주를 하지 않고 여기서 되돌아간다.

그런데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아까운 길 아닌가.....

 

 

 

 

 

투구바위

그렇게 보였고 그런 이야기들을 만들었겠지요.

이 부채길이 꽤 됐는데도 호텔 아래가 끝(?)이고 정동진 쪽으로는 지금도 공사 중이고 여기서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돌아가는 길의 동해 풍경

탁 트인 바다, 섬은 보이지 않고 수평선만 보이는 동해를 눈알이 퍼렇게 물들도록 바라보며 돌아왔다.

 

 

 

 

 

강릉 통일안보전시관 & 임해자연휴양림

괘방산(344m) 자락의 동해를 바라보는 곳에 강릉통일공원이 있으며 강릉통일안보전시관이 그 공원 안에 있고, 왼쪽 괘방산 정상 방향으로 올라가다보면 강릉임해자연휴양림이 있는데, 휴양림은 탁 트인 동해를 바라보고 있어서 좋은데, 통일공원과 안보전시관은 왜 이런 곳에 만들었는지 난해하다.

 

 

 

 

 

안보 관련 무기전시물

어린이들과 여자들에게는 볼거리가 될지 모르겠지만, 군 생활을 한 남자들에게는 별로인 곳이다.

 

 

 

 

 

베트남전쟁 및 기타 전시물

베트남전쟁, 이거 꽤나 가슴 아프고 흥미진진한 전쟁이었다.

1955년에 발발한 베트남 내전의 이야기는 긴 이야기지만, 하여간 프랑스가 손들고 나가버린 베트남에 미국이 개입하고 싶어서 1964년에 통킹만 사건이라는 사건을 유발하여 베트남 내전에 뛰어들었지만 고전을 하면서 한국군과 호주군을 용병으로 끌어들였음에도 호치민(胡志明, 18901969)이 이끄는 북베트남군에게 패하여 1975년에 퇴각한 20년 전쟁이다.

 

세계의 전쟁에는 대부분 그 배후에는 미국이 있고, 미국은 동서냉전 또는 개인주의(자본주의)와 사회주의(공산주의)의 패권과 에너지 자원이라는 미국의 이익 때문에 수많은 전쟁에 개입하는 거 같은데, 미국이 민족내전에 개입하여 이겨본 전쟁이 있는지 모르겠다.

 

한국군은 명분 없는 전쟁에 미국의 용병으로 참전하여 수많은 청춘들의 선혈을 뿌린 대가로 경제발전에 큰 도움을 받았는데, 참전 군인들의 급여를 미국이 한국정부에 지급하면 한국정부는 그것을 그대로 본인들에게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 지급하고 일부는 정부가 챙겨서 정부의 재원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 서독 광부와 간호사 파견도 피눈물 나는 이야기 아니었던가!

 

내 소견으로는 자랑스럽기커녕 부끄러운 참전과 패배한 전쟁의 흔적을  자랑하는 거 같다.

나는 호치민을 존경하는데, 그는 사회주의자라기보다는 민족주의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세계 최강의 군대를 가진 미국을 물리친 이런 구국의 영웅을 갖고 있는 베트남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