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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그랜드캐니언 한탄강
일기예보를 보니 우물쭈물하다가는 한탄강 얼음트레킹을 해보지도 못하고 봄이 와버릴 것 같아서 지금이 타이밍이라고 생각되는 때에 길을 나섰다. 한탄강이 제대로 결빙되어서 강물위로 걸으며 한탄강의 진면목을 볼 수 있으려면 영하 10도 이하의 날씨가 10여일 이상 지속되어야 하는데 이번 겨울에는 그런 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그나마 지금이라고 생각되는 날에 다녀왔다.
38선 & 38휴게소
나는 서울의 서남권에 살기 때문에 한탄강 쪽을 갈 때는 의례 자유로와 율곡로(문산-화석정-적성-전곡)를 이용하는데 거리는 조금 늘어나도 이 길은 신호등이 적어서 시간이 단축되고 또 기분 상쾌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며, 화석정이나 율곡습지공원에서 쉬어가기 편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모처럼 내비 여성이 가라는 대로 가보자고 하여 고양과 포천 쪽으로 가는데 새 길들이 많이 생겨서 인터체인지가 많고 신호등이 많아서 즐거운 브라이빙 코스는 아닌 거 같고, 어쨌든 38선에 있는 38휴게소에 도착하니 철원에서 군 생활을 하면서 이 길을 수없이 오갔던 추억이 떠올라 아내에게 군 생활 얘기를 하며 달렸다.
직탕폭포(直湯瀑布)
“한국의 나이아가라폭포”라는 애칭도 있지만 낙폭이 워낙 짧아서 물이 떨어지는 모습보다는 이렇게 결빙되어 있는 모습이 더 예쁘다. 일 년이면 한두 번 이상 30여년을 다녔으니 무던히 많이 다닌 곳 중의 하나다.
옛날에는 찾는 사람도 뜨막해서 내 아이들과 함께 폭포 바로 밑의 소에서 피라미 낚시를 하다가 더우면 물놀이를 하고 식당에서 매운탕을 먹곤 했었는데 폭포는 그대로지만 여기도 변화가 많다.
태봉대교(泰封大橋)
태봉대교는 궁예(弓裔, ?∼918)의 태봉국(泰封國)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며 이 다리는 건설된지 그리 오래지 않아서 종전에는 승일교(이승만+김일성)를 건너야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다리에 번지점프대가 있기는 한데 여기서 점프하는 것을 본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물윗길(부교)을 아직 한탄강이 제대로 열지 않아 얼음 위를 걷다가 또 물윗길을 걸으며 트레킹을 하였다.
태봉대교 아래의 여울
태봉대교∼송대소 사이의 폭포들
여울에서 사냥하는 오리들
송대소(松臺沼) & 은하수교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에 있는 송대소의 유래는 송도(松都) 출신의 삼형제가 송대소에 사는 이무기를 잡으러 와서 두 사람은 이무기에 물려 죽고 남은 한 사람이 그 이무기를 잡았다 하여 “송도포(松都浦)”라 하였다가 이후 “송대소”로 바뀌었다고 하는데, 송도포까지는 맥락이 연결되지만 송대소로 변하는 것이 왠지 스텝이 꼬이는 느낌이다. 은하수교와 비슷한 하늘다리와 출렁다리는 도처에 있으며 한탄강에도 비둘기낭폭포 바로 위에 “한탄강 하늘다리”가 있다.
고석정(孤石亭)
고석정이 임꺽정 이야기와 함께 전곡의 한탄강유원지와 더불어 한탄강의 랜드마크였는데 세월 따라 모든 것들이 변해간다.
(한탕강의 옛 풍경)
이번 겨울의 한탄강은 이렇게 마무리한다.
문득 엉뚱한 생각이 떠올라 나이별 생존율을 검색해보았다.
2022년 6월말 기준의 나이별 생존율은 아래와 같은데 조사시점에 따라 편차가 있다.(통계청 자료)
60세(78%), 70세(70%), 75세(58%), 80세(61%), 85세(28%), 90세(12%)
그간 내가 봐왔던 생존율보다는 높은 수치 같은데 하여간 이건 현실이다.
하지만 단톡방에서는 대부분 100세 인생을 외치며 산다.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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