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8.7)
여성봉
지난여름에 우이령 길과 오봉산 석굴암을 다니다가 문득 여성봉 생각이 나서 내 블로그를 확인해보니 없다. 다닌 곳을 모두 다 블로그에 올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섭섭해서 사진을 찾아보니 사진도 없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생각난 김에 푹푹 찌는 날에 이열치열 겸 혼자서 하늘하늘 다녀와서는 또 잊어버리고 있었다.
버스정류장에서 오봉탐방지원센타 가는 길
72보병사단정류장에서 내려 오봉탐방지원센터로 가는 길의 들머리에는 이렇게 아주까리가 예쁘게 익어가고 있었고, 이내 둘레길 “송추마을길”이 나타난다. 오봉탐방지원센터까지 약 1km 정도라니 오늘은 모두 합해서 6km 정도를 걷게 되겠다.
오봉탐방지원센터
바로 옆에 송추계곡이 있는 곳이다.
오늘은 여성봉까지만 올라가서 잠시 쉬었다가 내려오는 길이니 사실 종종 다녔으면서도 블로그에 올리지 못한 여성봉에게 미안해서 사진 몇 컷 담으러 가는 길이다.
사패산(賜牌山, 552m)
여성봉이 가까워지면서 왼쪽으로 사패산의 예쁜 모습이 나타난다.
선조(宣祖, 1552∼1608, 제14대 왕)가 그의 옹주를 시집보내면서 선물로 주었던 사패산이라니 조금 우습기도 하지만, 나라가 모두 왕의 소유였던 당시로서는 말이 되는 얘기다.
여성봉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처음부터 이름이 있었던 것이 아니듯이 여성봉도 이름 없던 한 바위에 불과했는데, 등산로가 개발되고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누군가가 “여성봉”으로 이름을 붙여 알려지게 된 곳이라 한다.
신에 버금가게 똑똑한 인간이지만, 생각할 수 있는 한계는 대개 자신이 겪거나 보고 들어서 알고 있는 범위 언저리인데, 공간의 이동과 정보의 통신 그리고 만나는 사람이 제한적이었던 시절에는 생각이나 상상의 한계도 지금하고는 비교가 안 되게 좁았을 것이다.
여성봉은 그냥 그렇다는 것이지 뭐라고 주석을 달기는 좀 그렇고, 우리 산하에는 웬 남근석들이 그리도 많은지, 남아선호 생각이 꽤나 깊었던 모양이다.
여성봉에서 바라본 백운대와 오봉산 오봉
백운대는 거리가 있어서 핸드폰으로 당겨 봐도 이 정도 밖에 안 나오지만 오봉은 그런대로 그림이 나온다.
오봉에 대한 원님의 외동딸과 다섯 형제 그리고 옥황상제 운운하는 얘기는 특별한 메시지나 맥락도 없는 거 같고 그냥 아름다운 자연이다.
송추계곡
70∼80년대에는 송추계곡에 가서 닭백숙에 소주 한잔 걸치는 날은 그야말로 행복한 날이었고, 그때는 계곡에 물도 많았고 맑았었는데 지금은 이런 모습이다.
가물어서 그런지 물 흐름이 없어 고인 물 같은 물에서 그래도 좋다고 즐거워하는 아이들 그리고 공연장의 무대에서 유명 가수인양 열창을 하는 모습을 보자니 격세지감이 절로 느껴진다.
여름 이야기를 겨울에 풀어놓자니 마치 남의 다리 긁는 얘기 같고, 이 계절에 속살을 내놓는 것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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