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3)
북한산 향로봉 방향
첫눈이다.
뉴스에서는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내게는 오늘(12월 13일)이 첫눈이다.
나는 첫눈이 오는 날이거나 강추위가 오는 날에는 이한치한으로 북한산을 오르곤 했었는데, 오늘도 북한산 둘레길 제8구간 “구름 정원길”을 걷는다.
“구름 정원길”은 구기터널 부근의 “북한산 생태공원”에서부터 “진관생태다리”까지 약 5km로 북한산 둘레길 중에서도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구간인데, 여름에 더 아름답다. 오늘은 구간 상관없이 독바위역 – 불광중학교 – 낮은 산길 – 선림사 – 기자촌공원 – 진관생태다리 & 화의군 이영 묘역 – 은평 한옥마을이 있는 진관사 입구까지 걸었다.
선림사(禪林寺)
슬슬 걸으며 워밍-엎을 하다 보니 어느새 선림사다. 지나칠 때마다 둘러보는 곳이지만 오늘은 특별히 각시가 용무가 있다고 해서 들렀는데 화장실 문을 모두 잠가버렸다. 참 야박하다.
선림사 뒤편의 아름다운 숲을 선림(禪林)이라 하고, 그런 선림 속에 자리한 선림사는 1990년대에 창건된 절로 “천화루”의 기둥에는 선림사라고만 표기되어 있고 종파 표시도 없다.
천화루가 있는 요사에는 선방과 고시원 등이 있다고 하며, 한때 문재인 대통령이 이곳에서 고시 공부를 했다는 얘기도 있는데 사실 여부는 모르겠다.
선림사에서 몇 걸음 걸으면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고 배드민턴장이 있어서 여름에는 이곳에서 배드민턴을 치기도 했던 곳이다.
옛 기자촌 마을 터
가벼운 경사로를 한참 올라가면 옛날 기자촌 마을이 나오는데, 박정희 때 언론사 기자들을 회유하기 위해 국유림이었던 이곳을 택지로 개발해 싼값으로 분양해 기자촌이라는 마을이 형성되었다.
뉴-타운을 조성할 때인가 모두 철거하고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한 것 같은데, 상단부 일부만 시작해 놓고 나머지는 계속 이 모양이다.
화의군 이영(和義君 李瓔) 묘역
진관생태다리 바로 옆에는 화의군 이영(1425∼1489)의 묘역이 있는데, 그 후손들이 자랑스럽게 관리하고 있는 것 같다.
화의군 이영은 세종과 영빈 강씨 사이에서 서자로 태어나 자유분방한 생활로 수많은 구설과 치죄를 당하기도 하였으며 나중에는 어명에 의해 사사되었다.
진관사 태극기
진관사의 자부심이자 자랑인 진관사 태극기
은평 한옥마을 & “셋이서 문학관”
진관사 입구에는 누구의 발상이었는지 “한옥마을”이라는 동네가 만들어져서 구경을 오는 사람들도 있는데, 내 눈에는 이상한 박물관처럼 느껴진다.
이 동네 일대는 여러 가지 개발계획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지금에 이른 것 같고, 기인으로 알려진 천상병 시인과 중광 스님 그리고 이외수 소설가를 함께 묶는 “셋이서 문학관”이 있다.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나도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좋아하는데, 나는 삶을 긴 여행으로 생각했는데 시인은 그보다 더 가벼운 소풍이라 해서이고, 김상용 시인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도 좋아하는데, “웃지요”에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것 같아서다.
숙용 심씨(淑容 沈氏. 1465∼1515) 묘표(墓表)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 대부분이 존재 그 자체도 모르는 숙용 심씨의 묘표가 있는데, 묘표는 글자 그대로 묘지의 표지석으로 대개 생전의 간략한 업적을 기록하는 것이 관례라는데 숙용 심씨의 묘표에는 글자가 풍화 또는 마모된 것인지 글자가 희미하게 보인다.
숙용 심씨는 조선 성종의 11번째 부인이고 8번째 후궁(後宮)으로 2남 2녀를 두었다고 하며, 북한산의 남북 능선들이 바라보이는 자리에 있다.
진관사 입구 & 토렴국밥
버스가 다니는 큰길에서 진관사로 가는 입구에서 보는 한옥마을과 북한산 풍경이다. 이것을 끝으로 첫눈 오는 날의 걷기를 마치고 연신내 연서시장에서 “토렴국밥”으로 출출한 배를 채웠다.
오늘은 갑자기 닥친 추위에 적응할 시간을 갖고 내일 화요일(15일)엔 추위를 체감하러 또다시 북한산에 갈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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