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6.17.)
뒤틀리고 구부러진 기둥
나는 개심사의 컨셉(concept)을 뒤틀리고 구부러진 기둥과 보로 정리했다.
개심사의 자랑거리야 상왕산(象王山) 자락에 자리 잡은 풍경과 더불어 보물과 문화재도 있지만, 뒤틀리고 구부러진 기둥과 보가 그에 못지않은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다.
위 기둥은 명부전으로 가는 길의 무량수각 뒤에 있는 요사의 기둥으로 기억되는데, 한마디로 긴 세월과 이 나무를 알아봐 준 사람의 안목이 합쳐진 예술이다.
일주문 & 솔숲
일주문을 지나서 왼쪽에 펼쳐지는 소나무 숲이 장관이다.
세심동과 개심사 입구가 표기된 이곳에서부터는 숲속의 계단길이 펼쳐진다.
연지와 배롱나무 그리고 산삼
연지가 있고, 150살 정도 되어 예술작품 못지않게 아름다운 배롱나무에 이르면 개심사의 범종각과 안양루가 보이며, 연지 옆에는 산삼이 꽃을 피웠다.
범종각 & 안양루
범종각의 기둥들이 모두 구부러지고 뒤틀린 나무들이며 안양루 기둥의 일부도 배불뚝이 기둥이다.
건축의 신(神)이라는 가우디(Antoni Gaudí i Cornet, 1852∼1926)는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神))의 선이라 하여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 있는 “구엘공원,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 성가족성당), 까사밀라(Casa Mila), 까사바트요(Casa Batllo)” 등의 건축물에서 직선은 거의 배제하고 수많은 곡선 건축을 구현하여 아름답다는 칭송과 함께 그로테스크(grotesque)하다는 평도 있다.
그런데 가우디의 건축물들은 19세기에 만들어졌거나 시작된 것에 비해, 개심사의 전각들은 650년대의 7세기에 만들어졌으니 개심사를 세운 스님과 목수는 뒤틀리고 구부러진 곡선의 나무를 쓰는 미적 심미안을 그 시절에 이미 터득하고 구현했으니 가우디가 기이한 몬세라트만 볼 것이 아니라 개심사와 화엄사의 구층암(九層庵)을 보았더라면 한 수 배웠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대웅보전(보물 제143호) & 5층석탑
개심사는 654년(의자왕 14년)에 혜감(慧鑑)이 창건하여 처음에는 개원사(開元寺)라고 하였다가 이후 중창하면서 개심사(開心寺)로 바꿨다고 한다. 대웅보전 앞 정면에 있는 5층 석탑은 고려 중기 이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며, 백제 때 세운 개원사를 고려 때 중수하면서 5층 석탑을 세운 것으로 추정한다.
심검당(尋劍堂) - 충남 문화재자료 제358호
심검당 왼쪽에 있는 종무소 기둥과 보를 보면, 보는 타원형으로 구부러진 정도가 아니라 지렁이 기어가듯 한 모습이며, 기둥의 위와 아래 굵기가 다른 것은 물론 심지어는 두 개의 나무를 이어서 쓴 것도 있으니 벌써 그 시절에 아나바다를 실천했다는 얘기다.
개심사의 종무소를 보면서 “구부러진 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옛말을 떠올리게 되고, “제 눈의 안경”이라는 말도 떠올리게 된다. 또한 스님이 “달 봐라.”하시니 달 보는 사람부터 손가락 보는 사람까지 있게 마련이고 “달도 차면 기운다.”는 생각을 하는 심미안의 개인차도 있는 게 세상인 거 같다.
무량수각(無量壽開) & 팔상전(八相殿)
개심사의 불전(佛殿)으로는 대웅보전과 명부전 두 전각만 있고 심검당과 무량수각 등은 요사이거나 부속건물들이라 하는데, 무량수각은 원래 불전이었다고 하며, 팔상전은 2016년에 세워진 건물이다.
명부전(冥府殿) - 충남 문화재자료 제194호
명부전은 저승세계(유명계 幽冥界)를 관장하는 시왕(十王)을 봉안하고 있으므로 시왕전(十王殿) 또는 지장보살(地藏菩薩)을 주불(主佛)로 봉안하고 있으면 지장전(地藏殿)이라고도 한다.
시왕은 지옥에서 죽은 자가 지은 죄의 경중을 가리는 10명의 왕이며, 일반적으로 대표적인 지옥의 왕이라고 생각하는 염라대왕도 이 10명의 지옥 왕 가운데 다섯 번째 왕이며 첫 번째는 진광대왕(秦廣大王)이라고 한다.
개심사영산회괘불탱(開心寺靈山會掛佛幀) - 보물 제1264호
개심사의 보물 중 하나인 괘불탱은 어디에 있는지 보지를 못해서 부득이 인터넷 자료사진을 올렸다. 괘불은 야외법회 때 불상을 대신하여 괘불을 걸어두고 법회를 하는 용도로 쓰였던 대형 걸개그림이다.
화엄사 구층암(華嚴寺 九層庵)의 모과나무 기둥
개심사 이야기에 웬 지리산 화엄사 구층암이냐고 하겠지만 위에서 얘기했던 기이한 기둥을 사용한 대표적인 전각이 바로 화엄사의 구층암인데 모과나무를 그것도 거꾸로 세워서 사용한 것 같은 모습이어서 그야말로 기이한 모습이다.
화엄사를 수차 돌아보았고 다 보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구층암의 기둥은 전혀 생각이 안 나는 걸 보면 가보지 못했던 거다. 이게 인간의 자만이자 한계인 거 같다.
저수지 --- 개심사에서 내려오면 이렇게 시원한 저수지가 있는데, 내 기억으로는 신창저수지로 기억되는데 혹시 고풍저수지를 착각한 건지도 모르겠다.
개심사는 글자 그대로 마음을 열고 전각들의 기둥과 보 등을 잘 살펴보아야 할 절이라는 생각이다.
구부러지고 뒤틀린 나무가 건축재로 쓰이기까지는 수백 년을 자랐을 텐데, 기둥과 보가 되어서는 자라온 세월보다 더 긴 세월 동안 세상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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