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에

생일선물

아미고 Amigo 2019. 11. 24. 21:31


2019.11.24  


오늘은 가을을 마감하는 비가 내렸고...

어제는 내 생일 파티를 가졌다.



이 두 녀석들이 내 생일선물이었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충분한 선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며칠 전에 감기 때문에 동네 단골 병원에 갔다가, 동년배이자 30년 지기인 원장과 손주 얘기를 나누다가 내가 내 아이들에게 아이를 더 낳으라고 해야겠다고 했더니 손사래를 치고 정색을 하며 일갈하셨다.


"함부로 그러시면 안돼요. 둘째부터는 아이 한 명당 최소 5억원 이상씩 주면서 그런 얘기하셔야 돼요. 우리 때 하고 많이 달라요. 시간이 흐르는 세속의 세상에서 아이 하나 키워 내는데 5억은 정말 최저 수준이고, 그걸 감당하지 못한다면 시간의 흐름을 내가 주관하는 세상을 살아야 돼요."


"시간의 흐름을 내가 주관하는 세상" , 알겠다, 어떤 세상인지...


순간 머리가 잠시 띵했었지만, 일면 맞는 말이어서 순순히 수긍했다.

30여 년 전, 병원이 아니라 의원 시절에 감기 때문에 가면 "잠을 충분히 자고 과로하지 마라." 고 하고, "주사라도 좀 놔주세요." 하면, "주사가 무슨 보약인줄 아세요?" 하던 돌팔이 의사다.



첫번째 선물

"할아버지" 하면서 내게로 달려오는 이 녀석에게...

제 엄마가 "안돼 할아버지 담배 피워서 안돼" 하지만...

내게로 와서 킁킁거리며 "담배 냄새 안나고 좋은 냄새 나는데" 하면서 내 편을 드는 녀석이다.


그런 소리 들을 때 가슴이 찌르르한다.







첫번째 선물

둘 다 첫번째 선물이다.

기수든 서수든 나의 수(數)에는 첫째 밖에 없다.

사랑이기 때문이다.




이 녀석, 웃기는 녀석이다.

할매 할배를 거짓말쟁이로 만드니 말이다.


내 생일파티 3시간 30분 동안 한시도 칭얼거리지 않고 파티 분위기를 살려준 녀석이다.


백일을 전후해서 우는 것을 잊어버린 것 같다.(ㅎㅎ)

옹알거리다가 어르면 웃고, 그러다가 거꾸로 제가 억지로 웃으면서 놀자고 한다.


신통방통하고 도대체 이 녀석의 머리와 가슴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고, 할매 할배는 일불출(팔불출의 첫째)의 거짓말쟁이가 될 수 밖에 없다.


모르겠다.

"수아야, 우리 친하고 즐겁게 지내자." 는 내 말을 기억하고 있는지도.....









내 동생 있어요

딸 손녀가 아는 사람들을 만나면 "내 동생 있어요." 하면서 자랑을 한다.


듣는 사람이 의아해서 두리번거리면,  "숙모가 동생을 낳았어요." 한다.

세상에는 자랑할 거리가 한둘이 아니다.

키 작은 것도 자랑이고, 키 큰 것도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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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었다고 하면 스스로 내 삶을 수없이 반추해야할테고...

익어가고 있는 만추의 비오는 날에...


쌓인 낙옆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와 나무를 떠나 나래를 펴는 낙옆의 투둑거리는 소리의 교향곡이 펼쳐지는 봉제산과 우장산을 걸으며 자유인으로서의 10년을 스캔해봤다.


내 아이들이 아이를 더 낳거나 말거나 하는 문제는 그 아이들의 선택의 몫이고...

나는 내 아이들 키우면서 맛보았던 행복으로 충분하게 보상받았던 것이고...


내 품안에 있을 때 무한히 행복했었고, 제 세상을 열어가면서 서로 갈등했고, 이젠 다시 공감의 무대로 올라가고 있는 것이 마치 정반합(正反合)처럼 느껴진다.


시간이 흐르는 삶과 죽음 너머의 세상을 아우르는 많은 얘기들이 있지만...

나는 니체의 영원회귀론(amor fati)을 좋아한다.


행간(行間)을 읽어볼 때, 시간은 흐르고, 시간의 흐름은 변화를 가져오고, 변화는 자연적인 것도 있지만 자신이 창조해가는 인위적인 것도 있기에...


니체의 영원회귀론은 단순한 운명론(결정론)이 아니라 부단히 현실의 문을 두드리는 문학적, 자발적, 창조적 운명론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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