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6
춘의정
표고 105.6m의 산 같지도 않은 춘의산(春衣山)에는 너무 황당해서 많은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한 설화들이 있다.
산 이름도 당초에는 도당산(陶唐山)으로 불렀던 것으로 추정되고, 나중에 지금의 춘의산(春衣山)으로 바뀐 것 같은데, 서로 연계가 안된다.
도당산은 도자기와 관련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을 터인데, 뜬금없이 화사한 봄옷으로 변해버렸고, 어떤 주장으로는 산은 못되고 그냥 춘의봉(春意峰)이라는 주장도 있다.
춘의역에서 내려, 몇 걸음 걸어 한전 골목으로 올라가 산에서 처음으로 맞닥뜨린 산소인데, 맨흙이 흘러내린 모습이 마치 볏짚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다.
몇 걸음 올라가니 바로 춘의정이 나오고, 이제부터 산책이 시작된다.
산책로는 마치 신작로처럼 넓은 길이 배수지까지 이어지고...
가다보니 아이들이 자연학습을 나온 모양인데, 대화와 행동을 보아하니 뇌성마비 계통의 아이들과 보호자들이 함께 하고 있다.
아름다운 것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도 많다.
나무들은 병해충 예방을 위해 진흙과 함께 천으로 감쌌고...
생각을 자극해보자는 조각품들이 나온다.
지척간에 마주 보고 있는 원미산은 두 개의 봉우리로 되어 있어서, 제법 가파른 길을 계속 오르다가 다시 내려가고 또 오르내리는 단순하고 재미없는 길인데, 춘의산은 걷는 길이 제법 아기자기하다.
송강(松江) 정철(鄭澈. 1536∼1593)의 훈민가(訓民歌) 중 효(孝) 부분을 옮겼는데, 부천구청에도 국문학과 출신도 있을텐데, 내용이 좀 이상하다.
여기서 길이 나뉘는데,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고. 왼쪽의 도당배수지를 거쳐 봉우리를 넘어가는 길이 있는데, 나는 배수지를 돌아보고 봉우리를 넘어갔다.
부천에도 타워팰리스가 있다.
도당배수지 봉우리에서 바라본 모습이며, 담쟁이넝쿨부터 단풍이 들고 있고, 산소에는 조화를 생화처럼 심어두었다.
부천 도당동 백만송이 장미원
장미원은 우리 나라에서 최고일 정도로 넓고 아름답게 잘 가꾸었는데, 광장의 분수대에 있는 조각상은 머리 모양이나 춤사위나 전체적으로 낮선 모습이다.
내 눈에는 중국 서안의 화청지(華淸池)에 있는 양귀비와 현종의 조각을 카피한 것으로 보여 옥에 티 같다는 생각이다.
장미의 계절도 아닌 이 가을에 이만한 장미를 보는 호사를 누렸다.
춘의산의 이 골짜기에는 아기장수와 절 이야기가 마치 널뛰듯 한다.
원래 이 골짜기에 절이 많아서 절골이었고, 절에 빈대가 많아서 모두 빈 절이 되어버렸고, 아기장수 하나가 계양산에서 훌쩍 뛰어 이 골짜기 바위에 한 발을 딛고 오줌을 싸고선 관악산으로 뛰어갔느니 등등
절이 많을 공간도 부족하고, 아기장수 설화에 엉뚱한 상상력을 발휘해보자면, 이 산에 도적(盜賊)들이 많은 것을 도당(徒黨)이라 했고, 그것이 개자되어 도당(陶唐)이 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하여간 주민들의 삶이 팍팍하고 기댈 곳이 없었을 때 만들어진 이야기일 것으로 상상을 해본다.
동문 산악회에서 내일 설악산 산행이라, 가볍게 워밍엎을 하려고 나선 길이었는데, 조각공원으로 하산을 할 때까지, 나 자신에게 질문을 하고 또 하고 또 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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