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향교 계곡의 마애명문(磨崖名文) - 단하시경(丹霞詩境) & 자하동문(紫霞洞門)
과천 향교 계곡 전경
근래에 코로나 문제로 탈도 많고 말도 많은 광화문집회가 있었던 다음 날, 그러니까 2020년 8월 16일 풍경이다.
과천 향교(果川鄕校)
우리나라 최초의 향교는 1127년(고려 인종 6년)에 강화 교동도에 세워진 "교동향교"로 알려져 있고, 과천향교는 1398년(태조 7년)에 창건된 향교라는데, 성균관은 지금도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 머물러있는지 향교들은 거의 모두가 조용히 삭아가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유치원도 들쭉날쭉 하는 손녀에게 잠시 물놀이 좀 시켜주고 콧바람도 쐴 겸, 모처럼 딸아이 가족과 점심을 함께 하자고 모였다.
그간 비가 많이 와서 계곡엔 물이 콸콸 넘치는 주말이다 보니 사람들이 콩나물시루다.
조금이라도 밀집도가 덜한 곳을 잡아보자고 맨 끝에 있는 식당을 예약하여 갔지만 공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아래나 위나 오십보백보이고, 올라가는 길의 풍경은 이렇다.
금강산도 식후경인지라...
물가 식탁에 앉아 맛있는 점심부터 먹는다.
바로 옆에는 KBS 관악산 송신소로 기자재 등을 실어나르는 관악산의 유일한 케이블-카도 있으며, 이 길를 따라 올라가면 연주대가 나온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대한 밀접접촉을 서로 피해가며 물놀이에 빠지는데, 비가 계속 와서인지 물이 시원한 수준을 넘어 차가워서 온몸을 흠뻑 적신 녀석은 추워서 밖으로 나와 음식으로 열량을 공급하며 체온을 올린 다음에 드나들곤 했다.
이 계곡에는 몇 개의 마애명문(磨崖名文)이 있는데, 단하시경과 자하동문은 그 중의 하나이며, 이 계곡은 원래 자하 신위(紫霞 申緯. 1769~1847)가 머물렀던 곳으로, 자하 신위는 조선시대 3대 묵죽화가였으며,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가 자주 드나들면서 신위의 서체는 자연스럽게 추사파에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관악산에 오시거든
여산 김지명
즐거운 마음은 그대 집 기둥에 묶어 놓고
괴로운 마음 관악산에 두고 가오.
슬픔은 산바람에 모두 날려 보내고
미워하는 마음이 있거든
흐르는 물에 띄워 보내 주구려
행복은 조금도 새 나가지 않도록
장롱 깊이 넣어 두고
작은 불행이라 할지라도 미련없이
큰 장군 바위 밑에 묻어 두구려
마음이 어두울 때면
둥근 달을 쳐다보오.
가난이
그대 곁을 떠나지 않거든
밤하늘에 무수히 떠있는
영롱한 보석처럼 아름다운
저 수많은
별들을 헤아려 보시구려.
지리산 시인 이원규 시인의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을 연상케 하는 시다.
지리산 종주 길에 한참 힘들 즈음에 이 시를 읊조리노라면 지리산에 대한 감회가 특별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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