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문화

겨울왕국 - 디즈니 온 아이스

아미고 Amigo 2019. 8. 17. 15:34

 

 

Disney on Ice 겨울왕국

 

또 들러리를 섰다.

외손녀 녀석 공연관람에 또 들러리를 선 거다.

 

목동 아이스링크는 집에서 몇 걸음 안 될 뿐만 아니라, 예전에도 볼쇼이 아이스쇼(

Bolshoi)를 몇 번 봤던 곳이기 때문에 외손녀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익숙한 곳이다.

 

 

 

시놉시스(Synopsis)

엘사와 안나라는 자매 공주가 있는데, 언니인 엘사 공주는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마법의 힘을 갖고 있었지만 이를 철저히 숨기고 살았다.

 

세월이 흘러 엘사는 아버지의 왕위를 물려받는 대관식을 치르게 되는데, 이 자리에서 동생 안나 공주가 이웃 나라의 한스 왕자와 결혼하겠다고 하자, 이에 당황한 엘사가 마법의 힘을 드러내 세상은 동토의 겨울왕국이 되어 버린다.

 

그러나 엘사의 마법의 능력은 동토로 만들 수만 있을 뿐, 되돌릴 수 있는 힘이 없어서 이에 죄책감을 느낀 엘사는 궁전을 떠나 세상을 떠돌고, 동생 안나 공주 또한 언니를 찾아 세상을 떠돌면서, 엘사와 안나 모두, 동토인 겨울왕국을 녹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는 허접한 스토리의 뮤지컬이다.

 

 

 

 

 

 



 

 

 

 

빙상 위에서 펼쳐지는, 그런 뮤지컬인데 관객이 구름처럼 몰렸다고 한다.

보통 아이 한둘에 보호자가 둘 내지는 넷씩이니 그럴법도 하겠다.

 

110분 정도의 공연에 Intermission time 10분 정도인 공연인데, 디즈니라는 유명세 그리고 전세계 몇 개국에서 몇백만명(또는 몇천만명)의 관중이 환호한 디즈니의 겨울왕국 운운 하는 자본의 마케팅에 속절없이 현혹된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요즘 어린아이들과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엘사, 안나가 인기 짱이라는데, 나는 그게 뭔지도 몰랐다. 알고 보니 미디어를 통해서 아이들과 젊은 엄마들에게는 이미 대중화되어 있는 수준이었던 모양이다.

 

 

 

 

 

 

 

 

 

 

 

 

 

이제 공연이 시작된다.

 

유치원 정도의 아이들부터 초등학생이 주 고객인 이 뮤지컬에 대화와 노래는 모두 영어로 진행되고 전광판에 자막이 나오는데, 이게 합리적이고 합당한지 의문이었고.....(물론 한국어로 더빙된 낮 공연 하나는 있다고 했다.)

 

더 놀라운 것은 젊은 엄마들이 아이들의 소양을 높여주겠다고 이런 공연을 적극적으로 선택한다는 것인데, 기실 아이들은 지금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배우들이 무슨 얘기를 그리고 무슨 표현 행동을 하고 있는 건지 알지도 못하며 단순히 눈에 보이는 장면과 스케이팅만 볼 뿐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어땠어?”하고 물으면...

괜찮았어라고 할지도 모른다.

화려한 의상과 소품, 그리고 군무도 보았지만, 특별히 기억나는 건 없고.....

 

 

 

 

 

 

 

 

 

 

 

 

 

 

 

 

내가 오페라와 뮤지컬을 보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초부터였는데, 첫 작품이 "지붕 위의 바이올린(Fiddler on the Roof)" 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린 딸아이를 업고 가서 자리에 앉았는데, 아이가 칭얼대는 바람에 그 양반은 로비로 나와 아이를 달래며, 로비에 있는 모니터를 통해 보았는데, 그 시절에는 지방에서는 오페라 뮤지컬 공연은 아예 없었던 시절이었다.

 

 

 

 

 

 

 

 

 

 

 

 

 

 

 

엘사 & 안나

 

내 기억으로는 그렇고 그랬던 무대공연시장에 빅뱅이 일어났었다.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이라는 오페라가  LG Art Hall 에서 올려졌는데, 그야말로 구름 같은 관중을 모았고, 이 사건을 발판으로 오페라와 뮤지컬 공연이 활황국면에 접어들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관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수준 낮은 관객들이 많아졌고 관람매너도 많이 어수선해졌지만.....

 

 

 

 

 

 

 

 

Intermission

 

 

 

 

 

 

 

 

지금도 내 기억에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공연으로는 "우모자(UMOJA)"가 떠오른다.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에서 왔던 이 뮤지컬은, 질곡의 식민지 탄광에서의 애환을 달래는 검부츠와 마림바(Mrimba) 그리고 흑인들 특유의 노래와 거구에다가 묵직한 바리톤의 내레이터의 내레이션이 지금도 큰 울림으로 남아있다.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렸던 한국 초연 때는 토플리스(Topless)까지 있어서, 당혹스러운 파격이었지만, 이후 2차 공연 때부터는 없어졌고, 여러 매력 중에서도 문화의 다름에서 오는 신선함에 매혹돼서 여러 지인들을 차례로 데리고 가기도 했고 소개도 많이 해주었었다.

 

이 우모자에는 잊지못할 추억의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공식적인 일 관계로 만나서 일이 끝나고 세월이 조금 지난 후에, 저녁이나 함께 하자고 불러, 좋은 자리의 티켓 2장이 담긴 봉투를 주면서 간단하게 배경 설명과 더불어 공연 당일 진행 요령을 코치해주었었다.

 

어느 날 전화가 왔다.  저녁이나 함께 하자고.....

음식은 이미 주문을 해뒀던지, 자리에 앉자마자  "고맙습니다." 한다.

 

사연인즉, 그 날 아내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들었다고 하길래...

어떤 찬사를 들었길래 그래요 했더니...

 

"여보 당신이 이렇게 멋진 남자인줄 미처 물랐어요.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당신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이 말을 듣는 순간 감정이 울컥 북받쳐 눈물을 쏟고 말았다고.....

감동이 없는 삶은 별 재미가 없는 삶이다.

 

그러고 보면 나도 메세나(Mecenat) 활동을 조금은 한 셈인지 모르겠다.

 

 

 

 

 

 

 

 

 

 


공연예술을 비교해가며 상대평가하기는 곤란한 문제겠지만...디즈니의 겨울왕국은 볼쇼이 아이스 쇼에는 조금 못미치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