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봉
비봉 꼭대기에 마치 새싹처럼 올라가신 분들이 부럽고 존경스럽기도 하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언감생심 생각도 못할 일이다.
한창 무난하게 잘 나가던 시절에, 갑작스런 아내의 입원 때문에 병수발을 위해 과감히 명예퇴직을 하고, 몇달 병원생활을 하고 나오니, 내게 가장 절실한 건 내 몸을 돌보는 것이었고, 그때부터 북한산을 1주일이면 3번 이상씩은 오르면서 몸도 마음도 가꾸었으니 북한산은 나를 키워준 산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마포구청역 스크린 도어의 시게을러져서 북한산에 가본지가 언제인지도 아득해서 정들었던 그 길을 걷고싶어 길을 나섰는데, 마포구청역에서 이 시를 읽노라니 눈이 촉촉해진다.
불광사 & 계곡불광사 뒤에서 불광사로 흘러내리는 이 계곡은 응달이어서 5월은 돼야 얼음이 다 녹을 것이다.
독바위역 - 불광사 - 국기봉 체육시설 - 향림담 - 향림사터 - 향로봉계곡 - 향로봉 - 비봉 - 사모바위 코스로 내가 즐겨 다니는 북한산 코스다.
이 계단길을 시작으로 향로봉 능선까지는 계속 오르는 길이다.
오른쪽에 있는 족두리봉은 패싱하고 곧장 향로봉으로 오르는 계곡길로 간다.이 족두리봉을 릿지로 걸어내려오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사람들의 호기심과 용기 그리고 쾌감의 본질이 뭘까를 생각하게 된다.
오르고 또 오른다.
향로봉을 조망하고...
바로 왼쪽의 암벽도 감상한 후 향림담으로...
향림담(香林潭)
연못이라 하기에는 너무 아담하지만, 이름이 정말 향기롭다.위 사진은 늦가을 모습이며, 햇볕이 잘 드는 곳에는 이런 멋진 모습도 있고, 아래 어름이 있는 곳 또한 대체로 응달이어서 어름이 오래 간다.
북한산 고래 - 바다가 너무 추워서 , 고래가 북한산으로 피한을...
향림사터(香林寺址) - 절은 없어졌고 터와 잔해들이 일부 남아 있는데, 잣나무를 심어 숲을 이루고 있어서 여름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책을 읽다가 낮잠을 한잠씩 자는 잣나무숲...
비봉 - 비봉을 나는 한번도 올라가보지 못했고, 주변을 빙빙 돌면서 구경만 하는데...이 비봉을 오르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 또 걱정도 된다.
사모바위 - 점심을 가지고 갔을 때는 여기에서 점심을 먹고, 내려오다가 잣나무숲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언제부터인가 이 사모바위 아래에 "김신조 운운"하는 유치한(내 생각으로) 볼거리를 만들어 두었는데, 반응은 각양각색이고...
일년이면 한두번씩 백운대까지 종주하던 산행도 근래에는 게을러서 못했다.
여하튼 내 몸을 건강하게 그리고 내 마음을 조금은 넓고 크게 성장시켜준 북한산에 대해 언제나 감사한 마음이다.
북한산의 바람에 이런 노래가 실려 오는 것 같다.
그런대로 세월을 보낸다고 닛겠읍닛가?”
야속하나마 그런데로 살으십시구려,
그려면 더러는 니저도 집니다.
못닛도록 살틀하게 그립어오거든
설으나마 세월만 가라고 합시구려,
그러면 더러는 니저도 집니다.
그러나 당신이 이럿케 말하겠지요,
“사모치게 생각나는 못니즐 당신을
그대로 생각을 안는다고 니저바리며,
살틀하게 그립어오는 못니즐 당신을
그런대로 세월을 보낸다고 닛겠읍닛가?”
소월 김정식의 스승이었던 안서 김억 선생의 시인데...소월의 "못잊어"가 발표되기 전에 쓰여진 시니, 베꼈느니 말았느니 하는 얘기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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