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 주변

북한산 사모바위 - 누구세요?

아미고 Amigo 2020. 9. 6. 12:19

북한산 사모바위

사모바위라는 이름의 유래는 전통 혼례 때 남자가 갖추었던 사모관대(紗帽冠帶) 중 머리에 쓰는 사모의 모습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상상력이 좀 빈약했다는 느낌인데, 하여간 기중기도 없던 시절에 누가 저 큰 돌을 저렇게 올려놓았는지 대단한 솜씨다.

 

오랜만이다. 잘 있었니?

누구세요?

 

코로나 이후 8개월여 만에 북한산에 갔더니 북한산이 나를 몰라본다.

하긴 8개월이면 잊기에 충분한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게 빨라진 세상이니...

 

한 때 많이 다닐 때는 일주일에 네다섯 번씩도 다녔었는데, 문득 북한산을 가고 싶어서 생각 없이 배낭 메고 집을 나서서 가다 보니 오늘이 토요일이다.

주말엔 멀리 안 나가는 게 내 관행이고 불문율인데, 길을 나섰으니 그냥 가기로 했다.

 

 

 

 

(윗)불광사

북한산에는 "불광사"가 인접하여 2개가 있는데, 하나는 구기터널 쪽 북한산 생태공원 위에 있고, 내가 오늘 산행을 시작한 불광사는 불광중학교 위에 있는데, 편의상 (윗)불광사로 구분하여 부른다.

 

향로봉 계곡길을 오르다 보면 옛 절터가 있는데, 그곳에 있었던 절이 소실되어 지금의 자리에 아담한 절로 남은 것 아닌가 생각된다.

 

 

 

 

 

 

불광사 바로 뒤 반석계곡에는 족두리봉 쪽에서 흘러오는 물이 졸졸 흐르는데, 본류인 향로봉 계곡에 합류된다.

싸리꽃이 피기 시작하니 가을이 왔다는 얘기이고, 잦은 비로 큰 바위에는 석호(石湖)가 앙증맞다.

 

 

 

 

 

 

선림봉 능선 암벽

북한산 암벽 중에서 가장 멋진 이 암벽은 선림사 방향으로 내려가는 능선인데, 사진으로 보기보다 실물을 보면 경사도가 상당한데, 여기에서도 릿지를 하는 간 큰 사람들이 있고, 이 암벽의 오른쪽 밑자락으로는 향로봉 계곡에서 흘러오는 계곡물이 흐른다.

 

북한산 종주는 불광역이나 독바위역에서 내려 족두리봉 - 향로봉 - 비봉 - 사모바위 - 문수봉까지 오르면, 힘든 오르막길은 끝나고 이후로는 가볍게 오르내리는 능선길이 백운대까지 이어지고 인수봉과 북한산 산신령들이 잠들어 있는 영봉을 바라보며 하산한다.

 

그런 종주를 1년이면 한두 번씩은 했었는데 몇 해 전부터 사모바위까지만 오른다.

오늘은 독바위역에서 사모바위까지 갔다가 원점회귀했는데, 독립군 산행을 하는 나는 내려갈 때는 삼천사, 진관사, 불광사, 구기터널 또는 탕춘대능선 등 마음 내키는 대로 다닌다.

 

 

 

 

 

 

향림담(香林潭) --- 향림폭포

어느 분이 작명을 하셨는지 틀림없이 멋진 분이실거다.

한국의 명산 북한산에 향림담 하나쯤이야 있어야 될 터이고, 이런 석계(石溪)로 흘러내린다.

 

 

 

 

 

 

옛 절터 아래에는 이런 반석폭포도 있으며, 옛 절터에는 잣나무가 조림되어 있어서 그늘이 많아 쉬거나 오수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옛 절터는 여름철엔 내 단골 쉼터여서 여기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다가 졸리면 잣나무 향기 속에서 낮잠을 맛있게 자곤했다. 이럴때 가장 걱정되는 것이 행여 꿈 꿀까 하는 것이다. 살다보니 내가 REM 수면장애가 있어서 말이다.

 

 

 

 

 

 

향로봉

모양이 향로 같다 하여 향로봉이라는데, 오르는 길은 구기불광능선, 진관봉 능선 그리고 비봉 능선 등인데, 나는 능선이 아닌 계곡길을 선택했는데, 계곡길은 물과 그늘이 있어서 한결 시원하기 때문이다.

 

 

 

향로봉에서 바라본 족두리봉

족두리봉의 원래 이름은 "독바위"였다고 한다.

그 모습이 "독 = 장독" 같은 형상이어서 붙여진 이름이고, 그것이 지명이 되기도 했는데, 어느 날부터 족두리봉으로 바뀌었다는데, 그러려니 하는 것이지 족두리하고는 별로 닮지도 않은 것 같다.

 

 

 

 

 

비봉

진흥왕 순수비(眞興王巡狩碑)가 세워진 곳이어서 얻은 이름인데, 비석 원본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보존되어 있고, 비봉 위에 있는 것은 이미테이션이라는데, 나는 무섭고 위험해서 한 번도 저 위에 올라가보지를 못했다.

 

잉어바위는 내 눈에는 기차의 화차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잉어바위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기차가 없던 시절에 이미 붙여진 이름일지 모르겠다.

 

 

 

 

 

 

 

사모바위

반환점이다.

속칭 "1.21사태"라 부르는 1968년 1월 21일 북한의 무장 공작원들이 청와대를 기습하여 대통령을 살해하기 위한 작전을 펼쳤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이 사모바위 아래에 그 공작원들이 은신을 했었다고 생쑈를 벌려놨고, 북악산의 김신조 루트에도 그런 게 있는데, 그런일이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출이 촌스럽다.

 

군생활을 못 해본 여자들에게는 실감이 날지 모르겠지만.....

 

 

 

 

 

 

백운대

사모바위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백운대(836m), 인수봉(810m, 가려서 안보이지만), 만경대(800m), 노적봉(715m), 인수봉 아래 영봉에 있는 산악인들의 올망졸망한 작고 예쁜 무덤들을 지날 때면 가슴이 뭉클했었는데, 지금은 모두 어디론가 정리되었다고 들은 것 같다.

 

참으로 오랜만의 불광사 - 향로봉 - 비봉 - 사모바위의 북한산 나들이는 이렇게 감각없이 넌센스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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