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30
까보다로까(로까곶)의 등대와 무지개
밀라노에서부터 동행한 비는 여기에서도 오락가락 심술을 부리더니, 미안했던지 잠깐 무지개를 선물했다. 환호성이 터지고 한바탕 야단법석이었다.
까보(Cabo)는 곶(곶부리)이라는 뜻이고, 로까(Roca)는 미친 사람이라는 뜻이라니, 세상이 평평하다고 믿었던 당시 사람들에게, 이곳을 넘어서 먼 바다로 간다는 것은 바다 절벽에 떨어져 죽으러 가는 미친 짓이었을 게다.
십자가가 세워진 돌탑
유라시아대륙의 서쪽 끝이라는 이곳은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세찬 바람이 분다. 오락가락하는 비와 세찬 바람 때문에 마음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던 것 같다.
돌탑에는 포르투갈의 시인 까몽이스(Camoes. 1524∼1580)의 시구가 새겨져 있는데, “이곳에서 대지가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라고 하며...
보라 유럽 끝에 포르투갈이 있다.
여기서 대지가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
우리의 항해는 필연
우리의 삶은 인생의 우연일 뿐이다.
엔리케(1394~1460) 왕자는 왕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세자 책봉도 받지 못했지만 재능이 출중한 왕자였던 모양이다. 중국의 나침반, 아랍의 측량기술 그리고 삼각돛을 이용하여 바람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등...
포르투갈의 항해술과 항로 등은 엔리케 왕자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크게 발전하여 대항해시대(약탈의 시대)의 선두주자로 나섰으니...
까보다로까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단조롭다.
하늘과 대서양의 바다, 등대와 돌탑 그리고 멀리 나지막한 산자락에 자리잡은 마을과 미친 듯이 불어대는 바람이 전부다.
하늘엔 비행기가 한 대 날아와서 뭔가를 보여주는데, 혹시 그거 아닌지 모르겠다.
“사랑해요. 돈 많이 버세요. 행복하세요.”
어제가 동지(冬至)여서, 황진이가 노래했던 바로 그 긴 밤이었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안에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론 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그 시절에도 페르소나(persona)를 써야 했던 낮보다는 오롯이 자신과 마주하는 밤을 주목했던 것 같다.
이곳에는 화장실이 두어개 있는데, 카페의 화장실은 카페가 문을 닫아버려서 이용할 수가 없고, 유일하게 남은 공동화장실이자 유료화장실이 하나 있는데, 관리인의 산수가 재미있다.
1인당 유로화 50센트인데, 큰돈은 안되고 무조건 50센트 동전만 요구한다. 아마도 외진 곳이라 잔돈 준비가 어려워서 그럴까 생각해보긴 했지만, 잔돈 없는 사람은 대략 난감할 상황이었다.
제주올레길 서명숙 이사장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와서 제주올레길을 만들었다는데, 지금의 올레길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걷고 또 걸었을까...
그분 덕에 나도 풍광이 아름다운 제주올레길을 내 멘토와 함께 걸었었다.
'외국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비야(Sevilla) 항금의 탑 - 스페인 (0) | 2018.12.30 |
---|---|
파티마(Fatima) - 기독교 3대성지 - 포르투갈 (0) | 2018.12.25 |
로시우(호시우)광장 & 세뇨라 두 몽테 전망대 - 리스본 (0) | 2018.12.19 |
벨렘탑 - 포르투갈 리스본 (0) | 2018.12.16 |
제레니모스 수도원 - 포르투갈 리스본 (0) | 2018.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