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에

내 마음 - 풍연심

아미고 Amigo 2018. 6. 24. 10:23

 

 

웃음(이순구 화백)

 

 

 

내발로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나 행복하다는 것을 실감하는 날이다.

정말 날아갈 것 같고, 천국이 있다면 아마도 이런 기분의 세상일 것이다.

화요일(411)에 왔으니 꼭 5일 만에 맛보는 환희다.

 

숨 쉴 수 있음에, 먹을 수 있음에, 볼 수 있음에, 들을 수 있음에, 느낄 수 있음에 그리고 걸을 수 있음에 행복한 줄 알라는 말에, 머리로는 금세 공감하지만 가슴으로 느껴서 행동으로 이어지기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 가장 가깝지만 또한 가장 먼 여행이라고 하나보다.

 

문득 풍연심(風憐心)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옛날에 발이 하나밖에 없는 기()라는 전설의 동물이 있었는데, 발이 많아서 빨리 잘 가는 지네를 부러워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네는 발이 없어도 잘 가는 뱀을 부러워했고, 뱀은 또 발이 없어도 아무데나 잘 가는 바람을 부러워했다고 한다.

 

바람은 무엇이든 볼 수 있는 눈을 부러워했고, 눈은 보지 않고도 상상할 수 있는 마음을 부러워했다고 한다.

 

이렇듯 세상의 모든 존재는 서로를 부러워하며 사는 존재이고, 걸어가면 말 타고 싶고, 말 타면 마부 두고 싶은 게 얄팍한 인간의 마음인가본데, 바로 내 얘기다.

 

이 와중에, 인간의 유대와 연대체계 속에서의 존재의 확인, 삶에 있어서의 예기치 못한 환난에 대한 대비,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서러움, 세상 사람들 각자가 짊어지고 있는 제 몫의 짐 등등에 대한 생각들...

 

내 발로 걸을 만큼 몸이 움직여지니 생각에도 날개가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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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간에 윌 듀란트의 문명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문명의 전개라는 타이틀의 강좌를 듣다보니 인문학 입문 지침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채사장 지음)”을 상기할 필요가 절실한데, 이놈의 기억력이 완전히 휘발성인지 생각이 깜깜해서 다시 또 한 번 일독을 하기로 작정을 하고 산책을 하다가 책을 펼치니 병원 메모지 몇 장이 나왔다.

 

지난 해 4월에 느닷없이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허리디스크가 터져버려서 병원생활을 하던 동안에 지루한 시간을 책을 보며 때웠는데, 그때도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읽었었고, 그때의 심경을 병원 메모지에 적은 것들이 그 책에 꽂혀있었던 것이다.

 

1년여가 지난 지금 읽어보니 감회가 새롭다.

감정은 이렇게 그때그때의 리얼한 마음이 담겨있어서 정겨운데, 짬짬이 모아두었던 이런 글들을 터키 여행 다녀와서 자료를 저장하다가 기준일자를 잘못 설정하여 몽땅 날려버렸었다.

 

세상에는 바보 같은 일도, 황당한 일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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