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17일. 날씨는 화창하지만 바람이 세다.
벼렸던 바다낚시를 갔다.
Thomess Wharf에서 낚시배를 타고 - 달링하버, 하버브리지, 오페라 하우스를 지나 – 로즈베이에서 몇 사람 더 태우고 - 갭파크와 본다이비치 중간쯤 되는 남태평양 바다에서 낚시를 했다.
내 스폰서 겸 보호자겸 가이드인 윗동서와 조카 녀석, 삼총사가 대어를 잡겠다는 결의에 차있다.
깨복쟁이 시절에 보성강 북소에서 나로부터 낚시를 사사받았고 낚싯대도 선물 받았던 조카 녀석(최정환)이 낚시를 좋아하는 나와 동서를 위해 단단히 벼렸던 모양이다.
그런데 낚시비가 제법 만만치 않다.
주중에는 1인당 $150이고, 주말에는 $200인데 오늘이 바로 일요일이어서 3명이 $600이다.
다행인 것은 미끼와 낚싯대가 모두 배에 준비되어 있다니 몸만 가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거 필경 기생낚시 수준일 텐데, 조과가 어떨지 궁금했다.
우리가 가져간 아이스박스는 상어 몇 마리 정도는 거뜬히 담을 만한 것이었는데...
토메스 선착장에서 함께 탄 호주인들의 아이스박스는 마치 도시락 통만 해서...
저 사람들 초짜들인가 생각했었다.
잔뜩 부푼 기대를 안고 달링하버를 지나 하버 브리지를 지나고.....
써큘러 쿼이를 지나 오페라 하우스를 지나고.....
그림 좋은 곳들도 지나.....
로즈베이에서 3사람을 더 태워 모두 11명이 되었다.
갯바위 낚시 하는 친구들이 군데군데 보이고.....
갭-파크의 끝자락과 반대편 맨리 쪽 끝자락이 보인다.
여기를 벗어나면 이제 망망대해 남태평양이다.
느그들은 오늘 죽었다.
내가 느그들 볼라고 서울서 여기까지 왔다.
여기까지였다.......^^
낚시 뒷얘기
낚시 초짜에 대한 이런 얘기가 있다.
주말에 낚시 갔던 남편이 전어(붕어하고 비슷하다고 생각해서)를 잡아왔다.
부인이 남편에게 낚시를 어디로 갔었느냐고 물으니.....
당시에 물이 좋았던 충주호로 갔었다고 했단다..... ㅋㅋㅋ
이번에는 또 가물치(바다 고기 비슷하다고 생각해서)를 잡아왔다.
또 부인이 어디로 갔었느냐고 물었더니.....
이번에는 "인천에서 배타고 나갔지"라고 했단다.....ㅜㅜㅜ
어디서 뭔 짓을 했는지.......
배낚시를 하려면 우선 기본이 돼 있어야 한다.
기본은 배 타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내 가이드들은 배낚시가 처음인 초짜들이었다.(나를 접대한답시고.....ㅎ)
장대 비슷한 것을 두어마리씩 올리더니 그 때부터는 준비해둔 미끼로는 안되겠다 싶었던지...
뱃속에 담아 두었던 미끼를 마구 쏱아낸다.
낚시고 뭐고 아무 정신이 없고 오로지 일초라도 빨리 땅으로 가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다.
우리가 전세 낸 배가 아니라 다른 일행이 8명이나 있지 않은가.......
이 곳 파도는 정말 장난이 아니다.
동승했던 호주인들(여자도 있었다)은 끄덕도 안하는 게 많은 경험이 있었다는 얘기고...
도시락통만한 아이스박스도 이해가 됐다.
군생활 이전에 호주로 가버린 조카 녀석은 물론, 동서도 군생활 이후 이런 쌩고생은 처음이었을 거다.
그래도 돌아오는 길은 아름다웠다.
마침 오늘이 일요일이어서 카약 타는 사람들, 요트 타는 사람들, 수영하는 펠리칸...
그리고 난생 처음 보는 희안한 것을 타는 사람들로 시드니 하버가 꽉 찬다.
사람들은 노는 것은 시간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노는 것도 학습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생각과 목적 없이 노는 것은 시간을 죽이는 것, 시간을 낭비하는 것일테고...
생각과 목적이 있는 놀이라면, 시간과 열정과 최소한의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사회적 유대 또는 연대관계 속에서 생활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튕겨져 나오면(은퇴)...
갈 데도, 할 일도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산과 들과 강과 바다 그리고 도심에서도 혼자서도 잘 노는 사람도 있다.
노는 것도 학습이 필요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장년이 노년이 외롭고 쓸쓸해질 것 같다.
왼쪽의 파리 같은 녀석이 바로 그 희안하다는 것인데...
물위를 흔들림없이, 마치 자동차가 달리는 것처럼 엄청 빨리 달리는 희안한 놈이다.
시드니 사람들은 자동차에 대해 무감각한 것 같았다.
10년 정도면 새차에 해당되고, 서울처럼 비싼 고급 차들이 도심에서도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사회의 형성이나 개인 신분의 표출 방식이 긴 역사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렵에서는 귀족과 평민으로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양반과 상민 또는 카스트제도에 의한 것이었던
것이 돈으로 환치되면서 돈으로 신분을 과시하려 하는 반면에, 역사가 일천하고 평등의식으로부터
출발한 시드니는 과시욕이 없는 사회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정말 그럴까?
시드니 사회는 특별한 사회일까?
자동차까지는 몰라도, 해변의 아름다운 저택과 멋진 요트 얘기라면 또 어떨까?
집값이 2배 3배로 오르는 시드니도 빠른 속도로 계층 계급과 더불어
부의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고, 그에 따른 사회적 갈등의 씨앗을 키워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집에 돌아와서 모두 다 벌러덩 뻗었다.
참 긴 하루였다.
돌아오는 배에서 동서가 조카에게 하시는 말씀...
"정환아, 배 사는 거 포기하자. 배낚시는 할 게 아닌 거 같다"
하지만 본다이 앞이 아닌, 잔잔하고 입질 좋은 바다가 많다는 것을 세월이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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