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총동문회에서 베풀어주신 우리 동창들 회갑연
초등학교(우리 때는 국민학교였지만... 학교와 핵교의 차이는... 다니는 곳, 댕기는 곳이라는데...)
세상을 볼 수 있는 원초적 눈을 갖게 된, 어쩌면 세상의 출발점이다.
오늘 중동 초딩 제18회 동창회 정기모임을 가졌다.
모임은 매 짝수 월 마지막 일요일에 격월로 가지며, 이제 졸업한지 50년이니...
재학 중인 6학년이 내년에 졸업하면 68회일 것 같다.
우리는 세상에 흔한 동창들이 아니다.
우리가 입학할 때 전교생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두 한 반 씩이니 전교생이 6개 반이고...
우리는 그렇게 숙명처럼 6년을 함께 뒹굴었던 깨복쟁이 불알친구들이다.
동창회 모임...
정말 환상적이다.
밥 먹고 술 마시며 나누는 끝이 없는 얘기들...
그리고 2차로 노래방에 가면 무조건 뽕짝풍으로, 노래 입력은 담당자(내가 바로 하인이자 도우미다)의
몫이고, 누구의 노래든 내가 아는 노래면 마이크 잡은 내가 불러버리고(그러니 동작이 꿈뜬 친구는 내
노래 한 번 부르려면 3번 내지 5번 정도 입력을 해야 한다.), 잘 모르는 노래가 나오면 무조건 패스...
어쨌거나 지금껏 불협화음 하나 없이 환상의 하모니다.
세상은 이성의 지식으로 사는 게 아니라 감성의 직감(또는 느낌)으로 사는지 모르겠다.
노래방을 30분씩 몇 번을 연장하고 진이 다 빠진 다음에 집으로 돌아가는 뒷모습이 허전해 보인다.
아니... 그렇게 바라보는 내 마음이 허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태행산(타이항산) --- 회갑 기념 여행
뒷모습...
뒷모습 얘기 중에 이상국 시인의 "국수가 먹고 싶다"라는 시가 있다.
사는 일은 /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 / 길거리에 나서면 / 고향 장거리 길로 / 소 팔고 돌아오듯 /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 어느 곳에선가 /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 눈물자국 때문에 /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 국수가 먹고 싶다.
이 노래는 백석(백기행)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제1회 백석 문학상에 즈음하여 음악인 김현성씨가 곡을 만들어 불렀다는데, 정말 시처럼 순박하고 아름답다.
이상국 시인은 또 이런 아련하고 따뜻한 시도 있다.
집은 아직 따뜻하다.
흐르는 물이 무얼 알랴 / 어성천이 큰 산 그림자 싣고 / 제 목소리 따라 양양 가는 길
부소치 다리 건너 함석집 기둥에 / 흰 문패 하나 눈물처럼 매달렸다.
나무 이파리 같은 그리움을 덮고 / 입동 하늘의 별이 묵어 갔을까 / 방구들마다 그림자처럼
희미하게 / 어둠을 입은 사람들 어른거리고 / 이 집 어른 세상 출입하던 것이
비료포대 속에 들어 바람벽 높이 걸렸다.
저 만리 물길 따라 / 해마다 물에 혼은 실어 보내고 몸만 남아 / 사진액자 속 일가붙이들
데리고 / 아직 따뜻한 집
어느 시절엔들 슬픔이 없으랴만 / 늙은 가을볕 아래 / 오래 된 삶도 짚가리처럼 무너졌다.
그래도 집은 문을 닫지 못하고 / 다리 건너오는 어둠을 바라본다.
헤어질 때마다 하는 말...
건강하게 오래 보자...
건강하든 말든, 뒷모습이 허전하든 말든...
그래도 오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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