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은 큰 산이다.
지리산을 가운데 두고 구례군, 하동군, 산청군, 함양군 그리고 남원시가 있으니 말이다.
한 때는 빨치산들의 본거지였고, 그런 이야기들은 이태씨의 소설 "남부군" 등에도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흥미진진한 얘기지 지리산 주변에서 당시를 살아가던 사람들에게는 좌익과 우익에 끼어 목숨이 경각에 달린 잔혹한 시절이었을 것이다.
그런 잔혹한 현장의 한 곳이 구례군 산동면이었고...
산수유의 시원지이기도 한 산동에는 산동애가(山洞哀歌)라는 노래가 서러운 절규의 노래가 전해 온다.
제목이 암시하듯이, 산동(사실은 이 노래의 주인공)의 슬픈 노래다.
이 슬픈 노래의 이야기는 1950년대의 민족의 아픔, 6.25 한국전쟁과 여순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시절에 전남 구례군 산동면 상관 마을에 백씨 집안이 살았다고 한다.
지리산은 당시에 빨치산이라 불리던 사람들의 본거지였고, 그 지리산 품속에 사는 사람들은 낮에는 군.경 토벌대가 와서빨치산에게 협력한 사람들을 물색하여 처형하였고, 밤이면 빨치산이 내려와서 군.경에 협력한 사람들을 물색하여 처형하다 보니 밤낮으로 사람이 죽어 나가는 판이었다고 한다.
백씨 집안의 백씨는 처 고선옥씨와 장남 백남수, 차남 백남승, 삼남 백남극, 장녀 백순남, 막내 백순례(이명 백부전) 이렇게 5남매를 두고, 아비규환 중에 돌아가셨고, 장남 백남수와 차남 백남승도 이 난리통에 죽었다고 한다.
이 와중에, 유일하게 살아 남아 집안의 대를 이어야 할 셋째 아들 백남극 마저도 빨치산에 협력한 혐의(사실여부는 모르겠지만)로 군.경에 끌려가 죽을 지경에 이르게 되자, 아들을 살리기 위해 막내 딸 백순례를 대신 처형장으로 보냈다고 한다.
이 노래는 바로 그 막내딸 백순례(이명 백부전)가 집안의 대를 이을 오빠 대신 처형장으로 끌려가면서 부른 노래라고 한다.
잘 있거라 산동아, 너를 두고 나는 간다.
열 아홉 꽃봉오리 피워 보지도 못하고
까마귀 우는 골을 멍든 다리 절어절어
달비머리 풀어 얹고 원한의 넋이되어
노고단 골짝에 이름없이 쓰러졌네.
잘 있거라 산동아, 산을 안고 나는 간다.
산수유 꽃잎마다 설운 정 맺어놓고
회오리 찬바람에 부모 효성 다 못하고
발길마다 눈물지며 꽃처럼 떨어져서
나 혼자 총소리에 이름없이 쓰러졌네.
살기 좋은 산동마을 인심도 좋아
열 아홉 꽃봉오리 피워보지도 못하고
까마귀 우는 골에 나는 간다.
노고단 화엄사 종소리야
너만은 너만은 영원토록 울어다오.
백순례(이명 백부전)
왼쪽부터 백순례, 언니 백순남, 올케 언니, 어머니 고선옥, 큰오빠 백남수,
둘째 오빠 백남승, 셋째 오빠 백남극
피눈물의 한을 담은 노래의 주인공 백순례는 학력은 없었지만 매우 총명한 처녀였다고 하며, 6.25 한국전쟁과 여순사건 그리고 그 후유증으로 이들은 모두 유명을 달리 하였다고 하니 안타깝다.
이 슬픈 노래에는 "산수유"가 나온다.
산수유 시목
산동면 위안리 산수유꽃
산수유(山茱萸)의 시목(始木)은 산동면 계척리에 있으며, 중국 산동성의 처녀가 시집오면서 가지고 왔다고 하고, 산동이라는 지명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백순례 및 일가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구했는데, 출처를 잊어버려서 밝히지 못함을 사과드리며, 첨삭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보완 또는 의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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