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天王峰): 1,915m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하자고, 아내와 함께 34.7km의 지리산 종주길에 올랐다.
특별히 우리 부부는 이 산행 중에 31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래서 더더욱 특별한 산행이자 여행이었던 셈이다.
ㅇ 산행일자 : 2014.10.27∼2014.10.31 (4박 5일)
. 27일 : 서울 출발 - 구례 도착 & 구례 출발 - 성삼재 탐방지원센터 도착 - 2.9k
m - 노고단 대피소(숙박)
. 28일 : 노고단 출발 - 2.1km - 돼지령 - 0.7km - 피아골 삼거리 - 0.4km - 임
걸령 - 1.3km - 노루목 - 1km - 반야봉 - 1km - 삼도봉 - 0.8km - 화개
재 - 1.2km - 토끼봉 - 2.9km - 연하천 대피소(숙박)
. 29일 : 연하천 대피소 - 0.7km - 삼각고지 - 2.9km - 형제봉. 벽소령 대피소 -
6.3km - 덕평봉. 칠선봉. 영신봉. - 세석 대피소(숙박)
. 30일 : 세석 대피소 - 3.4km - 촛대봉. 연하봉. 장터목 대피소 - 1.7km - 제석
봉 - 통천문. 천왕봉 - 2km - 로타리 대피소 - 2.1km - 칼바위 - 1.3km
- 중산리 탐방지원센터 ............... 산청읍으로 이동(숙박)
. 31일 : 산청 동의보감촌 견학 - 상경
자유인(自由人)
구례 시외버스터미널에 있는 "여행인 박태산"씨의 모습이다.
"자유인"이라는 이름은 결례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임의로 붙인 이름이다.
밤... 그리고 까만 세상...
구례에서 마지막 버스를 타고 성삼재 탐방지원센터에서 내려
노고단 대피소까지 약 3km를 걸어가는, 별이 총총한 밤이었고...
별 좀 보고 가자는 아내를 연신 재촉했다.
오랜 만에 정말 까만 밤을 보았고...
어둠과 빛을 생각해 보았다.
불빛은 구례읍의 모습이다.
노고단(老姑壇)
세상에나... 노고단대피소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니 이런 세상이 열렸다.
그야말로 천상의 세계가 열린 것이다.
구례(求禮)와 섬진강(蟾津江)이 운해(雲海)에 드리워진 모습이다.
노고단은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과 토지면에 걸쳐 있는 1,507m의 봉우리로,
천왕봉(1,915m), 반야봉(1,732m)과 더불어 지리산의 3대 주봉 중 하나이다.
구례(求禮)는 구할 "구"와 예도 "예"로, 예향(禮鄕)이었음이 지명(地名)으로 되어 있다. 또한 구례는 삼대삼미(三大三美)의 고장으로, 삼대는 지리산. 섬진강. 구례 들판을 일컷고 있으며, 삼미는 수려한 자연경관. 풍성한 소출. 넉넉한 인심을 말한다고 한다.
구상나무
우리나라의 특산종으로 한라산, 지리산, 무등산, 덕유산의
높이 500∼2,000m 사이에서 자란다는 귀한 나무란다.
돼지령
피아골 삼거리
이 곳에서 피아골 대피소, 남매폭포, 삼홍소, 통일소, 직전마을과
연곡사가 있는 피아골로 내려갈 수 있다.
임걸령 & 샘물
이 높은 곳에서 콸콸 솟아 오르는 샘물이 하염없이 흘러가는 것이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갈수록 깨끗한 물이 귀해지는 세상에...
노루목
반야봉(般若峰)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山內面)과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山洞面) 사이에 있는 산으로, 높이 1,732m로 지리산(智異山)의 제2봉우리이며, 지리산에 살고 있던 "마고할미"가 불도를 닦고 있던 "반야"를 만나 결혼했는데, 어느 날 반야봉으로 떠난 반야가 영영 돌아오지 않아 마고할미는 석상이 되었고 반야가 머물던 봉우리는 "반야봉"이 되었다는 전설이 만들어진 곳이다.
반야봉은 주능선의 등산로에서 약간 비켜 서있어 시간과 땀을 들여야 한다.
반야봉에서 바라본 노고단과 성삼재
삼도봉(三道峯)
전북 남원과 전남 구례 그리고 경남 하동의 3도에 걸쳐 있다는 삼도봉
화개재
전북 남원 산내면과 경남 하동 화개면이 겹쳐지는 곳으로
옛날 화개장과 뱀사골을 이어주던 고갯길이다.
이 곳에서 즐비한 소(沼)들과 요룡대 등이 있는
뱀사골계곡으로 갈 수 있다.
연하천(烟霞川) 대피소
연하천은 이름 그대로 물이 아주 흔한 습지에 위치하고 있다.
물과 화장실을 제외한 대피소 시설은 상당히 열악하지만 1박을 했다.
여기서 삼각고지와 연하천삼거리를 거쳐 함양 음정으로
내려갈 수 있다.
중간지점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약 26km니까, 이 곳이 중간정도 되는 지점이다.
벽소령(碧宵嶺) 대피소
여기에서 점심을 먹으며 쉬어 갔다.
여기에서도 연하천삼거리를 거쳐 음정으로 빠질 수 있으며
반대방향으로는 삼정, 의신을 거쳐 대성공원지킴터로 갈 수 있다.
선비샘
왼쪽 멀리 장터목, 제석봉, 천왕봉이 보이고 오른쪽엔 세석봉이 보인다.
세석봉(細石峰) & 세석평전(細石坪田)
철쭉과 철쭉축제로 유명한 세석평전이다.
여기도 습지가 많아 물이 흔한 곳이다.
세석 대피소
여기에서 1박을 하고 천왕봉을 향해 걸었다.
나처럼 장터목 대피소를 예약하지 못한 사람들이 천왕봉의 일출을 보려고
새벽 3시부터 행장을 꾸리는 등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잠을 설쳤지만...
우리 부부는 천왕봉 일출 때문에 무리한 야간산행은 포기하고
우리 페이스대로 종주를 하자고 하여 느긋하게 밥을 해먹고 출발했다.
우리 부부는 이 곳 세석 대피소에서 31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았다.
세월이 참으로 야속하리만큼 빠르다.
31년 전에는 나도 아내도 풋풋하고 싱그러웠었는데...
그래도 함께 손 잡고 용왕산을, 한라산을, 융프라우를 그리고 지리산을
오를 수 있으니 잘 살아가는 건지 모르겠다.....
세석은 사통팔달의 위치에 있다.
길상사가 있는 거림탐방지원센터와 삼신봉, 상불재를 거쳐 쌍계사로
빠질 수도 있으며, 반대 쪽으로는 폭포의 계곡 백무동으로도
나갈 수 있다.
30 여년 전 연애하던 시절이었으니...
그 때는 젊었던가 보다.
세석봉에서 바라본 세석 대피소
장터목 대피소
간식도 먹고, 커피도 마시며 쉬어 갔다.
이 곳에서 함양과 산청 간에 물물교환 장터가 열렸었다니
참으로 낭만적인 얘기다.
장터목대피소에서도 백무동과 중산리로 빠지는 길이 있다.
제석봉(帝釋峰) 고사목
통천문(通天門)
천왕봉
지리산은 다른 이름으로 두류산(頭流山)이라고도 부르며, 금강산 및 한라산과 더불어 삼신산(三神山)으로 불린다.
천왕봉에서는 중산리와 칠선폭포 그리고 치밭목을 거쳐 대원사로 빠지는 길이
있다.
개선문
로타리 대피소
산청 중산리의 가을은 이렇게 넉넉했다.
나도 내 멘토도 지리산 종주를 통해서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웠다.
우리의 남은 삶에는 이 소중한 경험이 언제나 함께 할 것이다.
(산행정보)
. 야영장비와 먹거리를 들쳐 메고 다니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요소요소에 대피소
가 있어서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 노고단(11,000원)은 시설을 새로 단장하여 아
주 깔끔하지만 다른 대피소(8,000원)들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 대피소의 난방은 대략 18도 정도가 되도록 난방을 해주며, 담요(장당 2,000원)를
대여하므로 방한자켓을 입고 담요 2장 정도면 대체로 충분하다.
. 먹거리는 대피소에서 봉지라면과 햇반을 판매하므로 버너와 코펠만 준비해 가면
된다. 더러는 라면과 햇반 등이 비싸니 뭐니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배낭 짐이 줄어
드는 게 얼마나 편하고 또한 입장바꿔 생각해보면 싸도 많이 싼 거 아닐까???
. 연하천, 세석, 로타리 대피소는 물이 흔한 곳이지만 다른 대피소는 물이 귀하다.
. 종주의 시작은 노고단과 중산리가 있겠지만 일장일단이 있으므로 취향에 따라 선
택하면 될 것이다.
. 지리산 종주는 대략 35km 정도를 걸어야 하는 100리 가까운 산길로 지리산의 아
름다운 풍경과 정취를 맛보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땀과 인내를 감내해야 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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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 이원규 - (1962년 경북 문경 출생의 지리산 시인)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말고
노고단 구름 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 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 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은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다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 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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